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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배형 말 들어" 이랬던 유동규 "천화동인 1호는 내 거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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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이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56)씨를 11일 소환해 조사했다. 김씨는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이며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실소유주란 의혹이 제기된 자회사 천화동인 1호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화천대유·천화동인 1~7호 전체 지분의 44.2%를 보유하고 지난해 말까지 1885억원을 배당받았다. 유 전 본부장에게 올해 1월 뇌물 5억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천화동인 실소유주는 바로 저”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여러 의혹은 수익금 배분을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특정인이 의도적으로 녹음하고 편집한 녹취록 때문”이라며 정영학 회계사(지분율 16.0%, 배당금 644억원)가 지난달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유 전 본부장 측근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가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는 내 거야. 내가 차명으로 맡겨 놓은 거야’라고 말했다”고 밝힌 점을 근거로 차명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12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에서 피의자 신문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경기 성남시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12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에서 피의자 신문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金은 양XX” 남욱에 유동규 “만배형 말 들어. 판 깨면 니들 끝이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변호사는 9일 검찰에 낸 자술서에서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0월 남욱 변호사(24.9%, 1007억원)의 유원홀딩스 투자금 20억원에서 우선 이혼 위자료와 재혼녀의 집을 구할 돈을 빌려달라면서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이 1200억원가량인데 세금 내고 해도 1000억은 남을 거다. 만배형이랑 돈 받아 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2월 “김만배로부터 700억을 받기로 최종적으로 합의했다. 곧 받을 거다”라고도 했다고 적었다.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 대장동 개발이익 중 700억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주기로 약속했다”는 정영학 녹취록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정 변호사의 자술서에는 유 전 본부장이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가 대장동 이익 배분을 놓고 갈등을 빚자 김씨를 감싸는 대목도 포함돼 있다.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6월 수원의 술집에서 남욱 변호사가 “김만배는 양XX”라고 욕하자 “왜 만배형 얘기를 안 듣냐. 만배형 말 듣고 싸우지 말라”며 “내가 판 깨면 니들 모두 끝이야”라며 경고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이날 조사 전후 기자들과 만나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는 바로 나”라며 차명 의혹을 거듭 부인하며 “만약 유동규가 주인이라면 저에게 찾아와 돈을 달라고 하지 왜 정 변호사에게 돈을 빌렸겠나”고 반박했다. 녹취록에서 “천화동인 1호는 그분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선 “내 쪽으로 더 이상 (남욱·정영학이 관련된) 구사업자 갈등이 번지지 못하게 하려는 차원에서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화천대유 김만배 소환, 주요 엇갈린 진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화천대유 김만배 소환, 주요 엇갈린 진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만배 “정영학, 2019년부터 녹취 알아…한 번도 진실된 대화 안 나눠”

김씨는 녹취록에 나온 고위 정치인·법조인, 성남시의장, 시의원 등에 대한 ‘350억 실탄’ 로비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정 회계사와) 각자 분담해야 할 비용을 과도하게 부풀리면서 사실이 아닌 말들이 오갔지만 불법적인 자금이 거래된 적은 없다. 검찰 수사에서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자금 입·출구를 철저히 수사하면 의혹은 해소될 것”이라고 하면서다.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인물 관계도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인물 관계도

김씨 측은 이날 별도로 “김씨가 화천대유 임직원 15명의 성과급 280억원 등 공동경비 분담을 요구하자 정 회계사가 ‘나도 고위직 5~6명에 50억원씩 인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자기가 말한 부분은 의도적으로 편집했다”며 녹취록의 신빙성을 공격하기도 했다. “정 회계사는 부동산 전문가로 대장동 사업구조를 설계했다는 이유로 자금 투자 없이 배당금 외에 아파트 분양 수익 200억원까지 이미 850억원을 챙겼다”라고도 폭로했다.

김씨는 12일 0시가 넘어 조사를 끝낸 뒤 “2019년부터 정 회계사가 대화를 녹음하는 걸 알고 있었다”며 “그와 한 번도 진실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씨가 별도로 화천대유에서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인출한 473억원이 로비에 사용된 건 아닌지도 추적하고 있다. 이 중 100억원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인척 관계인 분양대행업체 이모 대표에게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은 “사업 초기 경비로 빌린 돈을 갚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대법원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법 재판 선고 전후로 권 전 대법관을 여러 차례 방문해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데 “재판 관련은 얼토당토않은 얘기”라고 반박했다. “동향 선배라 저희 회사가 법조 관련 인수합병을 하려고 많이 자문받은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다.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을 화천대유 고문단으로 영입한 건 “그냥 저의 방어권 차원”이라고도 했다.

이같은 해명을 놓고도 현직 대법관이 사업 자문을 하고 나중에 회사 고문으로 취업한 건 변호사법 위반 및 부정처사후수뢰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은 앞서 유 전 본부장을 재빨리 구속한 것처럼 김씨도 조만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해선 지난 1일 체포해 조사했고 체포 시한인 48시간이 지나기 전인 3일 법원 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했다. 검찰은 10일 만료 예정이던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 기간을 오는 20일까지로 연장했다. 검찰은 이날 유 본부장도 불러 조사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씨의 입을 통해서 관련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경우라면 구속영장 청구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씨는 “이유를 막론하고 이런 소동을 일으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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