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금개혁 방치한 사이…국민부담 37조→52조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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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아 ‘연금 시한폭탄’이 52조~81조원으로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11일 “국민연금 개혁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에 국민이 추가로 내야 할 부담액이 5년 새 약 37조~60조원에서 52조~81조원으로 15조~21조원 늘어났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5년 연금개혁을 방치함으로써 최소 15조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는 뜻이다. 국민 1인당 추가 부담이 28만원이다. 하루에 약 81억원, 연간 2조9476억원의 추가 부담이 쌓이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 문재인 정부의 연금개혁 방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최 의원은 지난 8월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민연금개혁위원회(가칭)를 설치하는 법률을 발의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민 부담액 증가를 제시하면서 조속한 연금개혁을 촉구했다.

연금개혁 5년 지체로 부담 증가

연금개혁 5년 지체로 부담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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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법은 인구·경제성장률 등의 변화를 반영해 5년마다 연금 재정을 따져 제도를 고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8년 재계산 결과 국민연금 기금은 892조원(올해 5월 기준)에서 2041년 1778조원까지 증가하지만 2042년 적자가 시작돼 15년 만인 2057년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는 이런 추계를 바탕으로 2018년 12월 소위 ‘4지선다형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도, 정부도 손도 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7개월 남은 상황이라 연금개혁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다음 정부가 2023년 5차 재정재계산에서 짐을 떠안게 됐다.

최 의원은 “2018년 4차 재계산 때 제대로 개혁했으면 2020년에 마무리했을 것”이라며 “5차 재계산 후 논의를 서두른다고 해도 일러야 2025년에 개혁할 것으로 전망돼 국민 부담이 5년 치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두 가지 경우로 나눠 분석했다. 첫째는 70년간 기금이 고갈되지 않고 1년 치 연금 지급액을 남기는 경우, 둘째는 일정한 적립배율(15.9배)을 유지하는 경우다.

첫 번째 안을 달성하려면 지난해 기준 보험료(현재 9%)를 16.02%로 당장 올릴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2025년으로 늦어지면 필요 보험료율이 16.88%로 올라간다. 지난해에 개혁했으면 37조4630억원만 더 들어가면 됐으나 5년 늦어지면서 2025년 52조2010억원으로 늘어난다.

“국민연금 개혁 방치, 미래세대에 책임 전가 … 하루 빨리 개혁위 설치를”

현재 보험료율 9% 부담액을 제한 금액이 이렇다는 뜻이다.

두 번째 안을 달성하려면 추가 부담이 지난해 59조7690억원에서 2025년 80조6200억원으로 20조8510억원 늘어난다. 하루 114억원의 국민 부담이 늘고, 국민 1인당 4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2018년 정부의 재정 추계 자체가 너무 낙관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라 이걸 토대로 추가 부담액을 산출하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출산율만 해도 지난해 1.24명, 2030년 1.32명, 2040년 이후 1.38명으로 가정했지만 지난해 출산율은 0.84명으로 떨어진 상태다. 올해는 더 떨어진다.

최 의원은 “2018년 제4차 재정계산 이후 지금까지 어떠한 개혁 움직임이 없다”며 “아무런 대책 없이 연금재정의 부담을 미래세대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 하루 빨리 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연금학회 회장은 “최 의원실의 추가 부담 분석이 과소 추계됐다. 게다가 보험료를 한번에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 추계하면 연금개혁 방치의 추가부담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연금개혁을 방기하는 바람에 국민연금은 골병이 들 대로 들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가부채가 늘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을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아직까지 연금개혁과 관련해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2위를 기록한 이낙연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1,2위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도 제대로 된 개혁안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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