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표만 무효 안됐어도…이낙연 지지층 "결선 도둑맞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10 20:02

업데이트 2021.10.10 21:44

“이대로 가면 결선투표를 도둑맞았다는 당원들의 허탈감을 달랠 수 없을 것.”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최종 결과를 본 이낙연 전 대표 캠프 실무자의 반응이다. 이날 선출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50.29%로 본선 직행 기준인 과반을 불과 4151표 넘겼다. 그러나 이같은 득표율은 지난달 13일 경선 후보에서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지난달 26일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물러난 김두관 의원의 득표를 모두 무효표로 처리한 결과다. 사퇴시점까지 정 전 총리가 얻은 2만3731표와 김 의원의 4411표를 유효투표로 보고 계산했다면 이 후보가 얻은 71만9905표의 득표율은 49.31%가 돼 결선투표를 피할 수 없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가 1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선거 최종 후보로 선출되자 이낙연 전 대표가 축하를 건네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가 1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선거 최종 후보로 선출되자 이낙연 전 대표가 축하를 건네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런 운명이 정해진 건 지난달 15일이었다. 정 전 총리가 사퇴하자 이상민 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선관위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정세균 후보가 얻은 표는 무효처리한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 이후 이 전 대표측은 “당무위를 소집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이 전 대표 지지자들에게선 “민주당판 사사오입”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당 지도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 전 대표측과 당 지도부 및 선관위의 갈등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규정’ 특별당규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발생했다. 59조 1항엔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바로 이어지는 60조1항엔 ‘선거관리위원회는 경선 투표에서 공표된 개표결과를 단순합산해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무효표 처리 없이 개표 결과를 단순 합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당 선관위는 사퇴 후보의 표는 무효 처리한다는 규정에 무게를 두고 결론을 냈다.

이 결정으로 정 전 총리 사퇴 전 51.41% 득표로 아슬아슬한 1위를 달리고 있던 이 후보의 득표율이 53.71%로 조정되면서 ‘무결선 대세론’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이날 30만5779표가 걸린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에서 이 전 대표에게 압도적인 표차(이재명 7만441표, 이낙연 15만5220표)로 패하면서 ‘계산법 채택에 기댄 후보 확정’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상민 선관위원장은 이날 개표 후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도 “(무효표 처리는) 당규에 있는 그대로 한 거니까 당규에 규정된 거 무시할 수는 없다” 며 “59조 1항에 분명히 중도사퇴 후보는 무효처리한다고 돼 있고 60조 1항은 득표율 계산 방법인데 분모는 유효표다. 무효표는 넣을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규의 타당성 문제는 검토는 해볼 필요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결국 이 전 대표측은 이날 밤 입장문을 내고 “캠프 소속의원 전원이 긴급회의를 하고 당 대선후보 경선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제기서를 규정된 절차에 따라 당 선관위에 공식 제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 “사사오입 철회하라”는 글이 쏟아졌고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사오입 반대 트럭을 돌리자” 등 집단 항의를 조직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날 경선 현장에 응원차 나온 이 전 대표의 지지들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끝까지 싸워야 한다”(50대 고모씨)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표 측의 한 실무자는 “62%대 28%라는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는 대장동 사건에 분노한 국민들이 이재명 후보를 대선 주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한 것”이라며 “국민들의 참여를 무효화시키는 사퇴 후보 득표 처리 문제는 반드시 당무위 논의를 거쳐 결론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전 총리가 지난달 13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후 차량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임현동 기자

정세균 전 총리가 지난달 13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후 차량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임현동 기자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전 대표측의 이의제기를 민주당 지도부가 수용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정설이다. 당 관계자는 “이미 이재명 후보가 후보수락 연설까지 끝낸 마당에 후보 선출 절차를 문제삼는 건 말이 안된다”고 일축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