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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쳐라, 미션명 ‘겟올라’…아예 지도 바꿔버린다는 그들 [삼성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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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7일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안내 포스터. [사진 삼성전자]

지난 7일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안내 포스터. [사진 삼성전자]

〈GAA 상편에서 이어짐〉 “승부처는 ‘겟올라’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 직원들끼리 외치는 구호다. 새로운 생산 방식으로 세계 1위 대만 TSMC를 역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겟올라는 GAA(겟올어라운드·Gate All Around)를 가리킨다.

TSMC 향해 발톱 드러내는 삼성전자  

실세로 삼성전자는 조심스럽게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향후 3년간 파운드리 매출 증가율을 전체 시장 증가율 전망치(14%)보다 높은 24%로 잡은 것도 이런 자신감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추이 및 TMSC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추이 및 TMSC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장 내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2017년 35개였던 삼성의 고객사는 현재 1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며 “2025년에는 300개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양산 성공 땐 TSMC 고객 이탈 전망  

TSMC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50%가 넘는 독보적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앞선 미세화 기술로 수율(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되는 정상 반도체칩의 비율)을 높일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애플·퀄컴·AMD·인텔·엔비디아·미디어텍 같은 빅 바이어에게서 대량 주문을 따냈기 때문이다. 거꾸로 삼성전자가 이들 대형 고객을 사로잡으면 상황이 역전된다는 얘기다.

기존 핀펫 공정 기술과 GAA 비교. [그래픽 삼성전자]

기존 핀펫 공정 기술과 GAA 비교. [그래픽 삼성전자]

대만 TSMC 공장. [중앙포토]

대만 TSMC 공장. [중앙포토]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전기공학부 교수)은 “삼성의 GAA 양산이 성공한다면 최첨단 서버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스템온칩(SoC) 물량을 TSMC에서 충분히 뺏어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는 생산캐파(능력)에서 삼성이 TSMC를 따라잡기 어렵다”며 “하지만 GAA를 적용한 3나노 칩이 대형 고객사에 인정을 받고 물량을 가져올 수 있다면 시장 판도가 바뀌게 된다”고 내다봤다.

고성능, 소형, 저전력 제품을 먼저 만들어 신뢰를 얻는다면 TSMC로 향하던 고객사가 삼성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애플의 AP 물량을 TSMC에 내주면서 삼성이 주도권을 빼앗긴 2016년의 ‘반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독립 기반 마련···분사도 가능”

GAA가 성공할 경우, 삼성의 난제인 ‘파운드리 분사(分社)’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실 삼성 파운드리의 근본적인 취약점은 대형 고객인 애플이나 인텔, 퀄컴과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갤럭시 시리즈로 애플 아이폰과 일합을 겨루고 있고,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AP로는 퀄컴 등과 경쟁하는 관계다. 말 그대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면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으로서 숙명이기도 하다.

고객사가 정보 유출에 대한 의구심 없이 생산을 맡길 수 있는 ‘순수(Pure)’ 파운드리와는 처지가 다르다. TSMC는 이런 틈바구니에서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시장구도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 파운드리 분사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더 많았다.

파운드리는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대표적인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삼성의 경우 반도체(DS) 부문에서 번 돈을 파운드리에 투자하는 구조다. 만약 파운드리가 분사하면 이 돈을 자체 조달해야 한다. 현재의 마진 구조로는 상당히 버겁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영업이익 기준으로 TSMC의 비중은 85%에 달하고 삼성은 5%에 그친다. TMSC의 영업이익률이 40% 안팎으로 삼성(업계에서는 5% 미만으로 추정)을 압도하고 있다. TSMC의 수익률이 높은 것은 공장을 100% 가동할 만큼 수주 물량이 많은 데다, 평균 판매단가(ASP)가 높은 7나노 이하 제품 비중이 절반에 달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GAA 공정 성공으로 애플·AMD 등 TSMC의 물량을 가져올 경우 수익성이 높아지고, 양호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독립’할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대만 매체를 중심으로 “삼성의 GAA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견제가 집중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쉽다.

반도체 역전 키워드 ‘스택 방식’처럼

삼성전자에는 ‘역전 DNA’가 흐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1986년 1메가(M) D램 개발에 성공과 동시에 4M D램, 16M D램을 병행 개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갔다. 이때 역전 카드가 바로 스택 방식이었다.

당시 반도체 공정 기술은 크게 두 가지였다. 공정이 복잡하고 원가가 많이 들어가는 ‘트랜치(tranch)’ 방식과 위험 부담은 크지만 원가가 저렴한 ‘스택(stack)’ 방식이다. 도시바와 NEC`히타치`IBM`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은 모두 트랜치 방식으로 반도체를 생산했다.

이건희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때만 해도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스택 방식을 개발, 양산하라고 지시했다. “지하로 파는 거보다 위로 쌓는 게 더 쉽다”는 직관에서 나온 말이었다.

반도체 역사에서 ‘이건희의 스택’은 이른바 ‘신의 한수’였다. 이후 삼성은 세계 최초로 스택 방식을 기반으로 한 D램 개발에서 경쟁자를 압도한다. 1992년엔 세계 최초로 64M D램 개발에 성공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 자리에 올라선다. 이후 지금까지 세계 1위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TSMC의 파운드리 공장 내부 모습 [사진 TSMC 홈페이지 캡처]

TSMC의 파운드리 공장 내부 모습 [사진 TSMC 홈페이지 캡처]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지난 7일 온라인으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지난 7일 온라인으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 7일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이제 파운드리 기업들은 GAA로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했다”며 “삼성은 새로운 세상을 열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밑그림은 이미 촘촘하게 그려 놨다는 의미다. 더 쉽게 말하면 지금 지형으로는 역전이 어려우니, 아예 삼성 식으로 ‘지도’를 바꾸겠다는 청사진이다. 이제 실행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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