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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자 김만배-변호사 남욱, 그들은 어떻게 '대장동 깐부'가 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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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피의자 신문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피의자 신문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대장동 프로젝트의 핵심 투 플레이어는 김만배 씨(화천대유 지분 100% 보유)와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자)다. 11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김만배씨는 화천대유 사업수익과 천화동인 1호 배당금 등을 합해 최소 6000억원 이상을 챙겼거나 챙길 예정이었고,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배당금으로 약 1000억원을 받았다.

대장동 프로젝트는 서강대 출신(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과 성균관대 출신(이성문 화천대유 전 대표, 고재환 성남의뜰 대표)이 양대 축이 돼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했는데 남 씨는 서강대의 리더이고, 김 씨는 성대라인을 이끌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씨와 남 씨는 '깐부(딱지치기 등을 할 때 같은 편을 의미하고 딴 딱지를 공동 관리하는 멤버,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출신학교도 다르고 하는 일의 결도 완전히 달랐던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고 깐부까지 됐을까.

 김현서 기자 kim.hyeonseo12@joongang.co.kr

김현서 기자 kim.hyeonseo12@joongang.co.kr

두 사람이 알고 지내기 시작한 건 2010년 전후다. 남 씨와 친했고, 남 씨 사업에 초기부터 투자했던 천화동인 7호 소유주가 둘 사이를 연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 관계였던 김 씨와 남 씨가 '깐부'가 된 건 2014년 말경이다. 당시는 남 씨의 대학 후배인 정영학 회계사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프로젝트 시행사인 성남의뜰 지분의 '50%+1주'를 보유, 토지강제수용권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구도가 확정될 때이다.

토지강제수용권 확보에 따라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기반이 갖춰졌는데, 당시 남 씨는 '변호사법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2009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장동 사업에서 손을 떼게 '작업'을 해주는 조건으로 당시 대장동 민간개발사업을 추진하던 사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다. 남 씨는 2009년부터 대장동에서 이른바 '지주작업'을 하며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14년 검찰의 수사가 가속화하자 남 씨는 법과 관련해 변호사인 자신의 능력을 훨씬 능가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 필요했고, 그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으로 법조기자를 오래 한 김 씨를 영입해 '깐부'가 됐다는 게 복수의 대장동 프로젝트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때까지만해도 '주도권'은 남씨가 잡고 있었는데 2015년 6월 남 씨가 구속기소 돼 구치소에 가면서 상황은 다시 변한다.

2015년 2월에 대장동 프로젝트 입찰공고가 뜨고 3월에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6월 천화동인 설립, 7월 성남의뜰 법인 설립 등 남 씨 구속 전후는 대장동 프로젝트의 가장 핵심적인 업무가 확정되는 시기였다. 결국 구치소에서 이런 일을 하기 힘든 남 씨를 대신해 김씨가 사업 주도권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랬던 김 씨와 남 씨 사이가 틀어진 건 약 2년 전이다. 당시는 최근 분양한 판교 SK뷰 테라스와의 모든 수익이 사실상 확정된 때였는데, 수익 배분을 놓고 이견이 생겼다는 것이다. 천화동인 수익금은 각자의 몫이고, 화천대유 수익금을 '공통 경비'로 쓰기로 대장동 '동업자' 간에 약속이 돼 있었는데 서로 자신들이 경비를 많이 썼다고 주장하면서 사이가 멀어졌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녹취록 등에 나온다는 '50억 클럽'의 경우 그 돈을 실제 줬는지 확인이 불가능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남씨는 이런 '배분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지난 8월 말에 귀국했고, 실제 관련 일 처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언론을 통해 대장동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9월 중순 경 타고 다니던 포르쉐 차 등을 팔고 서둘러 미국으로 도피했다고 한다.

경제민주주의21의 김경율 회계사는 "대장동 프로젝트에서 유난히 수원지검에 있었던 법률 인들의 이름이 많이 오르내리는데, 김 씨와 남 씨가 깐부가 된 사연이 사실이라면 법률 인들과 관련한 궁금증이 해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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