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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독해지는 시대, 착한 판타지 하나쯤 괜찮지 않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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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PD. [사진 CJ ENM]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PD. [사진 CJ ENM]

시즌2를 마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tvN)의 신원호 PD를 최근 서면으로 만났다. 신 PD는 “환자·보호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여전히 많다. 하고 싶은 것 반도 못했다”면서도 “그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에게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작 전후를 물었다.

서울대 의대 99학번 5인방이 주인공이다. ‘초엘리트’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
“전문직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우리가 가진 판타지이기도 하다. 세상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판타지. 그래서 보는 이들이 저 좋은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다. 마음이 편해지고 위로받는 기분이었으면 했다. 사실 공유 같은 도깨비도, 박보검 같은 남자친구도 없다. 어차피 모든 드라마가 판타지라면 ‘좋은 사람들의 세상’은 더 현실에 가까운 판타지 아닐까. 웬만한 설정으로는 일말의 화제성도 얻지 못하는 시대라 드라마는 점점 독해지고 있다. 보다 자극적이고 쇼킹한, 어마어마한 이야기 틈바구니에 이런 착한 판타지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악역 없는 드라마로, 갈등 구도가 주는 재미가 덜해서 “‘전원일기’ 보는 거 같다”는 평마저 있었다.
“이우정 작가도, 나도 나이가 들수록 마음 불편한 악역이나 갈등들은 보기 어렵더라. 악역을 최소화해서 가보자는 게 우리 목표 중 하나였다. 그 악역들을 현실에서 만날 법한 캐릭터로 꾸리고, 그런 갈등마저도 되도록이면 빨리빨리 해소되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시청자들이 마음 편하게 발 뻗고 볼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고 싶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사진 CJ ENM]

‘슬기로운 의사생활’. [사진 CJ ENM]

로맨스 라인을 향한 시청자들 반응도 뜨거웠다.
“익준이랑 송화 같은 경우는 저희가 가장 잘 해왔던 색깔이다. 오랜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의 엇갈림, 그 가운데서 애타는 마음과 결국엔 절절하게 이루어지는 스토리 축은 워낙 ‘응답하라’ 시리즈 때부터 많이 보여준 색깔인데, 그때보다 더 연하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을 넘지 않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시청자들도, 캐릭터들도 서서히 물들게 하려 했다. 찍으면서 과하다, 눈빛이 진하다, 너무 멜로 느낌이다 하는 것들을 걸러내려 했다. 로맨스가 완성되는 과정만으로 봤을 땐 시즌1의 가장 큰 축이 겨울·정원이었다면 시즌2의 큰 축은 석형·민하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두고 IP 전략의 성공이라는 얘기가 많다. 특히 시즌1과 2 사이에 ‘하드털이’를 매주 공개했고, ‘슬기로운 캠핑생활’ 제작도 이어졌다.
“시청자 입장에서 시즌1 12회 이후 13회(시즌2 1회)를 1년 동안 궁금해하며 기다려야 하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한 어떤 보상을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하드털이’를 하게 된 첫 번째 이유다. 개인적으로는 유튜브라는 매체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예전의 예능 세포들이 다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슬기로운 캠핑생활’은 정말 배우들이 시작한 콘텐트다. 그렇게 순수한 진심으로 만들면 큰 기술 없이도 사랑받을 수 있고, ‘출장 십오야’ 같은 다른 줄기로도 확장할 수 있음을 목격하면서 스스로 쌓은 편견을 깨트린 놀라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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