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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탈북인사 “북한 공작원, 90년대초 청와대 5~6년 잠입 근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북한 첩보기관인 정찰총국 출신 탈북자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공작원이 1990년대 초 청와대에 잠입해 근무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탈북자 김국성(가명)씨는 11일(현지시간) 공개된 인터뷰에서 “1990년대 초 북한 공작원들이 청와대에서 5~6년 동안 근무하고 무사히 복귀해 노동당 314연락소에서 일했다”며 “북한 공작원들이 한국의 중요 기관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여러 곳에서 맹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90년대 초라면 노태우·김영삼 정부 시절 북한 공작원이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주장이다.

BBC는 “(김씨가) 2014년 탈북해 서울에 살면서 국정원 산하기관에서 일하고 있다”며 “그가 주장한 모든 내용을 검증하진 못했지만, 그의 신원은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찰총국에서 5년간 대좌(대령)로 근무했으며 노동당 작전부, 35실, 대외연락부 등에서 대남 공작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90년대 당시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사전 검증이 굉장히 철저했기 때문에 절대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김씨는 “정찰총국 간부들 가운데서는 비밀이 아니고 그렇게 알고 있는 문제”라며 “북한에서는 도로 하나도 최고지도자의 허락 없이 만들 수 없다. 김정은 특별 지시에 의해 공작되고 이행된 군사 성과”라고 말했다. BBC는 이와 관련해 “북한 당국이 항상 개입설을 부인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2009년 5월 한국으로 망명한 전직 북한 관리를 암살하기 위한 ‘테러 대책반’을 구성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며 “극비리에 황장엽 선생을 테러하기 위한 TF팀을 꾸렸고, 내가 직접 공작을 지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고지도자’라는 전사가 된 김정은이 (김정일에게) 만족을 주기 위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김정은 정권이 외화벌이를 위해 마약 거래는 물론 일부 중동·아프리카 국가에 불법으로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얼음(필로폰을 지칭하는 은어)을 만들어 달러를 벌었고 그 돈을 김정일의 혁명자금으로 바쳤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특수 소형 잠수함, 반잠수함, 유고급 잠수함을 첨단화시켜서 잘 만든다”며 “거래가 잘돼서 북한 관리가 이란 총참모장을 불러서 판매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BBC 보도와 관련해 국정원은 탈북민 신상 및 주장에 관해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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