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금수저 출신인데…그래도 불행했다는 '본드걸'의 과거

중앙일보

입력 2021.10.11 17:03

업데이트 2021.10.11 20:04

;007 시리즈' 최신작의 본드걸 의 레아 세이두.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007 시리즈' 최신작의 본드걸 의 레아 세이두.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세계적 스타덤을 손에 쥔 지금 가장 핫한 프랑스 여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레아 세이두 아닐까. 1985년생인 이 파리 토박이 배우는 프랑스어 액센트가 강하지만 그게 매력인 영어를 구사하는 데다, 연기력과 매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그의 할리우드 본격 데뷔 이후인 2013년 인터뷰를 실으며 쓴 첫 문장은 “레아 세이두는 승승장구 중”이었다.

8년이 흐른 지금은 더욱 그렇다. 최신 ‘007 시리즈’인 ‘노 타임 투 다이’에서 본드걸로 등장한 그의 필모그래피는 블록버스터부터 예술영화까지 깊고도 넓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세이두와의 인터뷰를 실으면서 “세이두는 하나의 이미지로만 정의하기 어려운 배우”라며 “묘한 매력을 발산하며 예술영화와 블록버스터를 넘나든다”고 호평했다.

지난달 영국의 '노 타임 투 다이' 시사회장의 레아 세이두. AFP=연합뉴스

지난달 영국의 '노 타임 투 다이' 시사회장의 레아 세이두. AFP=연합뉴스

그를 캐스팅한 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바스터즈: 거친 녀석들’)부터 우디 앨런(‘미드나잇 인 파리’), 리들리 스콧(‘로빈 후드’) 등 화려하다. WSJ에 따르면 앨런은 ‘미드나잇 인 파리’에 세이두를 출연시키기 위해 그에게 비행기 표를 바로 보냈다고 한다. 세이두는 앨런과 일면식도 없었지만 바로 승낙한 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세트장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흰 셔츠에 편안한 청바지, 검은색 벨트의 무심한 듯한 그의 차림새는 파리지엔느 그 자체였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레아 세이두. 전형적인 파리지엔느의 모습 중 하나다. [영화 공식 스틸컷]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레아 세이두. 전형적인 파리지엔느의 모습 중 하나다. [영화 공식 스틸컷]

반면 톰 크루즈와 연기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선 하이힐을 신은 피도 눈물도 없는 킬러로 등장했고,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선 파랑머리 성소수자로서 변신하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여왔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2013년 칸느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심사위원들은 “주연 배우의 공이 크다”며 세이두 역시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황금종려상은 감독만 수상하는 게 관례다.

NYT는 “많은 감독에게 세이두의 매력을 물으면 ‘세이두는 세이두를 연기할 뿐’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만큼 자연스럽고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다는 의미일 터다.

영화 '오 머시!'의 주인공 역의 레아 세이두. [영화 공식 스틸컷]

영화 '오 머시!'의 주인공 역의 레아 세이두. [영화 공식 스틸컷]

세이두의 자연스러움은 DNA의 덕이기도 하다. 그의 집안은 프랑스에서 내로라하는 영화계 가문이다. 할아버지는 프랑스 영화사(史)의 시작부터 존재했던 파테(Pathé)를 소유했고, 삼촌들 역시 쟁쟁한 영화 관련 기업을 소유했다. 그의 가문의 자산 규모는 7조원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다. 세이두는 그러나 어린시절이 불행했다고 회상한다. 할아버지와 그의 부모님은 거의 남남처럼 지내면서 “영화만큼은 안 할 것”이라 다짐하며 살았다고도 했다.

그는 NYT에 “우리 가족은 (전통적이지 않다는 의미에서) 보헤미안 분위기가 있었는데, 행복한 보헤미안은 절대 아니었다”며 “나는 슬픈 어린 시절을 보냈고, 남과 내가 다르다는 것 때문에 괴로웠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난독증도 있었다고 한다.

그의 구원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영화였다. 그는 영화에 대한 반감으로 오페라 가수가 되겠다고 생각해 음악을 전공했지만 재능이 없어 고민을 거듭하다 모델 일을 했고, 우연히 연기를 접하게 됐다. 그는 NYT에 “첫 주연작 영화를 찍고 나서 ‘이제서야 내 진짜 가족이 생겼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나는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안에서만 갇혀 지냈다”며 “하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다른 이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그들과 공감을 하는 것이었음을, 영화는 내게 알려줬다”고 말했다.

걸 크러시 옆 걸 크러시. 세이두와 크리스틴 스튜어트.

걸 크러시 옆 걸 크러시. 세이두와 크리스틴 스튜어트.

그의 승승장구는 계속된다. 팬데믹으로 속도는 늦춰졌지만 후속작도 속속 개봉을 앞두고 있다. NYT는 “세이두가 맡은 다양한 역할을 보면서 ‘인간적인 거라면 어떤 것도 낯설지 않다’는 (고대 로마 극작가 테렌티우스의) 인용구가 떠올랐고, 이를 세이두에게 말해주니 맘에 쏙 들어하더라”고 전했다. 세이두는 NYT 기자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주며 그 인용구를 타이핑해달라고도 부탁했다고.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럼요, 나도 그냥 인간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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