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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리뷰] 코로나 블루로 힘들다면 자연에서 온 향기 한 방울을

중앙일보

입력

민지리뷰는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합니다.

스트레스로 찌든 일상에서 지금 당장 탈출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그런 순간 에센셜 오일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 폐 깊숙한 곳에서부터 끝도 없이 펼쳐진 라벤더 꽃밭이, 수만 송이 장미가 만발한 장미 정원이 펼쳐진다. 온 자연의 기운을 끌어모은 에센셜 오일이 가진 힘 덕분이다. 이 작은 한 방울에는 코로나 블루로 높아진 우울감을 덜어줄 묘안도 담겼다. 나처럼 전문 아로마테라피스트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마음을 다스리는 홈 테라피를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에센셜 오일

아로마 버너에 30mL 정도 물을 넣고 좋아하는 에센셜 오일을 한 두방울을 떨어뜨린 뒤 초를 켜면 방안 가득 은은하게 향이 퍼진다. [사진 임승현]

아로마 버너에 30mL 정도 물을 넣고 좋아하는 에센셜 오일을 한 두방울을 떨어뜨린 뒤 초를 켜면 방안 가득 은은하게 향이 퍼진다. [사진 임승현]

아로마테라피는 잘 알아도, 에센셜 오일은 생소한 사람이 많아요.

에센셜 오일은 시중에서 아로마오일 혹은 천연오일이나 아로마정유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어요. 아로마테라피의 기본이 되는 에센셜 오일은 식물에서 추출한 향기 물질이에요. 최근에 코로나 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에센셜 오일을 셀프로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홈 테라피가 유행하면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에서도 많이 볼 수 있게 됐고요. 다만 순수한 에센셜 오일을 사려면 아로마테라피 전문 브랜드의 오일을 선택하는 게 좋아요.

왜 꽂히게 됐나요.

평소 주변에서 ‘개코’란 말을 종종 들을 정도로 향에 민감한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향기를 다루는 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부모님이 유기농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한몫했고요. 어릴 적부터 ‘천연화장품’과 ‘천연비누’ 등을 썼는데 그때 어렴풋이 ‘아로마테라피'란 말을 들었어요. 제가 사용하는 화장품에서 발향하는 ‘천연의 향'이 바로 에센 셜오일이었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죠.
좀 더 본격적으로 에센셜 오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5년 전 조향을 배우면서부터에요. 조향 수업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향료를 접할 수 있었어요. 수업 내용 중에 한 가지 꽃을 정한 후 그 꽃의 향을 만드는 교육과정이 있었어요. 장미의 향기와 유사하게 향료로 만든 것과 장미 꽃잎에서 추출한 앱솔루트의 향기를 비교해서 시향을 해보았어요. 그때부터 에센셜 오일의 향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이것을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코로나 19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많은 사람이 집안 꾸미기에 관심을 갖게 된것 같아요. 에센셜 오일을 잘 이용하면 집안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바꿀 수 있어요. 향기 인테리어라고 하죠. 0.5g도 안 되는 적은 양으로 집안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으니 얼마나 효과적인 방법이겠어요. 또 코로나 블루로 우울감이 높아진 사람들에게 지금 너무나 필요한 것이기도 해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안정감을 높여주는 에센셜 오일을 발향할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저의 라이프스타일에 어우러질 수 있었던 것은 인위적으로 만든 향이 아니란 점에서였어요. 자연에 뿌리를 내린 삶을 동경하는 사람이라면 식물에서 추출한 향에 만족하실 거라 생각해요.

에센셜 오일을 블랜딩하기 위해 직접 만든 오르간(거치대)에 에센셜 오일이 놓여있다. [사진 임승현]

에센셜 오일을 블랜딩하기 위해 직접 만든 오르간(거치대)에 에센셜 오일이 놓여있다. [사진 임승현]

