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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더 모닝'] "윤석열은 스승님 제자가 아니다"고 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천공스승'. [중앙포토, 유튜브 화면 캡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천공스승'. [중앙포토, 유튜브 화면 캡처]

 안녕하세요? 오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천공스승'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2년여 전에 기자와 취재원 관계로 만나 가끔 연락하며 지내는 한 대학교수가 ‘정법강의’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그는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언쟁에 등장한 ‘천공’이라는 인물을 ‘스승님’이라고 부릅니다. 그의 소개로 그 천공이라는, 도인처럼 생긴 남성이 이야기하는 ‘정법강의’ 동영상을 유튜브로 몇 차례 봤습니다. 이 대학교수는 ‘스승님’을 자주 대면한다고 했습니다. 그가 말한 몇몇 일화를 근거로 저는 그가 ‘천공스승’의 가르침을 직접 받는 모임의 구성원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윤 전 총장과 ‘스승님’의 관계에 관해 물었습니다.

-윤 전 총장과 ‘천공스승님’은 서로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김건희씨(윤 전 총장 부인)가 기획에 관여한 자코메티 전시회(※이 전시회는 2017년 말에 시작해 2018년까지 진행)에 스승님과 몇몇 제자들이 갔습니다. 그날 식사 자리에 김건희씨가 참석했습니다. 스승님이 그 전부터 김건희씨를 알고 있었고 그 이후에도 인연을 이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이 ‘스승님’을 직접 알게 된 것은 언제인가요?
“정권과의 대립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때(※‘조국 사태’ 발생 이후를 의미) 윤 전 총장이 김건희씨와 함께 스승님을 만났고, 이후에 종종 대면한 것으로 압니다.”

-그러면 요즘도 '스승님'과 윤 전 총장의 만남이 계속되고 있습니까?
“한참 전에 만남이 끊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추미애 전 장관과 윤 전 총장의 갈등이 고조됐을 때 스승님께서 가급적 직접 만나지는 말자고 해서 이후에는 가끔 통화만 했다고 합니다. 스승님과의 만남이 윤 전 총장 공격의 소재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로는 통화도 끊긴 것으로 압니다.”

-윤 전 총장이 ‘스승님’의 제자입니까? ‘스승님’이 윤 전 총장의 멘토입니까?
“제자가 아닙니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데 어떻게 제자가 될 수 있습니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정치판에 뛰어들 무렵에 스승님이 ‘정법강의’를 통해 그가 가야 할 길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했습니다. 기존 정치 세력에 편입되지 말고 독자적인 길을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세력’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에 입당했습니다. 스승님의 뜻에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결코 제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스승님은 그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스승님'과 제자들이 만나는 장소에 김건희씨가 온 적이 있습니까?
“자코메티 전시회 때 말고 본 적은 없습니다. 스승님의 가르침은 동영상을 통해서도 충분히 접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윤 전 총장과 ‘천공스승’은 한때 통화나 대면으로 비교적 자주 접촉했으나 윤 전 총장이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돌입했을 무렵부터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것입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천공스승’과 관련한 질문에 ‘무속인’이라는 단어를 썼고, 일부 언론은 그를 겨냥해 역술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역술을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기복신앙적 요소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나를 믿으면 복을 받는다”는 식은 분명히 아닙니다. 정법, 도반 등의 불교적 용어를 사용하는데 승려는 아닙니다. 천도교에서 말하는 선천, 후천의 개념을 사용합니다. 정체성 규정이 어렵습니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도사형 구루’쯤 되는 것 같습니다.

‘천공스승’은 17년 동안 신불산에서 홀로 수행하며 자연과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스승님'이 가는 곳에 특정한 형태의 구름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는 합리성에서는 많이 벗어난 이야기입니다. 윤 전 총장이 강조하는 ‘상식’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제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 첫 토론회에서 ‘천공스승’이 다시 거론됐습니다. 윤 전 총장은 “연락 딱 끊었다”고 말했습니다. 관련 기사를 보시죠.

유승민 “천공스승 어떻게 아나” 윤석열 “연락 딱 끊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선 경선 후보들이 11일 오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유승민 후보, 이 대표, 홍준표·윤석열 후보. 2차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 4명은 이날 광주에서 첫 합동토론회를 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선 경선 후보들이 11일 오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유승민 후보, 이 대표, 홍준표·윤석열 후보. 2차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 4명은 이날 광주에서 첫 합동토론회를 했다. [뉴시스]

 11일 호남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 첫 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또다시 ‘미신 논란’을 둘러싸고 거친 설전을 벌였다.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가나다순) 등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4명은 이날 오후 광주에서 합동토론회를 가졌다. 지난 8일 2차 컷오프에서 4강으로 압축한 뒤 열린 첫 토론회다.

토론에서 윤 전 총장과 유 전 의원은 유튜버 ‘천공스승’과 윤 전 총장의 관계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천공스승은 유튜브에서 ‘정법’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는 인물로 앞서 언론 인터뷰 등에서 자신이 윤 전 총장의 검찰총장 사퇴에 대해 “정리할 시간이 될 것이라고 코칭해 줬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이분 유튜브를 몇 개 봤는데 황당했다”며 “‘손바닥이 빨간 이유가 에너지가 나가기 때문이고 이걸로 암 환자가 피를 토하고 암이 나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어떻게 알게 됐느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이분이 영상 올린 게 1만 개가 되는데 말씀하신 걸 제가 믿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저는 27년간 법조계에서 칼 같은 이성과 증거, 합리에 의해 의사결정을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이 “어떻게 알게 됐느냐”고 재차 묻자 윤 전 총장은 “과거 어떤 분이 ‘재밌는 유튜브가 있다’고 해 부인과 같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유 전 의원은 “이런 황당한 사람이 ‘멘토’라며 헛소리하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계속 따졌다. 윤 전 총장은 “그런 말이 언론 통해 나오자마자 ‘이건 아니다’ 해서 그 이후 연락을 딱 끊었다”고 했다.

윤 전 총장 부인이 연루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유 전 의원이 한 언론사 칼럼을 인용하며 “지금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꼴 난다’고 한 걸 봤느냐”고 묻자 윤 전 총장은 말을 끊어가며 “무슨 그런 말씀을 하느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홍준표 의원은 전술핵 재배치 및 나토(NATO)식 핵 공유와 관련해 윤 전 총장과 설전을 벌였다. 홍 의원은 전술핵 재배치 찬성인 반면 윤 전 총장은 반대 입장이다. 홍 의원이 “북한 핵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핵이 없어지느냐”고 묻자 윤 전 총장은 “비핵화를 전제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하에 북한을 압박하는 것과 (둘 다 핵을 보유하고 협상하는 건) 다르다”고 답했다. 홍 의원이 “최근 미국 전문가들도 ‘한국 핵 보유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고 주장한다”고 반박하자 윤 전 총장은 “미국 정부 공식 입장은 아직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엄격히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윤 전 총장을 향해 “평생 살면서 진짜 가난한 사람과 생활을 같이해본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은 “고시 공부할 때 정말 가난한 친구들과 (함께 지냈다)…. 생라면(을 먹었다)”이라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이날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를 마친 뒤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대장동 게이트 특검’을 촉구하는 도보 1인시위를 벌였다. 이 대표는 “지금 당장 민주당이 특검을 받지 않을 경우 이는 이재명 후보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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