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진영·임성재 ‘수퍼 코리안 데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고진영(가운데)은 11일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LPGA 투어 통산 10승을 달성해 샴페인 세례를 받았다. [AFP=연합뉴스]

고진영(가운데)은 11일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LPGA 투어 통산 10승을 달성해 샴페인 세례를 받았다. [AFP=연합뉴스]

한국 골프를 대표하는 임성재(23)와 고진영(26)이 ‘수퍼 코리안 데이’를 합작했다. 둘은 11일(한국시간) 미국에서 5시간 간격으로 우승했다.

먼저 고진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합계 18언더파로 카롤리네 마손(독일·14언더파)을 4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LPGA 투어 시즌 3승, 개인 통산 10승을 달성하며 상금 45만 달러(5억 3000만원)를 받았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 내내 60대 타수(63-68-69-66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2005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LPGA 최장 연속 60대 타수 기록(14라운드)과 타이를 이뤘다.

이어 임성재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합계 24언더파로 정상에 올랐다. 자신이 출전한 PGA 투어 100번째 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상금 126만 달러(15억원)를 받았다. 임성재는 최종 라운드 7번 홀에서 선두로 올라선 뒤 9번 홀부터 5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았다. 보기 없이 버디 9개로 9타를 줄였다. 매슈 울프(미국·20언더파)를 제친 그는 지난해 3월 혼다 클래식 이후 1년 7개월 만에 PGA 투어 통산 2승을 거뒀다.

한국 선수가 같은 날 PGA 투어와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건 임성재-고진영이 처음이다. 앞서 2005년 10월 최경주(크라이슬러 클래식)-한희원(오피스 디포 챔피언십), 2006년 10월 최경주(크라이슬러 챔피언십)-홍진주(하나은행 챔피언십), 2009년 3월 양용은(혼다 클래식)-신지애(HSBC 위민스 챔피언스)가 같은 주에 우승한 바 있다. 그러나 트로피를 들어 올린 날은 하루 차이가 났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골퍼들이 몰리는 미국 무대에선 매주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다. 이곳에서 남자 골프 세계 21위 임성재와 여자 골프 세계 2위 고진영이 정상에 함께 섰다.

임성재(오른쪽) 역시 슈라이너스 칠드런스오픈을 1위로 마쳐 한국 첫 ‘같은 날 남녀 동반우승’을 해냈다. [AFP=연합뉴스]

임성재(오른쪽) 역시 슈라이너스 칠드런스오픈을 1위로 마쳐 한국 첫 ‘같은 날 남녀 동반우승’을 해냈다. [AFP=연합뉴스]

지난 2019년 7월부터 23개월간 세계 1위를 달렸던 고진영은 지난 7월 “골프 사춘기가 왔다”고 토로했다. 지난 6월 말 넬리 코다(미국)에게 세계 1위를 내준 뒤 8월 초 도쿄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공동 9위)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고진영은 투어 활동을 멈추고 8월 중순 국내로 돌아왔다. 7주 동안 LPGA 투어를 참가하지 않고 국내에서 훈련했다. 과거 자신을 가르쳤던 이시우 코치의 도움으로 스윙을 가다듬었고, 바꾼 퍼터를 자신에 맞도록 만드는 데 집중했다. 미국으로 돌아가 치른 4개 대회에서 그는 완전히 달라졌다. 모두 톱 10에 들었고, 이 중 두 차례 우승, 한 차례 준우승했다.

임성재는 “PGA 투어 첫 우승 이후 성적이 잘 안 나와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캐디와 트레이너를 교체했다. 또한 퍼터, 아이언 등도 자신에 맞게 부분적으로 바꾸는 등 적극적으로 변화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애틀랜타에 정착, 골프에 집중할 환경도 만들었다. 지난 8월 BMW 챔피언십에서 3위까지 오른 그는 3년 연속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나섰다.

큰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스스로 찾아낸 것도 둘의 공통점이다. 고진영은 지난 4일 끝난 숍라이트 클래식이 뼈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당시 최종 라운드 16번 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렸던 그는 18번 홀에서 3m 버디 퍼트를 놓쳐 셀린 부티에(프랑스)에게 우승을 내줬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후회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으며 약속을 지켰다.

임성재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셋째 날 샷이 전체적으로 나빴다. 3퍼트를 세 차례나 하면서 선두에 3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를 맞았다. “더 완벽하게 하겠다”고 나선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 순위를 뒤집었다. PGA 투어 홈페이지 중계 때 “임성재가 뜨겁다”는 감탄이 나왔다.

임성재는 오는 1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PGA 투어 더CJ컵에 출전한다. 그는 “세 번째 우승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곧장 귀국해 21일 부산에서 시작하는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나선다. 그는 “한국에서 소렌스탐의 (최장 연속 60대 타수) 기록을 넘어서겠다”고 다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