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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에 노벨평화상 “저널리즘 위협의 방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마리아 레사(左), 드미트리 무라토프(右)

마리아 레사(左), 드미트리 무라토프(右)

올해 노벨평화상이 두 명의 언론인에게 돌아가자 세계 언론단체는 “환영한다”면서도 “전 세계 저널리즘과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논평했다.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58)는 “지금까지는 언론인이 겪고 있는 일이 주목받을 만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노벨평화상이) 우리가 직면한 전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AP통신·워싱턴포스트·CNN에 따르면 국경없는기자회·언론인보호위원회 등 언론 단체와 유엔은 이날 언론인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관련해 “저널리즘에 대한 특별한 찬사임과 동시에 위협받는 저널리즘과 민주주의의 긴급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벨위는 지난 8일 레사와 함께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60)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레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비판하고 소셜미디어 속 가짜뉴스와 싸워왔다. 무라토프는 러시아 유일의 반정부 매체 노바야가제타 편집장으로 일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비리를 보도해왔다.

국경없는기자회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은) 저널리즘에 대한 특별한 찬사”라며 “현재 저널리즘은 위험에 처했고, 약화됐고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허위 정보, 근거 없는 소문, 증오 표현에 의해 약화된다”고 했다.

노벨평화상을 언론인이 받은 건 1935년 수상 이후 86년 만이다. 라이스안데르센 노벨위 위원장은 “표현의 자유야말로 평화에 필수적”이라며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사실에 기반한 언론은 권력 남용, 거짓말, 전쟁 선동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 없이는 국가 간의 우애, 군비 축소, 더 나은 세계질서도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 사회에서 언론 탄압 수위는 지속해서 높아지는 추세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감옥에 갇힌 기자는 274명으로 92년 조사 이래 가장 많았다. 이 중 34명이 가짜뉴스 보도를 이유로 투옥됐다. 언론인 31명은 취재 중 살해를 당했고 이중 21명은 보복 살해였다.

노벨평화상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주목하며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레사는 한국의 언론중재법 개정 작업이 언론 탄압이라며 개정 철회를 요구했던 국제언론인협회(IPI) 이사회 멤버다. IPI는 지난 8월 “한국은 새로운 가짜뉴스 처벌법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고, 9월에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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