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EO 평가·보상도 이사회가 맡는다…“지배구조 혁신 차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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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화상으로 열린 ‘제3차 거버넌스 스토리 워크숍’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SK그룹이 올해 연말부터 각 관계사 이사회에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가·보상 권한을 부여한다. 이사회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한 목적에서다.

11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과 SK㈜ 등 13개 관계사 사내·외 이사들은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거버넌스 스토리 워크숍’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이사회 역할과 역량 강화, 시장과의 소통 방안 등에 대해 토의했다. 올해 초 최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중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 혁신을 경영 화두로 제안했다.

SK그룹의 각 관계사 이사회는 앞으로 총수 등 경영진을 감시하거나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독립된 최고 의결기구로서 권한과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이사회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각 관계사의 이사회는 CEO 후보 추천 등 선임 단계부터 평가·보상까지 관여하게 된다. 또 사외이사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프로그램 등을 활용하고, 전문성을 갖춘 후보군을 발굴하는 한편 회사 경영정보를 공유하고 경영진과 소통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7일 열린 3차 워크숍에서는 이사회 산하에 인사위원회와 ESG위원회를 신설한 SK㈜ 등의 사례를 다른 관계사에도 확대 적용해 대표이사 후보 추천, 사내이사 보수 적정성 검토, 중장기 성장전략 검토 등 핵심 경영 활동을 이사회에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올 연말부터 CEO 평가와 보상을 각 사 이사회에서 결정하게 된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의 이사회 의장인 김종훈 사외이사는 “사내이사들은 CEO와의 관계 등으로 경영권 감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사외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전문성뿐 아니라 회사 경영에 대한 적극적인 주인의식과 참여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룹 관계사 사내·외 이사들이 수시로 지배구조나 경영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전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소통 플랫폼’ 구축 방안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거버넌스 스토리의 핵심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시장에 증명해 장기적인 신뢰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앞으로 사외이사들이 CEO와 함께 기업설명회에 참석해 시장과 소통하고, 내부 구성원과도 소통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이사회 권한과 사외이사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SK그룹의 17개 관계사 중 증시에 상장된 10개사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은 약 60%에 이른다. 이 중 7개사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