좋은 에센셜 오일을 고르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단순히 향기를 즐기는 것을 넘어 아로마테라피 효과를 얻고 싶다면 꼭 순수한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세요. 간혹 에센셜 오일이라고 판매하지만 막상 향을 맡아보면 합성 향료와 섞이거나 계면활성제 혹은 값싼 오일, 알코올 등을 섞은 제품이 있어요. 이런 제품은 아로마테라피 효과가 전혀 없어요. 살 때 반드시 식물의 학명, 추출 부위나 원산지 등이 적혀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원산지에 따라 향의 차이가 크기도 하답니다. 예를 들어 로즈마리의 원산지에 따라 주요 화학성분이 달라져요. 구성하는 화학성분에 따라 아로마테라피 효과도 다르죠. 또 다른 예로 멸종위기종인 샌달우드는 원산지가 인도네시아인지, 호주인지에 따라 미세하게 향이 달라요. 또 햇빛을 받으면 쉽게 산화되니 꼭 차광 유리병에 들어있는 오일을 구매해야 해요. 가끔 잘못된 병에 담으면 뚜껑이 녹아 있는 경우도 있으니 꼼꼼히 살펴보세요.
어떤 부분을 살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아무래도 아로마테라피스트가 운영하는 곳의 제품을 구매하는 방법이 안전하겠죠? 우리나라 브랜드 중에는 아로마티카, 영국 아로마테라피스트 로버트 티저랜드가 운영하는 ‘티저랜드 아로마테라피', 호주 아로마테라피스트 살바토레가 론칭한 ‘퍼팩트 포션' 등이 있겠네요.
또한 자연에서 유래했으니 전혀 무해하고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 건 아니에요. 개인의 상태에 따라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으니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팔꿈치 안쪽에 패치테스트를 해보는 것을 권해드려요.

어떻게 쓰나요.

에센셜 오일은 보통 10㎖ 용량으로 판매됩니다. 워낙 고농축이라 10㎖만으로도 충분히 오랜 시간 즐길 수 있어요. 매일 같은 오일을 사용하지 않다 보니 내 경우는 2년째 사용 중인 오일도 꽤 많아요. 같은 오일을 매일 2방울씩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약 6개월은 정도 사용할 수 있어요. 아로마 버너가 있다면 따뜻한 물에 에센셜 오일 3방울 정도를 떨어뜨려서 사용해보세요. 방안 가득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방의 공기를 바꿔줍니다.
물 100㎖ 정도에 에센셜 오일 2~3방울 정도를 떨어뜨려 스프레이에 넣고 흔든 다음 드레싱룸이나 신발장에 뿌려주면 살균 효과와 함께 방향 효과도 누릴 수 있어요. 아로마스톤에 한두 방울 떨어뜨려 차에 두면 방향제 대신 사용할 수도 있어요.

가장 자주 사용하는 에센셜 오일들이다. 구매한 회사와 업체가 모두 다르다. [사진 임승현]

가장 자주 사용하는 에센셜 오일들이다. 구매한 회사와 업체가 모두 다르다. [사진 임승현]

올바른 보관법은요.

에센셜 오일은 빛과 공기에 자주 노출될수록 산화 속도가 빨라져요. 그러므로 꼭 자외선이 차단되는 짙은 색깔의 유리병에 든 채 보관해야 해요. 대부분 실온에서 보관하면 무방하지만 너무 더운 여름에 실내온도가 30도 이상 올라간다면,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병을 오픈한 후에는 그 병에 오픈 날짜를 적어두는 것도 사용기한을 확인하기 위한 좋은 팁이 될 수 있겠네요.

가격이 비싸다고 알고 있어요.

맞아요. 브랜드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유럽의 A브랜드의 5㎖ 용량의 불가리안 로즈 에센셜오일은 무려 약 65만원 가까이해요. 1000kg의 장미꽃잎에서 1kg의 에센셜오일을 추출된다니 비쌀 만하죠. 그렇다고 모든 에센셜 오일이 손 떨리는 가격은 아니에요. 제가 자주 사용하는 에센셜 오일 중에 맡기 좋으면서 아로마테라피 효과도 무난한 오일로 라벤더나 스위트 오렌지, 유칼립투스, 로즈마리 등은 가격이 착해요. 10㎖ 기준으로 1만원대 후반에서 2만원대 초반이면 충분히 좋은 에센셜오일을 구매할 수 있어요. 심지어 합성 향으로 만들어진 디퓨저보다도 저렴해요.

에센셜 오일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을까요.

