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강주안의 시선

새 사장 지원자도 무리라는 KBS 수신료 인상

중앙일보

입력 2021.10.1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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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주안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네이버 지식IN에 올라온 KBS 수신료 관련 질문과 답변들. [네이버 화면 캡처]

네이버 지식IN에 올라온 KBS 수신료 관련 질문과 답변들. [네이버 화면 캡처]

 감사원도 지적한 KBS의 방만경영

상위직 56%, 연차수당 과다 지급

 1인가구 늘며 수신료 수입도 증가

한국방송공사(KBS)가 새 사장 공모 지원자 15명의 포부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수신료 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담겼다. KBS는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3800원으로 52% 인상하는 안을 올해 관철하려 한다. KBS 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벽을 뚫었고 이제 국회만 남았다. 수신료 인상안에 “인건비 감축과 예산 절감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선제적으로 반영했다”는 KBS의 진정성은 지난달 공개된 감사원 감사 결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 보고서에 그려진 KBS는 여전히 ‘신의 직장’이다.

상위 여섯 개 직급의 평균 연봉이 1억이 넘는다. 연차 수당을 제외하고도 그렇다. 이 여섯 개 직급에 속한 인원은 56.5%다. 승진도 후해 2004년 40.8%였던 상위직급 비율이 2019년엔 56.5%가 됐다. 가장 부러운 대목은 연차 수당이다. 기준금액이 기본급의 180%다. 340개 공공기관 가운데 95.9%(326개)가 통상임금(기본급의 130~140%) 수준 이하로 적용한다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이런 식으로 KBS가 2005~2019년 과다하게 지급한 연차 수당만 1335억원에 이른다.

수신료 수입은 제자리걸음일까. 그렇지 않다. 매년 꾸준히 늘어 2019년엔 6705억원에 달했다. 1인 가구의 증가 덕분으로 분석했다. 혼자 사는 젊은 세대가 KBS의 든든한 후원자로 등장했다. 독거노인과 쪽방촌 주민도 수신료를 보탠다.

KBS 고비용의 버팀목 중 하나는 뻥튀기 예산이다. 공기업은 예산의 균형을 추구한다. 수입이 악화하면 그만큼 허리띠를 졸라맨다. 급여 삭감이나 인력 감축을 감내해야 한다. KBS는 다음 해 예상 수입을 과대하게 잡았다. 돈을 많이 벌겠다니 지출도 편해진다. 실적 목표를 부풀린 과정도 황당하다. 한 부문은 광고 예상 수입이 3400억원으로 나오자 여기에 350억원을 더해 3750억원으로 잡았다고 감사원은 발표했다. 실적에 펑크가 안 나면 이상하다. 2019년 KBS의 방송광고 수입 달성률은 67.9%에 불과했다.

한 대기업 사장에게 수신료 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나는 KBS 안 보는데요?"라고 대답했다. 빈말이 아니라는 사실은 시청률이 말해준다. 지난 9일 시청률 집계(닐슨코리아)를 보면 KBS 1TV에서 가구시청률 10%를 넘긴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다. 예능·드라마 위주의 2TV까지 합쳐도 주말 드라마 한 개뿐이다. 그래도 수신료는 전기요금에 묶어 걷어간다. TV를 보유한 2248만여 가구(2019년 말 기준) 가운데 약 98%가 수신료를 납부했다.

지난 추석 연휴에 ‘오징어 게임’이 화제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지갑을 열었다. KBS에는 매달 돈만 내는 사람이 많다. 비록 안 봐도 KBS가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이라면 기꺼이 부담할 의향이 있다. KBS가 ‘국민 일부만의 방송’이라는 인식은 사장 지원자들의 서류에 ‘검·언 유착’ ‘생태탕’이란 키워드로 반영됐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보도국을 갈아엎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비판 언론 때리기에 앞장섰다. KBS가 진행한 공론조사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뉴스 제공’ 항목에 긍정 답변은 ^31.6%(기초 조사) ^37.3%(1차 조사) ^36.4%(2차 조사)뿐이다.

방만 경영에 대한 감사원 지적에 KBS는 "직원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져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KBS의 연차수당 기준금액은 법적 기준 중 하나인 ‘평균임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KBS 노사는 연차수당 산정기준 논란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이 약속이 지켜질까.

감사원 감사를 대하는 KBS의 태도는 마이동풍에 가깝다. 인건비나 예산 문제는 약 10년 전부터 반복 지적해온 사항이다. 감사원은 KBS가 2013~2014년 발생한 성희롱 사건을 제대로 징계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번 감사에서도 성추행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직원에게 해임이 결정됐으나 재심에서 징계 수준을 낮춘 사실을 적발했다. 일단 수신료를 올려주면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약속이 미덥지 않다. "KBS가 감사원의 방만 경영 지적을 시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수신료 인상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박종민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의 견해가 훨씬 설득력 있다. 사장 지원자 사이에서도 지금 수신료 인상은 무리라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일부 실세 사장 지원자들은 이번에 수신료 인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거대 여당의 힘을 동원해 수신료를 52% 올리는 행위는 1인 가구 청년과 빈곤층의 지갑을 털어 KBS 직원의 복지를 채우는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

강주안 논설위원

강주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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