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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긴 중도층이 많았다...이재명, 후보 되고도 찝찝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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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의 제20대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이 후보는 10일 민주당 대선후보 서울 대의원·권리당원 투표에서 51.45%(4만5737표·1위)를, 제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28.30%(7만441표·2위)를 얻어 최종 1위에 당선됐다. 최종 누적 득표율 50.29%(71만9905표)로 결선 투표 없이 대선에 직행하게 됐다.

다만 ‘대장동 논란’ 속에 펼쳐진 이날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투표인원 24만8880명)에선 이 후보가 예상 밖의 대패를 당하는 바람에 이낙연 전 대표와의 격차가 좁혀졌다. 권리당원 아닌 일반 국민들이 참가한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후보는 이낙연 전 대표의 득표율(62.37%·15만5220표)의 절반도 되지 않은 28.30%를 기록했고, 누적 득표율 역시 전날 55.29%에서 50.29%로 5% 포인트 하락했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후보 선출 감사 연설'을 마친 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후보 선출 감사 연설'을 마친 후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반면 2위를 기록한 이 전 대표는 이날 선전에 힘입어 누적 득표율이 33.99%에서 39.14%로 5.15% 포인트 상승했다. 3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9.01%(12만9035표)를, 4위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55%(2만2261표)를 최종 득표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선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선을 다해서 민주당의 전통대로 ‘원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낙연 캠프가 이날 저녁 긴급회의를 연 뒤 “당 대선후보 경선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제기를 당 선관위에 공식 제출하겠다”며 사실상 경선불복 입장을 밝혀 당분간 당내 분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낙연 캠프가 이의제기한 것은 결선 투표 실시 여부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중도 사퇴한 후보(정세균·김두관)의 득표수(2만8399표)를 유효 투표수에 산입할 경우, 이 후보의 득표율이 49.31%로 낮아져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하는 ‘과반 미달’ 상태가 된다. 다만 이상민 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이에 대해 “(무효표 처리는) 당규에 있는 그대로 한 것”이라며 “59조 1항에 분명히 중도사퇴 후보는 무효처리한다고 돼 있고, 득표율 계산 방법인 60조 1항에도 분모가 ‘유효표’로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중도층 가까운 3차 선거인단서 일격…‘대장동’에 흔들렸나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가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가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포옹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경선 후폭풍을 불러온 이날 투표 결과에 대해선 민주당 내부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후보가 이날 투표 전까지는 이 전 대표의 텃밭인 광주·전남 지역 경선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과반 득표율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대장동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3일까지 투표가 실시된 2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도 이 후보가 득표율 58.17%로 흔들림 없는 대세론을 유지한 탓에 충격은 더 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급작스러운 표심 변화는 솔직히 말해 ‘대장동 논란’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특히 가장 늦게 모집한 3차 국민선거인단이 가장 민주당 지지성향이 약한 그룹이라는 점도 이날 투표 결과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민주당의 한 경선 캠프 관계자는 “대부분 민주당의 핵심 지지자들은 먼저 모집한 1·2차 국민선거인단에 포함됐다”며 “3차 국민선거인단은 성향으로 보면 가장 당성(黨性)이 낮은 사람들인데, 여기서 이 후보가 패했다는 건 대선 상황이 만만찮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이 많이 분포한 국민선거인단에서 큰 차이로 패했다는 건 결국 관망하던 사람들이 대거 반대투표에 참여했다는 것”이라며 “이 후보 입장에선 지금까지 대장동 논란을 다룬 방식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율은 81.39%로 2차 때 투표율(59.66%)보다 크게 올랐다.

이 후보는 이날 저녁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투표 결과에 대장동 사건의 영향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전혀 영향이 없었을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야당의 선동이나 일부의 가짜뉴스의 영향력이 없었을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일반 당원 득표율엔 큰 변화가 없다. 하나의 회초리로, 경계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부패 기득권과 최후대첩”…중도층에도 손 내밀어

이날 이 후보는 후보 확정 직후 ‘후보 선출 감사 연설’에서 “이번 대선은 부패 기득권과의 최후대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건세력과 유착한 정치세력의 부패 비리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며 “당선 즉시 강력한 ‘부동산 대개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없애겠다”라고도 했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변함 없는 정면 돌파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가 '후보 선출 감사 연설'에서 “국가주도의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으로 경제성장률 그래프를 우상향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가 '후보 선출 감사 연설'에서 “국가주도의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으로 경제성장률 그래프를 우상향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국가주도의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으로 경제성장률 그래프를 우상향으로 바꾸겠다”며 출마 선언에서 밝힌 ‘경제 성장론’ 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는 “유용하고 효율적이면 진보·보수, 좌파·우파, 박정희정책·김대중정책이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라며 “국민의 지갑을 채우고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만 있다면,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채택하고 실행하겠다”고 했다. 향후 중도층 확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 민주당 안팎에서도 이 후보의 확장력에 대한 의문은 향후 5개월 남은 대선의 핵심 과제로 거론된다. 지난 5~7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지지율 25%로 1위였으나, 여전히 30%대 박스권을 돌파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최근 4달 동안 24%(7월 1주차)→25%(8월 1주차)→24%(9월 1주차)→25%(10월 1주차)로 정체된 상태이기도 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게다가 이번 달 조사에선 경선 막바지인데도 전체 응답자 가운데 26%가 응답을 유보했다. 이를 두고도 이 후보가 중도층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방증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율(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통상 대선 5개월 전 유력 주자들의 지지율은 30% 중후반이었지만, 이 후보의 지지율은 30%를 못 넘고 있다”며 “정권 교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중도층 마음을 얻지 못하면 상당히 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면 과제가 된 ‘원팀’ 구성…이낙연, ‘경선 승복’에 묵묵부답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경선 후보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경선 후보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경선이 종료된 이후 경선 규칙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이 후보에겐 당장 ‘원팀 선대위’ 구성이 당면 과제가 됐다. 경선 막판 ‘대장동 논란’을 둘러싸고 이낙연 캠프에서 “후보가 구속되는 상황도 가상할 수 있다”는 격한 우려가 나온 상황에서, 무효표 처리 논란에 불이 붙을 경우 당 통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무엇보다 2위 후보인 이 전 대표의 경선 승복 여부가 불투명한 게 난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경선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 정리된 마음은 정리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며 “차분한 마음으로 책임이 있는 마음으로 기다려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대선 경선 결과에 승복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여러 차례 답변하지 않았다.

그간 중립지대에서 활동해 온 의원들은 이날 최종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조속히 원팀을 구성하라”는 메시지를 잇달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박재호 의원은 “당원들 마음에 새겨진 아픔과 상처가 쉬이 아물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많다. 이럴수록 우리 당의 후보들을 중심으로 모두가 하나 되어 뭉쳐야 한다”고 했고, 당 홍보소통위원장인 김원이 의원은 “모두 하나 된 더불어민주당 팀이 되어, 국민 앞에 당당히 서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현직 도지사인 이 후보의 경기지사직 사퇴 시점도 향후 이 후보가 결단해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이 후보는 앞서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법적으로 허용된 12월 9일까지 지사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경선 기간을 거치며 캠프 안팎에서 “하루라도 빨리 대선 후보로서 선거 운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 상태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향후 민주당은 당 분열을 막아야 하는 정치적 허들과 대장동 수사라는 법적 허들, 그리고 중도층의 설득을 받아야 하는 지지율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며 “하나도 만만치 않은 만큼,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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