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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원웅 부친 자필공적서, 사료와 달랐다…보훈처 비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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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가보훈처가 김원웅 광복회장 부친의 독립운동 진위를 규명할 자필 공적서 2건을 발굴하고도 공적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회장 부친을 둘러싼 ‘가짜 광복군’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해당 공적서에는 국가기관의 사료와 배치되는 내용이 기재돼 있어 논란을 키울 소지가 있다.

앞서 지난 7월 보훈처는 독립유공자 공적검증위원회를 열고 가짜 논란이 불거진 김 회장 부모의 독립유공자 자격을 계속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정부 안팎에선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봤다면 어떻게 조사했고 그 근거가 무엇인지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보훈처는 자필 공적서와 같은 핵심적인 증거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중앙일보 7월 21일자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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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선 김원웅 광복회장의 사전 녹화된 기념사를 틀었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은 김 회장 부친 고 김근수(1949년 개명 전 이름 김차돌)씨의 '가짜 광복군' 의혹과 관련해 새롭게 발견된 김씨의 자필 공적서 2건을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로부터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김씨는 국가기관 사료와 배치되는 공적(1942년 5월, 광복군 제1지대 제2구대장 임명)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KBS 화면 캡처

지난 8월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선 김원웅 광복회장의 사전 녹화된 기념사를 틀었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은 김 회장 부친 고 김근수(1949년 개명 전 이름 김차돌)씨의 '가짜 광복군' 의혹과 관련해 새롭게 발견된 김씨의 자필 공적서 2건을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로부터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김씨는 국가기관 사료와 배치되는 공적(1942년 5월, 광복군 제1지대 제2구대장 임명)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KBS 화면 캡처

11일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에 따르면 보훈처는 국사편찬위원회로부터 김 회장 부친인 고(故) 김근수씨(1949년 김차돌에서 개명)가 작성한 자필 공적서 2통(원본)을 이관받았다. 윤 의원실은 최근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발견한 이 공적서들의 사본을 입수했다.

두 공적서는 김씨가 각각 1965년 11월1966년 3월에 당시 총무처 장관 앞으로 보낸 것이다. 김씨의 자필 공적서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보훈처는 공적 심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적서상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선 과거의 ‘행정 착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자필 공적서인 만큼 그런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자료”라면서 “보훈처가 이런 중요한 자료를 확보하고도 왜 공개를 안 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원웅 광복회장 부친인 고 김근수씨가 1965년 11월(위)과 1966년 3월(아래)에 당시 총무처 장관 앞으로 보낸 자필 공적서 사본. 원본은 국가보훈처가 국사편찬위원회로부터 이관받았다. 필체가 다른 두 공적서에는 "1942년 5월, 광복군 제1지대 제2구대장 임명"이란 국가기관 사료와 배치되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

김원웅 광복회장 부친인 고 김근수씨가 1965년 11월(위)과 1966년 3월(아래)에 당시 총무처 장관 앞으로 보낸 자필 공적서 사본. 원본은 국가보훈처가 국사편찬위원회로부터 이관받았다. 필체가 다른 두 공적서에는 "1942년 5월, 광복군 제1지대 제2구대장 임명"이란 국가기관 사료와 배치되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

그런데 두 공적서에는 기존 사료와 배치되는 내용이 공적으로 적혀 있다. 김씨는 두 공적서에서 공히 “1942년 5월, 광복군 제1지대 제2구대장 임명”을 공적으로 제시했는데, 국사편찬위원회가 발간한 『한국독립운동사 5권』에선 이소민(李蘇民·이명은 이경산)이 구대장으로 나온다. 또 편제표에는 구대원 중에 김근수는 물론 김씨가 주장한 이명(김석, 왕석 등)도 보이지 않는다.

임시정부 군무부장을 지낸 조성환의 군사보고서(1942년 10월 27일자)에도 같은 내용의 편제가 나온다. 이는 보훈처가 공훈전자사료관에 올린 『독립운동사 제4권』(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 1972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보훈처는 “지난 7월 공적검증위 당시 해당 내용의 실제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자료의 한계 등으로 객관적으로 규명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서훈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보훈처의 공훈전자사료관에 올라온 『독립운동사 제4권』(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 1972년)에는 광복군 제1지대 제2구대장으로 이소민(李蘇民)이 구대장으로 나온다. 또 편제표에는 구대원 중에 김근수는 물론 김씨가 주장한 이명(김석, 왕석 등)도 보이지 않는다. 공훈전자사료관 캡처

국가보훈처의 공훈전자사료관에 올라온 『독립운동사 제4권』(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 1972년)에는 광복군 제1지대 제2구대장으로 이소민(李蘇民)이 구대장으로 나온다. 또 편제표에는 구대원 중에 김근수는 물론 김씨가 주장한 이명(김석, 왕석 등)도 보이지 않는다. 공훈전자사료관 캡처

특이하게도 한자로 쓰인 두 자필 공적서는 필체가 확연히 다르다. 둘 중 하나를 대필하거나 둘 다 대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보훈처는 “포상 신청 시 자필 작성이 필수 사항이 아니다”며 “필적 감정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공적서상 주소지도 또 다른 규명 대상으로 지목한다. 두 자필 공적서상 주소는 ‘서울 마포구 대흥동 13-29호’인데, 이는 1963년에 작성된 김근수 명의의 최초 공적조서상 주소지(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산 18)와 다르다. 63년 정부 당국이 작성한 '대통령 표창자' 공적조서에선 김근수씨가 이미 당시에 작고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김원웅 회장이 보훈처에 제출한 주민등록표(1962년 6월 8일 작성)에는 63년 공적조서에 나오는 ‘대현동 산 18’에 사선을 긋고 ‘대흥동 13-29호’가 기재돼 있다. 이와 관련, 김 회장 측은 “두 주소가 동일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5월 12일 이형진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장이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 앞에서 김원웅 광복회장 부모 광복군 복무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12일 이형진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장이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 앞에서 김원웅 광복회장 부모 광복군 복무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김 회장 부모의 가짜 광복군 의혹을 추적해온 이형진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장은 “지적도상 두 주소는 160m 이상 떨어진 장소로 전혀 다른 곳”이라면서 “주민표 자체를 위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보훈처는 공적 심의 결과를 밝히면서 김 회장 측 주장을 사실로 인용했다.

윤 의원은 이런 논란과 관련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선 검증 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이 기본인데, 보훈처가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는 것은 국민적 혼란을 부추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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