가장 흔한 경우가 에센셜 오일을 바로 피부에 바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마치 향수처럼 손목이나 귀밑에 톡톡 떨어뜨리는 분들도 있는데,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는 게 좋아요. 에센셜 오일은 다량의 식물에서 추출한 고농축 오일이기 때문이에요. 피부에 바르려면 호호바오일이나 크림 등에 희석해 사용하시는 걸 권해요.
수증기 증류를 통해서 향을 흡입할 때는 눈의 점막에 자극이 될 수 있으니 되도록 두 눈을 감고 향을 음미해주세요. 잘못하다간 몇 분 동안 눈물을 쏟을 수도 있어요.

알코올에 오일을 한 방울씩 넣고 분무기에 담으면 나만의 룸스프레이가 된다. [사진 임승현]

알코올에 오일을 한 방울씩 넣고 분무기에 담으면 나만의 룸스프레이가 된다. [사진 임승현]

아로마테라피스트로서 상황별로 추천하는 향이 있을까요.

아침에는 페퍼민트와 로즈마리 오일을 써보세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요가로 하루를 시작해요. 이때 아로마 버너에 페퍼민트와 로즈마리 에센셜 오일을 1~2방울씩 블랜딩해 곁에 둡니다. 페퍼민트의 멘톨 성분과 로즈마리의 1.8시네올 성분이 졸린 눈을 뜨게 도와줘요. 잠이 깨면서 스트레칭을 할 때 숨이 시원하게 쉬어지게 해줘요. 활기찬 아침을 여는 잘 어울리는 조합이에요.
날씨가 서늘해지는 가을에는 라벤더와 패출리 에센셜 오일을 한 방울씩 블랜딩해서 사용해보세요. 소이캔들에 한 방울 씩 떨어뜨려서 사용하면 방안에 가을이 펼쳐져요. 몸의 긴장이 풀리고 스트레스도 사라지죠. 머릿속에 번잡스러운 생각이 사라지면서 차분하게 만들어 주거든요. 늦은 저녁에 사용하면 꿀잠을 부르는 천연 수면제 역할을 해요.
코로나 블루로 우울감이 엄습하는 이런 시기에는 제라늄과 버가못을 함께 사용해보는 것도 좋아요. 제라늄 한 방울에 버가못 두 방울 정도를 알코올에 섞어서 공기 중에 분사해주면 기분이 날아갈 듯 화사해져요.

요즘은 여러 향을 섞어 복합적인 향을 내는 게 트렌드잖아요. 한 가지 향을 계속 맡으면 지겨워지기도 하고요. 이럴 땐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단일 에센셜 오일을 여러 종류 사서 나만의 블랜딩 오일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두 가지에서 최대 세 가지 정도의 향을 조합해 보세요. 아로마테라피에 대해 잘 몰라도 가능한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유칼립투스와 로즈마리, 레몬과 그레이프 푸릇처럼 유사한 향끼리 함께 블랜딩해보세요. 가벼운 향부터 무거운 향으로 한 가지씩 조합해볼 수도 있어요. 차광 유리병에 세 가지 정도의 오일을 원하는 비율에 따라 블랜딩해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한두 방울 씩 떨어뜨려 쓰는 거예요. 나만의 블랜딩 오일을 만드는 거죠.
이렇게 미리 만들어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에센셜 오일끼리 서로 어우러지면서 향도 더 그윽해집니다. 하지만 게으르기도 하고, 매번 나에게 필요한 향기가 달라지다 보니, 미리 소분해서 블랜딩하기보다 각각의 에센셜 오일을 아로마 워머에 한두 방울씩 떨어뜨려 사용하게 되네요.  포도씨 오일 같은 캐리어오일이나 배스 솔트에 희석해서 족욕할 때 쓰기도 하고요. 요즘은 아로마테라피의 효능별로 블랜딩된 에센셜 오일 제품을 판매하는 아로마테라피 전문 샵도 많아요. 아로마티카에서는 ‘시너지 오일’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에센셜오일을 블랜딩해서 판매해요.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코로나 19로 어느 때보다 건강에 관심이 높아진 요즘,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독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요. 상큼한 레몬 향이나 달콤한 오렌지 향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요. 향기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감정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강한 힘이 있어요. 앞이 보이지 않는 혼란한 상황에서 기분을 끌어 올려주고 마음을 보듬어 주는 자연의 향기, 한 방울의 에센셜 오일에 담겨 있답니다. 나의 감정과 호흡에 자연에서 유래한 건강함을 채워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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