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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필리핀 노벨상 反정부 언론인에 이제야 '뒤끝 축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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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58)의 2021년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해 침묵해왔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사흘만에 대변인을 통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평소 거친 발언을 마구 쏟아내는 것으로 유명한 두테르테는 자신을 비판해온 레사와 껄끄러운 관계다.

로이터·AP통신은 11일(현지시간) 필리핀 대통령궁이 마리아 레사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해리 로케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정례 언론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필리핀 여성의 승리"라고 덧붙였다.

노벨위원회는 8일 두테르테의 정책을 비판해온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Rappler)의 공동 설립자 레사와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언론 탄압에 저항한 신문사 노바야 가제타의 편집장인 드미트리 무라토프(60)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자국 국민이 노벨상을 수상하면 대통령이 나서 축하를 하는게 일반적이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레사와 껄끄러운 관계를 의식한 탓인지 수상 소식에 이렇다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관심을 끌었다.

202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 AP=연합뉴스

202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 AP=연합뉴스

레사의 '래플러'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벌어진 초법적 처형을 강하게 비난해왔고, 두테르테는 2018년부터 이 매체에 대해 현장 취재 제한 조치를 내렸다. 현재 레사 본인도 탈세·명예훼손 등 7개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로케 대변인은 "레사가 법원에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필리핀에 검열은 없기 때문에 (이번 수상이) 두테르테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꾸짖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레사는 수상 뒤 두테르테를 향해 "국가를 통합하고 분열시키지 말라"고 했다고 뉴스 채널 ANC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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