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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마리도 안 남은 뿔제비갈매기, 국내 5번째 번식 성공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남 영광군 육산도에서 번식에 성공한 멸종위기 뿔제비갈매기. 부화한 새끼에게 가락지(화살표 표시)가 부착됐다. 자료 환경부ㆍ국립생태원

전남 영광군 육산도에서 번식에 성공한 멸종위기 뿔제비갈매기. 부화한 새끼에게 가락지(화살표 표시)가 부착됐다. 자료 환경부ㆍ국립생태원

지구상에 100마리도 채 남지 않은 '뿔제비갈매기'가 국내에서 다섯 번째 번식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 전남의 무인도에서 새끼 한 마리가 번식된 걸 확인한 것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한국·중국서만 번식 #올해 봄 전남 영광 무인도에서 새끼 확인

12일 환경부ㆍ국립생태원에 따르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뿔제비갈매기는 전남 영광군 육산도에서 2016년 이후 다섯 번째 번식이 이뤄졌다. 뿔제비갈매기는 2016년 4월 국립생태원의 무인도서 자연환경조사 중 무인도인 육산도에서 처음 발견됐다. 올해 3~4월에도 같은 섬에 이들 갈매기 7마리가 찾아왔다. 그중 한 쌍이 새끼 한 마리를 번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뿔제비갈매기 번식지 5곳. 자료 환경부ㆍ국립생태원

전 세계 뿔제비갈매기 번식지 5곳. 자료 환경부ㆍ국립생태원

뿔제비갈매기는 지금까지 구체적 생태 정보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1937년 이후 63년 동안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 중국 푸젠성의 마츠섬에서 4쌍의 번식 개체가 발견되면서 그 존재가 다시 세상에 알려졌다. 그 후엔 중국 일부 섬에서 소수가 번식한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현재 이들 갈매기가 번식하는 장소는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ㆍ중국의 5개 섬뿐이다.

국립생태원은 뿔제비갈매기를 분석하기 위해 2016년부터 육산도에 폐쇄회로(CC)TV와 무인센서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갈매기가 3월 말 국내 번식지에 도착해 4월 중순~5월 초순 산란을 시작하는 걸 알아냈다. 이렇게 태어난 새끼가 25~27일 만에 부화해 7월 말 번식지를 떠나는 등의 번식 과정도 확인했다.

특히 올해엔 원격 조정, 실시간 영상 전송 기능을 추가로 마련하면서 이들 갈매기의 상태와 행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새끼 움직임이 둔화하거나 걸음걸이가 불편한 등의 위급 상황이 포착되면 곧바로 연구진이 섬에 들어가 안전한 걸 확인한 뒤 둥지로 돌려보냈다.

전남 영광군 육산도에서 번식에 성공한 멸종위기 뿔제비갈매기 부모새와 새끼새(화살표 표시). 자료 환경부ㆍ국립생태원

전남 영광군 육산도에서 번식에 성공한 멸종위기 뿔제비갈매기 부모새와 새끼새(화살표 표시). 자료 환경부ㆍ국립생태원

또한 고해상도 사진을 분석해 올해 육산도에 찾아온 7마리가 작년에 찾아온 개체와 같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7마리 중 번식을 하지 않은 어른새(성조) 한 마리와 새끼 한 마리에 각각 개체 표식을 위한 가락지도 부착했다.

국립생태원은 기초 생태 연구와 함께 안정적인 번식을 거쳐 개체 수가 늘어날 수 있도록 서식지 보호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선 사람들의 간섭, 알 발생 단계에서의 폐사, 태풍, 같은 속인 큰제비갈매기와의 교잡 등으로 뿔제비갈매기가 번식에 실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육산도는 출입이 통제돼 일반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데다 번식 시기인 4~6월 태풍 피해가 없다. 아예 종이 다른 괭이갈매기와 함께 서식하고 있어 교잡 위험도 없는 등 서식ㆍ번식에 유리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유호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장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뿔제비갈매기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다. 국내 집단의 특성, 월동지까지의 이동 경로, 중국 번식 집단과의 관련성 등을 밝히기 위한 심층적인 생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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