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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핵기술 전수, 파키스탄 ‘핵 개발 아버지’ 칸 박사 사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압둘 카디르 칸

압둘 카디르 칸

파키스탄에선 ‘핵 개발의 아버지’로 평가받지만, 국제사회에선 북한·이란·리비아 등에 관련 기술을 팔아넘겨 핵확산의 주범으로 낙인 찍혔던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사진)이 10일 숨졌다. 85세.

파키스탄 국영 PTV는 칸 박사가 이날 폐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군 병원에 입원했다가 몇 주 전 퇴원했는데, 최근 호흡 곤란 등으로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KRL 병원으로 이송된 다음 날 사망했다. 파키스탄의 아리프 알비 대통령은 트위터에 “핵 억지력으로 파키스탄을 구하는 데 기여한 그의 헌신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올렸다.

칸 박사는 36년 인도 보팔의 무슬림(이슬람 신자) 가정에서 태어나 52년 무슬림 국가 파키스탄으로 이주했다. 카라치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네덜란드 델프트 과학기술대에서 석사학위를,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에서 금속공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우라늄 농축 전문가로 암스테르담 물리동력화연구소(FDO)에서 근무하다 74년 5월 인도가 첫 핵 실험을 하자 핵 개발에 나선 파키스탄 정부의 초청으로 75년 12월 귀국했다. 칸 박사는 98년 5월 28일 핵 실험에 성공해 파키스탄을 이슬람권 최초의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만들었다.

그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등이 파키스탄 정부가 북한에 핵무기 개발 기술을 이전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칸 박사는 2004년 2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북한·이란·리비아 등 3개국에 핵 기술을 판매했다고 시인했다. 그 뒤 페르베즈 무샤라프 당시 파키스탄 대통령의 사면을 받았지만, 여생을 가택 연금 상태에서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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