인공지능(AI) 학습을 통한 분석 결과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 가뭄 등 고통을 겪는 사람이 이미 전 세계 인구의 8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학자들은 이번 세기말까지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지구 온도가 2.7도 상승하며 생태계 붕괴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 등 복수의 싱크탱크 소속 기후학자들은 머신러닝 기법을 통해 대기 변화와 관련한 연구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했다.
연구는 지난 1900년부터 지금까지 기후를 관측한 자료 약 60만 건 중 기후변화의 영향을 나타낼 수 있는 10만2160건을 분석해 기후변화 영향 지도로 작성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현재 기후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수는 전 세계 인구의 85%(약 68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적에 의한 구분에서도 지구 육지표면의 80%에서 기후 악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는 주로 화석연료 이용 등 인간의 이산화탄소 배출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지역에선 기온 및 강수량 변화로 농산물 수확량 감소, 홍수, 혹서 등이 발생하고 있었다.
또 연구자들은 현재와 같은 속도로 기후변화가 일어난다면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의 기온이 2.7도 상승해 식량과 물이 크게 부족해지며 지구 생태계가 붕괴하는 기상 재난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이번 연구를 진행한 메르카토르 연구소 막스 칼라간 연구원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기후변화 현상이 분명히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의 실제 영향이 이번 연구결과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런던 임페리얼대 기후변화 및 환경 그랜샘연구소의 프리데리케 오토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평균적인 기온과 강수량의 변화를 주로 다루고 (최근의) 극단적인 기후변화는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85%라는 숫자는 오히려 과소평가 된 것일 수 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사람이 현재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로 촉발된 극단적 기후 현상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선 데스밸리 지역이 비공식 56.7도, 공식 54.4도를 기록하는 등 폭염이 나타나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산불인 ‘딕시’가 발화했다. 같은 달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에는 ‘100년 만의 폭우’가 발생해 대규모 홍수로 수백 명의 실종자가 나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선 기후 재해로 최소 388명이 숨지고, 1000억 달러(약 120조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WP는 “이번 연구 결과가 오는 10월 31일∼11월 12일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26)를 앞두고 나온 것”이라며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세계 최고 이산화탄소 배출국 중 일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새로운 기후 대책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