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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덕 '수퍼리치' 된 모더나 회장 “백신 제조법 공유 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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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공동설립자 누바 아페얀(59) 회장이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A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공동설립자 누바 아페얀(59) 회장이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A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매사추세츠에 기반을 둔 제약사 모더나의 누바 아페얀(59)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장이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늘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직접 생산하는 것”이라며 “(개발도상국 등에) 백신 제조법을 공유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11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모더나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아페얀 회장은 이날 자신이 설립에 참여한 국제 인권상인 ‘오로라 인도주의 이니셔티브’ 행사 참석 차 이탈리아를 방문해 AP통신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회사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제조 기술을 공유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 결과, 2022년도 자체 생산량을 확장해 수십만 회분의 추가분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더나 경영진들은 회사의 자체 생산량을 늘리는 게 글로벌 공급량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백신 제조 기술을 공유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팬데믹 기간에는 코로나 백신 생산과 관련된 모더나의 특허권 침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우리는 세계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면서다.

“모더나, 내년 10억→30억 회분 증대”

미 매사추세츠 기반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미 매사추세츠 기반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 등 유엔 산하 보건 기구들은 모더나에 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제조법을 공유하라고 압박해왔다. 아페얀 회장은 “향후 6개월에서 9개월 내에 고품질 백신을 생산하는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자체 생산”이라며 WHO의 기술 이전 요청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모더나는 지난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생산량을 ‘제로(0)’에서 10억 회분으로 만들었다”며 “우리는 2022년 10억 회분에서 30억 회분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었다면 우리가 2022년에 확실히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기간에 의미있는 생산량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제조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10년 간 25억 달러(약 2조 9900억원)를 투자했다고 알려졌다.

모더나가 저소득 국가보다 주로 미국 등 부유한 국가들에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아페얀 회장은 “미국은 팬데믹 초반 계약을 진행했다”며 “미 정부와 협력을 통해 상당한 규모를 (간접적으로) 가난한 국가들에게 공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미국은 물론 유럽에도 많은 양의 백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저소득국 차별 논란엔 “미·유럽 통해 지원”

한 임신부가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지난 5월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한 임신부가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지난 5월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더나는 글로벌 백신 협력체제인 코백스(COVAX)를 통해서는 올해 5월 5억 회분의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올해 안으로 4000만 회분에 대한 공급이 먼저 시작되고, 나머지는 내년에 순차로 배분될 예정이다. 아페얀 회장은 이번 일정에서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도 예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페얀 회장에게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아르메니아계 이민자 출신인 아페얀 회장은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400인’ 목록에 올해 처음으로 이름(212위)을 올리기도 했다. 모더나 백신의 전세계적인 수요 폭증으로 올해 순자산은 37억 달러(약 4조 4300억원)로 추산됐다. 아페얀 회장 뿐 아니라 초기 모더나 투자자인 티모시 스프링거, 공동 설립자인 로버트 랭어 메사추세츠 공과대 교수도 각각 44억 달러(5조 2700억원), 35억 달러(4조 1900억원)로 ‘수퍼 리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백신 수요는 계속…WHO 자문단 “고령층 부스터샷”

모더나가 내년 백신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전세계 백신 수요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WHO의 예방접종에 관한 전략자문그룹(SAGE)은 11일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들에게 WHO가 승인한 백신에 대해 3차 접종(일명 부스터샷)을 시행해야 한다”는 권고를 냈다. 지난 4일 전문가 그룹 회의에 따른 것이다.

SAGE는 다만 “각국은 세번째 접종을 실시하기 전에 해당 인구의 2차 접종 범위를 최대한 높이고, 이후 고령층부터 순차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선 “7월 이후 가장 심각한 중증 코로나19 환자 5명 가운데 1명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임신부”라는 조사 결과도 새롭게 나왔다. 11일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16~49세 여성  환자 가운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폐손상이 심각해 인공호흡기 외에 체외막산소화 치료법(ECMO·에크모)을 도입해야 했던 이들의 3분의 1이 임신한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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