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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사 "北공작원, 90년대초 靑잠입 근무" BBC 인터뷰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정찰총국에서 근무했던 김국성(가명)씨의 BBC 인터뷰 장면. [BBC 화면 캡처]

북한 정찰총국에서 근무했던 김국성(가명)씨의 BBC 인터뷰 장면. [BBC 화면 캡처]

북한 첩보기관 출신 탈북인사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공작원들이 한국 사회 곳곳에 침투해 있다고 하면서 “1990년대 초 북한 공작원들이 청와대에 잠입 근무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국가정보원, 이에 대해 "사실무근" 일축

11일 영국 BBC방송은 북한의 첩보기관인 정찰총국 출신 탈북자 김국성(가명)씨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14년 탈북한 김씨는 정찰총국에서 5년간 대좌(대령)로 근무하는 등 북한의 대남 첩보기관에서 30년 가까이 활동하며 대남 대응 전략을 개발했다고 한다. 한국에 와선 국정원 산하기관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첩보부대에서 마지막으로 보낸 몇 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김정은이 집권 초기 어떻게 비치고 싶어했는지 알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은 자신이 '전사'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젊은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의욕이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테러 시도로 이어졌을 거란 추측을 내놨다.

그는 "(정찰총국에 근무중이던) 2009년 5월 한국으로 망명한 전직 북한 관리를 암살하기 위한 '테러 대책반'을 구성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며 "극비리에 황장엽 선생을 테러하기 위한 TF팀을 꾸렸고, 내가 직접 공작을 지휘했다"고 주장했다. 정찰총국은 그해 2월 신설된 첩보기관으로 당시 김정은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이을 준비 중이었다. 그는 이 테러 작전이 "'최고지도자'라는 전사가 된 김정은이 (김정일에게) 만족을 주기 위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대남 공작을 설명하면서 "1990년대 초 북한 공작원들이 청와대에서 5~6년 근무하고 무사히 복귀한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공작원들이 한국의 중요 기관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 여러 곳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언급도 했다. 김씨는 "정찰총국 간부들 속에서는 통상적인 자랑으로 긍지로 알려진 문제"라며 "김정은의 특별 지시 때문에 공작하고 이행된 군사적 성과"라고 말했다.

BBC는 김씨 주장을 액면 그대로 전하면서도 판단은 유보했다. " 그의 신원은 확인했지만, 그가 주장한 모든 내용을 검증하지는 못했다”고 하면서다. 천안함 관련 주장에도 "북한 당국은 항상 개입설을 부인해 왔다"고 지적했다.

김씨가 ‘북 공작원 근무’를 주장한 90년대 초는 노태우·김영삼 정부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북한 공작원의 90년대 초 청와대 근무 관련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며 "BBC 보도와 관련해 국정원은 탈북민 신상 및 주장에 대해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며 밝혔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청한 대북 전문가는 본지에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며 "탈북 인사가 청와대나 국정원에 근무한 사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1990년대 당시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도 "신원 조회가 굉장히 철저하기 때문에 절대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며 "북한에서 남파 간첩들에게 '마음 놓고 가서 첩보 활동하라'고 설득하기 위해서 지어낸 말을 그대로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BBC 인터뷰에 응한 이유로 "북한 동포들을 독재의 억압에서 해방하고 참다운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려고"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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