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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약 먹자 한명도 안 죽어"…먹는 코로나 약, 결정적 한계

중앙일보

입력

미국 뉴저지주 케닐워스에 위치한 제약사 머크 본사. [사진 EPA=연합뉴스]

미국 뉴저지주 케닐워스에 위치한 제약사 머크 본사. [사진 EPA=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머크(Merck·국내 사명 MSD)가 리지백바이오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몰루피라비르·molnupiravir·DIDD-2801/MK-4482)의 임상 결과가 알려지면서 코로나19 사태를 끝낼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단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 주가는 대체로 하락하면서 경구용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머크의 몰루피라비르는 입원하지 않은 경증·중등증 환자에게 효과가 있었다. 이들의 입원·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통계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경증·중등증·중증으로 구분한다. 이 중 경증·중등증 환자 775명이 800㎎의 몰루피라비르를 하루 2번 5일간 10회 복용했더니 7.3%의 환자만 중증으로 악화했다. 가짜 약(위약)을 복용한 환자는 14.1%가 중증으로 나빠지거나 사망했다. 몰루피라비르를 복용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면 입원·사망 확률이 절반가량 줄어든 셈이다.

특히 몰누피라비르를 복용한 사람은 한 명도 사망하지 않았지만 위약을 복용한 사람 중 8명은 코로나19로 숨졌다. 몰루피라비르는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었다. 감마·델타·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비슷한 효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분석 결과를 확인한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가 임상3상 조기 종료를 권고하면서 머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로버트 베이비스 머크 회장은 “임상 시험에서 몰누피라비르가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한 중요한 의약품이 될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FDA에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했다.

머크(한국법인명 MSD)가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루피라비르. [사진 AP=연합뉴스]

머크(한국법인명 MSD)가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루피라비르. [사진 AP=연합뉴스]

경증·중등증 환자 효능…3상 사망 없어 

경구용 치료제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편의성·안전성 때문이다. 물누피라비르는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이 주삿바늘로 피부를 찌르지 않더라도, 집에서 복용할 수 있다. 때문에 초기에 코로나19를 치료할 가능성이 있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바이오기업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경구용 독감 치료제(타미플루)를 개발한 이후 신종플루는 관리 가능한 질병으로 바뀌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의 주가는 대체로 하락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은 제품은 22개(20개 성분)다. 이 중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제품은 14개(13개 성분)다. 종근당·신풍제약은 임상3상에 돌입했고, 대웅제약은 임상2상 결과를 분석 중이다. 진원생명과학·녹십자웰빙·동화약품 등은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몰누피라비르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상3상 대상이 고혈압·심장병·당뇨 등 감염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에 한정돼서다. 따라서 FDA가 긴급 사용승인을 고위험군으로 한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5일(50개) 복용에 드는 가격(700달러·약 80만원)도 한계로 꼽힌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가격이 비싸 범용으로 쓰이긴 어렵고 고위험군 중심으로 한정적으로 투여될 듯하다”며 “‘게임 체인저’로 보기엔 다소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제약사 머크가 개발 중인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사진 로이터통신]

미국 제약사 머크가 개발 중인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사진 로이터통신]

예방용 3상 별도 진행…효능 입증할까

하지만 몰루피라비르가 예방용 임상에도 성공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머크는 치료용이 아닌 예방용으로 몰루피라비르를 사용할 수 있는지 별도로 확인 중이다. 코로나19 확진자와 함께 거주한 18세 이상 성인에게 몰루피라비르를 복용해 예방 효과가 있는지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몰루피라비르의 효과까지 확인할 경우 코로나19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역할까지 대체할 수 있어서다. 스콧 고틀립 화이자 이사(전 FDA 국장)는 “경구 복용만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할 수 있어 진정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머크의 임상 소식이 알려진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의 주가도 덩달아 하락했다. 국내서 유일하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셀트리온도 마찬가지다. 항체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우려가 있어서다.

한편 연말까지 1000만 명분을 생산할 예정인 머크는 연초 미국 정부와 170만 명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정부도 공급을 논의 중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3일 “몰누피라비르 선구매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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