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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처에 이혼 위자료 5억, 재혼녀에겐 7억 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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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관한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천화동인 대주주들 사이에 오간 자금의 흐름은 요지경 그 자체다. 한때 ‘깐부’(딱지·구슬치기 등 놀이의 한편인 짝꿍, 친한 친구)였으나 이젠 녹취록과 자술서로 서로의 혐의를 고발하면서 드러난 천문학적 금액들을 따져봤다. 검찰은 이들의 자금 출처를 추적하는 한편 대장동 사업관련 뇌물인지 대가성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 3일 수천억원대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8억원대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연합뉴스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 3일 수천억원대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8억원대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연합뉴스

그들만의 아낌없는 ‘깐부 게임’…유동규에 36억여원 제공

우선 가장 이목을 끄는 인물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다. 그는 지난 3일 검찰에 구속될 당시만 해도 올해 1월 천화동인1호 대주주 김만배로부터 받은 사업자금 5억원과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업자 정모씨로부터 3억원 등 8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그런데 별도로 측근인 정민용 변호사를 통해 남욱 변호사와 천연 다시마 비료사업 관련 35억원 투자약정을 맺고 지난해 우선 20억원을 투자받았고 이 중 11억 8000만원을 전처 이혼 위자료와 재혼할 여성의 주택자금으로 가져다 쓴 게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이는 유 전 본부장 측근으로 지난해 말부터 천연비료 사업을 동업한 정 변호사가 지난 9일 검찰에 제출한 A4용지 20쪽 분량의 자술서에서 드러난 내용이다.

정 변호사는 자술서에서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9월 천화동인 4호 대주주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천연비료 사업자금 20억원을 투자받았고 ▶자신이 이 중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 전처에 이혼 위자료 명목으로 5억원을 송금했고, 재혼할 여성과 살 집을 구할 자금으로 재혼 상대에게 6억 8000만원을 송금했다고 한다. 정 변호사는 같은 해 11월 송금을 완료한 뒤 유 전 본부장과 대여 약정서를 작성했으며 이를 입증할 증빙 자료도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2015년 3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남욱 변호사 등 화천대유 주주 측으로부터 8억 3000여만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확인하고 있다. 8억 3000만원은 천화동인 5호 대주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 포함돼 있다고 한다. 기존 구속영장에 기재된 혐의(5억원과 3억원)와 별개다.

결국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주주들에게 사업자 선정 및 본인 사업자금과 이혼 위자료, 재혼 자금 등의 명목으로 받은 금액을 합산하면 36억 3000만원에 이르는 셈이다. 남욱 변호사에게 투자받기로 약정한 사업자금 잔금 15억원을 합치면 51억여원에 이른다.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인물 관계도. 중앙일보 그래픽.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인물 관계도. 중앙일보 그래픽.

김만배 ‘700억 약정설’에 ‘350억원 정관계 로비설’  

유 전 본부장이 동업자인 정 변호사와 사업자금에서 이혼 위자료와 재혼 주택자금까지 당겨 쓸 수 있었던 것은 ‘700억 약정설’이 믿는 구석이 됐다. 이는 오는 11일 검찰에 처음 소환되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와 관계사 천화동인 1호 대주주 김만배(57)씨와도 맞물려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정민용 변호사에게 이혼 자금을 빌리면서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는 자기 것”이라며 “유 전 본부장이 김만배에게 700억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곧 받을 것”이란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김만배씨로부터 받기로 했다고 주장하는 700억이 일종의 ‘담보’가 됐다는 취지인 셈이다.

또 김만배씨는 ‘50억 약속 그룹’으로 명명된 ‘350억 정관계 로비설’의혹을 풀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천화동인 5호 대주주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씨가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30억원, 성남시의원에게 20억원이 전달됐다. 실탄은 350억원”이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정무위 국감에서 “‘50억 약속 그룹’으로 언급된 이들”이라면서 전직 대법관과 전직 검찰총장, 국회의원 등의 실명을 거명했다. ‘50억 클럽’ 6명(300억원)에까지 더하면 총 350억원이 로비 자금으로 쓰였다는 뜻이다. 다만 김씨 측은 “인허가를 담당한 도시공사가 과반 주주인데 무슨 로비가 필요하겠냐”며 전면부인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2017년 착공한 대장지구는 올해 상반기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중앙포토]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2017년 착공한 대장지구는 올해 상반기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중앙포토]

3000억 화천대유 아파트 수익에 결국 탈났다  

천문학적 수익을 거둔 화천대유가 대주주 간 폭로와 소송전 양상의 죽기 아니면 살기 식 ‘깐부 게임’으로까지 번진 이유는 결국 ‘돈’이다.

정영학 회계사가 자신의 처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관련 자료를 낸 것은 화천대유의 추가 3000억원대 아파트 분양 수익에 따른 내분 때문이라고 한다. 화천대유로 아파트 분양 수익이 예상외로 3000억원 넘게 들어오자 남욱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자신들이 초기 사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근거로 추가 배분을 요구했지만, 김만배씨 역시 ‘350억원 실탄’ 지출 필요성을 이유로 거부해 큰 갈등이 생겼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이모 전 대표이사(현 부회장) 120억원을 포함해 화천대유 임원급은 50억원 이상, 일반 직원은 최소 5억원 이상의 성과급 계약을 맺었고 퇴직 때는 별도 위로금도 줘야 하기 때문에 다른 천화동인 주주들이 화천대유 경비를 공동 부담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고 한다.

정 회계사의 폭로는 유 전 본부장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모멸감을 겪는 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돌았다. 당시 유 전 본부장 측은 “술기운에 뺨을 때린 것은 맞는데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며 “공동경비로 사용할 자금을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 사이에서 서로 부담하라며 싸우게 됐고, 유 전 본부장이 중재하다 녹취된 것”이라고 했다. 결국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사업자금을 누가 대느냐 역시 주주 사이 갈등의 한 원인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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