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언론인에게 노벨평화상…언론 자유 위협받는 증거

중앙일보

입력 2021.10.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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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필리핀 탐사보도 플랫폼 ‘래플러’의 최고경영자(CEO) 마리아 레사(위 사진)와 러시아 '노바야 가제타'의 편집장인 드미트리 무라토프            [AFP·AP 연합]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필리핀 탐사보도 플랫폼 ‘래플러’의 최고경영자(CEO) 마리아 레사(위 사진)와 러시아 '노바야 가제타'의 편집장인 드미트리 무라토프 [AFP·AP 연합]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두 언론인 마리아 레사(필리핀)와 드미트리 무라토프(러시아)에게 수여한 데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독재 정권에 맞서 언론 본연의 사명인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 온 전 세계 모든 ‘저항’ 언론인들에게 보내는 특별한 찬사이자 격려다. 노벨위가 선정 이유에서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점점 더 불리한 조건에 직면한 세상에서 (두 사람이) 이상(理想)을 옹호하는 모든 언론인을 대표한다”고 적시한 그대로다. 언론인의 평화상 수상은 1935년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비밀리에 재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언론인 카를 폰 오시에츠키 이후 86년 만의 기념비적 사건이다. 그만큼 언론이 진짜 위기임을 역설적으로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벨위의 평가대로 레사와 무라토프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 정권을 상대로 목숨을 걸고 팩트(사실)를 취재·보도하며 용감하게 싸웠다. 필리핀 탐사보도 플랫폼 ‘래플러’의 최고경영자(CEO)인 레사는 두테르테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2만 명 이상을 희생시켰다는 등의 정부 비판 기사를 거침없이 보도했다. 러시아 ‘노바야 가제타’의 편집장인 무라토프는 체첸 전쟁 중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등을 실었다. 이 과정에서 동료 기자 6명이 총격, 독극물 중독 등으로 숨졌지만 보도를 멈추지 않았다.

국경없는기자회 등 전 세계 언론단체와 유엔 등 국제기구들은 이번 수상을 환영하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약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되짚었다. 홍콩 역시 중국 공산당의 언론 통제 정책에 신음하고 있고, 태국은 군부 쿠데타로 언로가 막혀 있다. 각국 언론인들은 구금과 살해를 포함한 폭력에 노출돼 있다. “미디어에 반대하는 수사와 미디어 종사자에 대한 공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걱정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가짜뉴스와 근거 없는 소문, 증오 표현과 프레임 덧씌우기 등으로 표현의 자유가 긴급 상황에 처해 있기로는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징벌법’ 제정을 밀어붙이다가 “권력 비판에 대한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언론 탄압”이라는 국내외 언론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무기한 연기 쪽으로 후퇴한 게 불과 열흘 전 아닌가. “언론 자유 없이는 국가 간 우애도, 군비 축소도, 더 나은 세계 질서도 없다”는 노벨위의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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