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캠프 “무효표 처리 이의제기” 사실상 경선 불복

중앙일보

입력 2021.10.11 00:02

업데이트 2021.10.1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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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측은 10일 경선 결과 발표 후 “대선후보 경선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가 50.29%의 득표율로 민주당 대선후보에 선출된 데 대한 사실상 경선 불복으로 해석됐다. 경선 후폭풍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이낙연 캠프는 저녁 늦게까지 긴급 대책회의를 연 뒤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설훈·홍영표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이의제기를 규정된 절차에 따라 당 선관위에 공식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대선 경선 후보의 중도사퇴 시 무효표 처리가 결선투표 도입의 본 취지에 반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며 “11일 이의제기서를 당 선관위에 공식 접수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대장동이 불지핀 경선 후폭풍 … 이재명 “당 처분 기다릴 것”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10일 서울 합동연설회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낙연 캠프 측은 경선 결과에 대해 당 선관위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10일 서울 합동연설회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낙연 캠프 측은 경선 결과에 대해 당 선관위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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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는 이 소식을 전해듣고 “당 선관위와 지도부에서 당헌·당규를 합리적으로 해석해 처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방송 릴레이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 말씀을 해주셨다고 하니 저는 당이 결정하는 대로 처분을 기다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결과 발표 직후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기는 했지만, 이 후보의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 20여 분간 만감이 교차한 듯 눈을 감은 채 생각에 빠진 모습이었다. 이 전 대표는 패배 후 “부정경선”을 외치는 지지자들에게 “고맙다. 정리된 입장은 나중에 말하겠다”면서 “늘 차분한 마음, 책임 있는 마음으로 기다려 달라. 오늘은 여기서 일단 여러분과 헤어지겠다.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경선 결과에 승복하는 질문이 여러 번 나왔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이낙연 캠프 핵심 의원들은 긴급 회의를 갖고 “정 전 총리의 득표를 무효표로 할지 여부를 당헌·당규대로 결정하도록 당 지도부에 공식 요청하자”는 결론을 모았다.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이건 후보 간 승복의 문제가 아니라 지지층 분열 수습을 위한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 지사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고 한 마당에 정면으로 불복하는 모양새를 보이긴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캠프 내부에서 경선 불복 모양새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흐르는 것도 그래서다.

이재명 득표, 과반 4151표 넘겨

이날 선출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50.29%로 본선 직행 기준인 과반을 불과 4151표 넘겼다. 이 득표율은 지난달 13일 경선 후보에서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지난달 26일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물러난 김두관 의원의 득표를 모두 무효표로 처리한 결과다. 사퇴 시점까지 정 전 총리가 얻은 2만3731표와 김 의원의 4411표를 유효투표로 보고 계산했다면 이 후보가 얻은 71만9905표의 득표율은 49.31%가 돼 결선투표를 피할 수 없었다.

민주당 경선 결과

민주당 경선 결과

이런 운명이 정해진 건 지난달 15일이었다. 정 전 총리가 사퇴하자 이상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선관위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정세균 후보가 얻은 표는 무효 처리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이 전 대표 측은 “당무위를 소집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이 전 대표 지지자들에게선 “민주당판 사사오입”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당 지도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 전 대표 측과 당 지도부 및 선관위의 갈등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규정’ 특별당규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발생했다. 59조 1항엔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규정돼 있다. 바로 이어지는 60조 1항엔 ‘선관위는 경선 투표에서 공표된 개표 결과를 단순 합산해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무효표 처리 없이 개표 결과를 단순합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당 선관위는 사퇴 후보의 표는 무효 처리한다는 규정에 무게를 두고 결론을 냈다. 그런데 10일 이 후보의 ‘턱걸이 과반’으로 무효표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은 이날 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무효표 처리는) 당규에 있는 그대로 한 것”이라며 “59조 1항에 분명히 중도사퇴 후보는 무효 처리한다고 돼 있고, 60조 1항에도 분모는 ‘유효표’로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 “사사오입 철회하라”는 글이 쏟아졌고,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사오입 반대 트럭을 돌리자” 등 집단 항의를 조직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날 경선 현장에 응원차 나온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끝까지 싸워야 한다”(50대 고모씨)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당내 “이의제기 수용 쉽지 않을 것”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를 당 지도부가 수용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이재명 후보가 후보 수락 연설까지 끝낸 마당에 후보 선출 절차를 문제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지사의 대장동 특혜 의혹 연루 가능성을 부각하며 불안한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후보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싶지만 큰 우려부터 앞선다”며 “도덕성·인품·정책 중 어느 하나 자랑할 만한 것이 없는 이 후보는 ‘대장동 게이트’의 진실이 밝혀지며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선 향후 민주당 내 혼란과 분열이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의 이상일 공보실장은 “‘이재명 리스크’는 대장동의 추악함이 드러날수록 확대될 것이다. 이재명 후보 선출이 민주당 대혼란의 시작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아니라 대장동 비리로 구치소에 가야 할 사람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다. 우리로서는 참 고마운 일”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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