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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미래 세대 위한 책임과 의무" …현대차 회장 취임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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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미래를 보는 것이다.”

14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정의선(51)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과 의무’를 임직원에게 강조했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사내 포럼 등을 통해 “그룹의 모든 활동이 인류의 삶과 안전·행복에 기여하고 다시 그룹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목표는 수소, 로보틱스, 전동화와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등 여러 방면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환경부의 탈(脫) 플라스틱 캠페인 고고 챌린지에 동참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환경부의 탈(脫) 플라스틱 캠페인 고고 챌린지에 동참하는 모습. [연합뉴스]

“수소 기술로 미래 지켜내야”  

정 회장이 최근 가장 힘쓰는 분야는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해결책으로 떠오른 수소다. 그는 “지구의 환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해결책이 수소”라고 했다. 지난달 수소연료전지기술과 수소 모빌리티 등의 청사진을 소개하면서 진행한 ‘수소 비전 2040’ 선포식(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우리 앞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수소 사회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일 수 있으며, 아까운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책임감 있는 글로벌 기업 시민으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수소 사회를 앞당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기술 개발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현대차는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국내 기업들의 수소 사업 간 협력을 촉진하고, 수소 산업 저변 확대를 위한 최고경영자(CEO)협의체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 출범을 주도했다.

지난달 열린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트레일러 드론과 함께 서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연합뉴스]

지난달 열린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트레일러 드론과 함께 서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연합뉴스]

중단기적 수익성에 대한 의문 제기에도 그의 답은 명확하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에 투자하는 것은 수소 기술이 수익을 창출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가능한 기술적 수단을 모두 활용해 미래를 지키려는 차원이지 않느냐”고 수차례 반문했다. 지난 7월 미국 방문 당시 미국 주요 인사와 나눈 대화에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 세대가 뚫고 나가서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리 아들·딸 세대가 우리에게 뭐라고 하겠는가”라고 의지를 되새겼다.

“원하는 곳 스트레스 없이 이동 도와야”

정 회장은 사내 UAM사업부 관계자에게 “인류가 원하는 곳으로 스트레스 없이 갈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서비스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올해 새해 메시지를 통해서도 “그룹 임직원 모두가 변함없이 지켜야 할 사명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가 이뤄진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지난달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국회 모빌리티 포럼 3차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시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국회 모빌리티 포럼 3차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시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로보틱스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하고, 올해 6월 인수합병을 완료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출시한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과 물류 로봇 스트레치(Stretch)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 조직인 로보틱스랩도 웨어러블 로봇 등을 개발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하반신 마비 환자의 보행을 돕기 위한 의료용 착용 로봇 멕스(MEX)의 개발자에게 “이 기술이 필요한 사람은 소수일 수 있지만 우리는 그분들의 꿈을 현실로 이뤄줄 수 있다”며 “인류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니 최선을 다해 개발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정 회장은 중장기 전동화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 차량 중 전동화 모델 비중을 2040년까지 8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동화 모델로 출시하고, 기아는 2035년까지 주요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90%로 확대한다.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과 공동 개발한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2023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K.C. 크래인 오토모티브뉴스 발행인은 지난 7월 정몽구 명예회장의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의 리더십 아래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고, 그룹의 미래 방향성은 고객·인류·미래와 사회적 공헌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 배워야”

정 회장은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되새겼다. 그는 과거 임원 워크숍에서 “거북선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외부의 완벽한 설계가 있지만, 내부를 보면 수군이 쉴 수 있는 공간도 갖춰져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수군을 고객으로 배려했다는 점에서 이순신 장군은 훌륭한 리더”라고 소개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은 내부 구성원을 회사의 고객이라고 생각한다”며 “변화를 요구하는 리더가 아니라 구성원과 미래를 향한 변화를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특히 자신이 추구하는 회사 모습에 대해 “자동차 판매로 1등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닌 진보적인 기업 문화가 정착돼 인재들이 가장 오고 싶은 회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수급난, 지배구조 개선 과제  

정 회장의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당장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차량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은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신축도 부지를 산 지 7년이 지났지만, 공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개 동 105층으로 짓는 계획을 50∼70층짜리 세 개 동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변경 중이다.

특히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어떻게 풀지 주목된다. 정 회장이 2대 주주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어서 이를 기점으로 순환출자구조 해소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안팎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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