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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인과관계 분석 패러다임 바꾼 앵그리스트 등 3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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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11일(현지시간) 202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사진 위쪽의 화면에 올해 수상자가 소개되고 있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카드 UC버클리대 교수, 조슈아 앵그리스트 MIT 교수, 귀도 임벤스 스탠퍼드대 교수.[AP=연합뉴스]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11일(현지시간) 202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사진 위쪽의 화면에 올해 수상자가 소개되고 있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카드 UC버클리대 교수, 조슈아 앵그리스트 MIT 교수, 귀도 임벤스 스탠퍼드대 교수.[AP=연합뉴스]

2021년 노벨경제학상의 영광은 데이비드 카드(65) 캘리포니아주립대(버클리) 교수, 조슈아 앵그리스트(61)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 구이도 임벤스(58) 스탠퍼드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경제학의 인과관계 실증분석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학자들이다. 설문 중심이던 인과관계 실증 분석을 '자연 실험'을 통한 결론 도출을 가능케하면서 사례 중심 분석으로의 길을 열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노벨경제학상의 절반을 카드 교수가, 나머지 절반을 앵그리스트·임벤스 교수가 공동수상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사회의 많은 큰 질문에 대한 답을 무작위 실험과 자연실험 등을 통해 보여줬다”며 “노동시장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고, 자연 실험을 통해 인과관계에 대한 어떤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카드 교수는 ‘노동 경제학에 대한 경험적 공헌’을 높이 평가받았다. 1956년 캐나타 겔프에서 태어나 83년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자연실험을 통해 최저 임금과 이민, 교육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특히 카드 교수는 고(故) 앨런 크루거 미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92년 뉴저지와 펜실베이니아의 식당에서 최저임금이 노동 시장에 미치는 연구에 대해 실험했다. 뉴저지 식당의 최저 임금이 시간당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상승했지만 고용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한때 이 연구는 맥락과 경제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국내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이론적 근거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95년 출간한 『신화와 측정: 최저임금의 경제학』이란 저서에서 “최저임금 상승이 실업률을 높인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카드 교수는 또 80년대 쿠바 이민자가 미 플로리다주에 대거 유입됐음에도 노동시장의 임금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음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202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202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그리스트와 임벤스 교수는 ‘인과 관계 분석에 대한 방법론적 기여’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벨위원회는 “앵그리스트와 임벤스는 1990년대부터 원인과 결과에 대한 정확한 결론을 자연 실험에서 도출할 수 있는 방법을 증명했다”며 “자연 실험의 데이터는 해석하기 어려운데, 이들의 연구로 인과 관계에 대한 우리의 통찰력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앵그리스트 교수가 쓴 『고수들의 계량경제학』을 국내 번역한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앵그리스트의 기여는 자연 실험 상황을 분석하기 어렵다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앵그리스트의 연구 이전에는 경제학에서 인과관계 실증분석을 할 때 설문조사를 썼는데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자연 실험을 통해 이런 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앵그리스트를 통해 자연 실험을 통한 실증 분석을 하게 되면서 방식이 단순해지고 많은 사람이 연구할 수 있게 됐다”며 “실증 분석의 진입장벽을 바꾸고 심플한 경제학과 계량경제학이 가능할 수 있게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자택에서 수상 전화를 받은 임벤스 교수는 기자들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가족이 모두 잠들어있는데 수상 전화를 받고 무척 기뻤다"며 "공동수상자인 앵그리스트 교수는 내 결혼식 때 들러리를 섰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라고 말했다.

앵그리스트 교수는 미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태어나 89년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임벤스 교수는 63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태어나 91년 미 브라운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해까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84명 중 미국 국적은 50명으로 약 60%다. 인종별로 보면 흑인은 1979년 아서 루이스(영국)가 유일하고, 아시아계는 98년 아마르티아 센(인도)과 2019년 아비지트 배너지(인도계 미국인) 2명뿐이다. 여성 수상자도 2명에 불과하다.

스웨덴의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의 뜻에 따라 인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인물에게 주는 노벨상은 지난 4일 생리의학상을 발표를 시작으로 이날 경제학상을 끝으로 올해의 수상자 선정을 마쳤다.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3억5천만원)를 받는다.

노벨경제학상은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 창립 300주년을 맞아 69년 신설한 상으로  노벨의 유언과 관련이 없지만 스웨덴 왕립과학원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올해 수상자인 카드는 500만 스웨덴크로나(6억8500만원)를, 앵그리스트 교수와 임벤스 교수는 각각 250만 스웨덴크로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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