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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젠 아예 못걷는데…천안함 장병에 11년전과 같은 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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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가유공자 상이등급 재심 결과를 듣고 충격을 받았는지 며칠 동안 방 안에 틀어박혀 먹지도 말하지도 않았답니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천안함 폭침 사건 후유증으로 심각한 통증을 앓고 있는 신은총(35) 예비역 하사의 근황을 10일 이렇게 전했다.

신은총 예비역 하사는 지난 8월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갈수록 병이 악화돼 외출하기조차 겁이 난다″고 말했다. 사진은 자택에서 수액 주사를 맞고 있는 모습. 신은총 예비역 하사

신은총 예비역 하사는 지난 8월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갈수록 병이 악화돼 외출하기조차 겁이 난다″고 말했다. 사진은 자택에서 수액 주사를 맞고 있는 모습. 신은총 예비역 하사

북한군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할 당시 가슴뼈가 부러지고 허리뼈에 금이 가는 등 전신에 상처를 입었던 신 하사는 천안함 사건 발생 6개월만인 지난 2010년 9월 의병 전역했다. 그해 10월에는 국가보훈처가 상이용사로 인정했다.

하지만 당시 판정 결과와 달리 시간이 흐르면서 신 하사의 몸 상태는 계속 악화했다. 현재 그는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희귀질환인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기사 아래 용어사전 참조)과 사건 이후 끊이지 않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14가지 질환을 달고 살고 있다.〈중앙일보 8월 25일자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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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하사는 “휠체어 없이는 이동도 못 하고, 집 밖으로 나서기가 무섭다”고 했다. 마약성 진통제조차 듣지 않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몸속에 통증 조절 장치를 넣고 점검하는 대수술을 지난해 4월까지 다섯 차례나 받기도 했다.

신은총 하사는 극심한 통증을 줄이기 위해 통증 조절 장치를 몸 속에 넣는 큰 수술을 지난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5차례에 걸쳐 받았다. 사진 왼쪽은 장치를 넣은 부위, 오른쪽은 X-레이 촬영 사진이다. 신은총 예비역 하사

신은총 하사는 극심한 통증을 줄이기 위해 통증 조절 장치를 몸 속에 넣는 큰 수술을 지난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5차례에 걸쳐 받았다. 사진 왼쪽은 장치를 넣은 부위, 오른쪽은 X-레이 촬영 사진이다. 신은총 예비역 하사

신 하사는 고심 끝에 10년 만인 지난해 10월 국가유공자 상이등급 재심을 신청했다. 천안함 생존 장병 중 몸 상태가 가장 안 좋은 자신이 기준점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신 하사가 등급을 올려야 나머지 생존 장병도 국가유공자 심사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천안함 전우회에 따르면 실제로 전역한 장병 가운데 4명은 상이 정도가 경미하다며 심사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신 하사는 재심을 요청한 지 11개월 뒤에야 보훈처로부터 “기존 등급을 유지한다”는 통보(지난달 15일)를 받았다. 최 함장은 “은총이가 이런 결과를 듣고 너무 낙심한 것 같다”며 “은총이 어머니께 전해 듣기로는 며칠 동안 방 안에 틀어박혀 먹지도 말하지도 않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고 이전 해군 복무 시절의 신은총 하사. 신은총 예비역 하사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고 이전 해군 복무 시절의 신은총 하사. 신은총 예비역 하사

보훈처는 재심 결과에 대해 “보훈심사위원회가 심층 검토한 결과 등급을 상향할 수준이 안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천안함 전우회 측은 “노동력 상실과 일상생활 제한이라는 민간 대형병원의 진단 결과조차 반영하지 않은 엉터리 심사”라고 반박했다.

안종민 전우회 사무총장은 “국가유공자 예우ㆍ지원법에는 상이 정도뿐 아니라 사회생활 제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이등급을 정하게 돼 있다”며 “신 하사는 아파서 일은커녕 거의 누워만 지낸다는 사실을 보훈처가 누구보다 잘 알면서 이런 결과를 통보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오는 12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보훈처 국정감사에 최 함장을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신 하사 사례 등을 토대로 보훈 심사의 문제점을 짚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3월 10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왼쪽 둘째)이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천안함 국가유공자 신은총 하사 자택을 방문해 국가유공자 명패를 달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팡이로 몸을 지탱한 신 하사와 신 하사의 어머니가 황 처장 등과 함께 명패를 잡고 있다. 국가보훈처

지난 3월 10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왼쪽 둘째)이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천안함 국가유공자 신은총 하사 자택을 방문해 국가유공자 명패를 달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팡이로 몸을 지탱한 신 하사와 신 하사의 어머니가 황 처장 등과 함께 명패를 잡고 있다. 국가보훈처

하지만 대선 정국 속에서 이른바 ‘화천대유 특검’ 문제로 국감이 파행되며 증인ㆍ참고인 채택은 불발된 상황이다. 최 함장은 국감장에서 하고 싶은 말이라며 심정을 토로했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가 직접 ‘국가유공자 예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심지어 해군참모총장 출신인 황기철 보훈처장은 신 하사 집을 두 차례나 방문해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천안함 장병을 대상으로 쇼는 그만하고 진짜 일을 해주길 원한다.”

용어사전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ㆍCRPS)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은 외상 후 특정 부위에 발생하는 드물지만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통증이다. 통증은 외견적인 손상에 비해 훨씬 더 강하게 발생하며 해당 손상이 해결되거나 사라진 뒤에도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해당 부위가 주로 화끈거리거나 아린 양상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이러한 통증은 미세한 자극만 줘도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환자들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ㆍ심리적 불안정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 서울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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