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류호정이 묻습니다

목숨 걸고 핥은 달고나…456번 성기훈씨, 행복합니까?

중앙일보

입력 2021.10.12 00:01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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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이 달고나를 핥아 녹이는 장면.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이 달고나를 핥아 녹이는 장면.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456번 국민 성기훈 씨에게.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 ”
7년 차 대리의 퇴직금이 50억원이라는 회사의 이름 ‘화천대유’는 그런 뜻이랍니다.
성기훈 님. 자동차 회사에 다니셨다고요. 10년 전 구조조정 때문에 해고를 당하셨다고. 치킨집과 분식집을 운영했지만 4억 원의 빚을 졌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오징어 게임’에서 승리하셨습니다. 455명은 목숨을 잃었지만 어쨌든 456억 원을 받으셨네요.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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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성남 대장지구’라는 게임을 아십니까? 이 게임에도 눈에 띄는 7명의 우승자가 있습니다. ‘천화동인’이라는 가면을 쓴 이들의 상금은 많게는 1200억 원, 적게는 100억 원입니다. 무궁화 꽃을 피우거나 달고나에 핀을 찌르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적당히 투자금을 넣고 마음 편히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인허가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다 짜고 치는 판이니까요.
오징어 게임처럼 ‘대장동 게임’에도 패자가 있습니다. 터전을 잃은 원주민이 있고, 부풀려진 분양가에 속은 입주민이 있습니다. 이들만 해도 455명은 훌쩍 넘을 테지만, 공정과 정의에 대한 기대와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잃은 국민을 합치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문제는 누구도 게임의 룰에 동의한 적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아니, 게임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는 것에 있습니다.

대장동 게임, 게임 아닌 나쁜 놈의 반칙 

그래서 ‘대장동 게임’은 게임이 아니라 ‘반칙’입니다. 나쁜 놈들이 한 나쁜 짓입니다. 오늘도 정치는 ‘나쁜 놈’ 찾는 데만 혈안입니다. 이 구조를 만든 나쁜 놈들끼리 "네가 더 나쁘다"며 소리칩니다. ‘파란 당’과 ‘빨간 당’이 서로를 공격하면, 극성맞은 지지자들은 생각을 일제히 멈추고 좌표를 따라 전쟁에 합류합니다. 혐오표현은 덤입니다. 대통령 후보들의 말싸움은 따옴표의 도움을 받아 기사가 되고, 기사는 여론을 참칭합니다. 그러는 동안 밟히지 않은 나쁜 놈의 꼬리는 몰래 잘려나가고, 진짜 민심은 감춰지거나 숨겨집니다. 나쁜 놈은 경찰과 검찰이, 공수처가 찾으면 됩니다. 정치는 정치를 합시다. 지금이라도 정치는 ‘나쁜 짓’을 막아야 합니다.

화천대유 관련 SNS에서 도는 이미지.

화천대유 관련 SNS에서 도는 이미지.

 화천대유 관련 SNS에서 도는 이미지.

화천대유 관련 SNS에서 도는 이미지.

전환의 시기입니다. 불평등의 온도와 압력은 이미 임계점에 달했습니다. 정치는 이제 국가 대개혁을 위해 과감히 결단해야 합니다.
개발이익을 누가 갖느냐 하는 줄다리기는 틀렸습니다. 주택 개발에 따른 이익 자체를 원천 봉쇄해야 합니다.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 ‘주거권’은 인권이고, 기본권 침해의 한복판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더 이상 상품이 아니어야 합니다. 정치는 인권 회복을 위한 각자의 정치적 비전을 가지고 싸워야 합니다.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놓아야 합니다.
너무 낡은 탓입니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관점이 너무 안이합니다. 지난 9월 26일, 독일 베를린 시는 민간주택 20만여 채를 몰수해 공유화하는 방안을 주민 투표에 부쳤습니다. 56.9%, 과반이 찬성했습니다. 높아진 임대료 때문에 정치가 나섰고, 시민이 호응했습니다.
우리도 해야 합니다. 토지와 주택에 관한 정책적 의사결정을 국민에게 물어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에 맞춰 헌법 개정에 관한 국민투표를 해야 합니다. 토지를 공공의 재산으로 규정하는 ‘토지공개념’과 거주하는 사람만 주택을 소유하는 ‘거자유택’의 원칙을 헌법으로 천명해야 합니다.
너무 비싼 탓입니다. 집을 짓는데 들인 비용보다 판매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2500원어치 떡볶이가 25만 원에 팔리는 이유는 옆집에서 그렇게 팔기 때문입니다. 그 동네가 다 그 모양이라서 그렇습니다. 마트에서 파는 떡과 어묵이 얼마고, 고추장과 대파가 얼마인지 몰랐으면, 하마터면 그럴 뻔했습니다.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상한제를 넓고, 강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시장에서 집이 집값에 팔리질 않으니 집값이 얼마인지 공유해야 합니다. 분양가격은 택지비와 건축비에 근거하고, 지나친 이익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산정 방식을 정상화하며, 투기과열지구뿐만 아니라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합니다. 사유재산 침해라는 논리는 인권 회복에 앞설 수 없습니다.
너무 모여 사는 탓입니다. 좁은 수도권에 너무 많은 사람이 갇혀 살고 있습니다. 총인구의 50.28%, 절반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 증가율은 2017년까지 소폭 감소하다가 2018년 0.46%를 기록하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합니다.
‘경국대전’ 한성부를 들어 수도는 서울이고, 이는 관습헌법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벌써 17년 전입니다. 지난 9월 28일, 국회는 세종특별자치시에 국회를 이전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했습니다. 모자랍니다. 부동산 기득권 해체를 위해 ‘수도’를 이전해야 합니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권력을 분산하며,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수도 이전을 헌법 개정 절차에 따라 해낼 수 있습니다. 2020년 7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를 보면, 행정 수도 이전에 응답자의 53.9%가 찬성했습니다.
성기훈 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각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불평등과 무한경쟁의 대한민국, 그 민낯을 드러낸 영화 ‘기생충’도 떠오릅니다. 모두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게임의 승리에 성기훈 님도 마냥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456억원보다, 그게 좋겠습니다. 더럽고 아니꼬운 대장동 게임이 없는 세상, 남을 죽여야만 내가 사는 오징어 게임도 없는 세상, 모두가 평범하게 벌어서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저와 정의당은 그런 세상을 꿈꾸고, 현실로 만들겠습니다. 잃어버린 기훈 님의 행복을 위해 그 돈, 정의당에 후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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