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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공사가 부동산 장사? 말이 되나" 대장동 꼬집은 교수

중앙일보

입력

성남도시개발공사. 이가람 기자

성남도시개발공사. 이가람 기자

“기초자치단체의 지방개발공사가 왜 부동산 장사를 하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에 대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임도빈 교수의 지적이다. 차기 정부의 ‘예산제도 개혁안’을 내놓은 임 교수는 지자체에서 앞다퉈 만드는 ‘개발공사’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예산 규모가 작은 시청 수준에서 개발공사라는 것이 생겨난 뒤로 사업을 해보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대장동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면서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한 가운데에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공식 홈페이지에 ‘성남시가 100%로 출자한 공기업으로 성남시와 도시 공영개발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공영주차장, 체육시설, 도서관, 교통정보시스템, 중앙지하도 상가 관리 등 성남 시민이 좀 더 편안하고 풍요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기초단체는 주민 삶에 중점 둬야”

지난 5일 연구실에서 만난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정희윤 기자

지난 5일 연구실에서 만난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정희윤 기자

2020년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거의 절반인 104곳의 재정 자립도가 20% 미만이며 이는 큰 사업을 벌이기에 역부족이라는 게 임 교수의 지적이다. 임 교수는 “적어도 기초 자치단체는 주민 전체를 위한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접 지역에 파급효과가 높은 지역 경제 정책이나 지역 개발 문제는 기초 자치단체보다는 광역자치단체나 중앙 정부가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시행하는 경영평가에 대해서도 임 교수는 강하게 비판했다. 행안부는 매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를 통해 지방 공공기관을 다각도로 평가하고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지난 2017년과 올해 행안부 경영평가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예산이었다면 ‘민간 물타기’ 못해”

이재명 열린캠프 대장동 TF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장동은 국민의힘 측과 결탁한 민간 토건세력이 민간개발을 주도했다”며 “검찰과 경찰이 국민의힘-토건 게이트 당사자들을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열린캠프 대장동 TF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장동은 국민의힘 측과 결탁한 민간 토건세력이 민간개발을 주도했다”며 “검찰과 경찰이 국민의힘-토건 게이트 당사자들을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임 교수는 ‘민관합동개발 방식’에 대해 “만약 정부 예산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부동산을 개발했더라면, 단계마다 주민의 의견이 투입돼야 하고 그에 따른 수입 지출 자료가 모두 남을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민간 물타기’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치에도 돈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중앙 정부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법제화하고 그 지출단계를 투명하게 운영하면, 편법적이거나 우회적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기존의 관행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통령 공약 추진할 ‘통치예산’ 만들자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이명박 정권 당시 추진됐던 4대강 사업의 전반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했다. 김성태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이명박 정권 당시 추진됐던 4대강 사업의 전반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했다. 김성태

임 교수는 ‘예산 제도 개혁’에 나랏돈에서 일정 비율을 법제화해 대통령이 원하는 용도로 쓰도록 하는 ‘통치예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예로 들었다. 당시 이 사업에 대해 국회, 국민, 학자들의 의견이 모두 엇갈렸다. 임 교수는 “대통령으로서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공약(空約)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에 예산을 통하지 않고도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했다”며 “그래서 (이 전 대통령은) 사업의 규모를 축소하고 수자원 공사를 통해 돈을 조달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찬반이 극심한 사안에 대해서 대통령이 소신 있게 하고 싶은 사업이라고 하면, 예산 내에서 추진할 수 있게끔 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임 교수는 정부 일반 예산의 10%를 예시로 제안했지만, 이 비율에 대해서는 여야가 합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정부의 돈 흐름은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기만 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종이 결재 서류로 현재는 정보 시스템으로 디지털화되어 영구 삭제나 수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권력자가 이 예산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임 교수는 “모든 내용을 전산 시스템에 남기도록 강제하고 누구나 실시간 접근이 가능하도록 투명하게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모든 예산의 편성과 지출 상황 일반인이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으면 제일 좋지만, 어렵다면 연구자나 일정 범위의 공직자에게만이라도 허용하는 것이 예산 합리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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