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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 확대했지만 준비 부족에 "사실상 방치" 불만

중앙일보

입력

단계적 일상회복을 앞두고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재택치료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경증 또는 무증상 환자가 갑자기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의료체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미 시행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현장에선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재택치료 방안 관련 코로나19 중대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재택치료 방안 관련 코로나19 중대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한 인터넷 카페에는 “재택치료라더니 방치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여성은 21개월 자녀와 남편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재택치료하게 됐다며, 자신은 보호자로 같이 생활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글에서 “확진 3, 4일 차인데 보건소 역학조사 외에는 연락이 없고 연락도 안 된다”며 “어떻게 건강 상태를 체크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서울대병원에서 아이 상태를 하루 한 번 체크한다더니, 첫 전화 오고는 연락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집에만 있었는데도 코로나에 걸린 게 황당한데, 걸리고 나니 완전히 방치되고 있다”라고 썼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재택치료는 확진자 본인 동의를 전제로 하며, 가능한 환경인지 등을 따져 결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런 절차가 무시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집에 가족이 많아 확진자 빼고는 화장실을 같이 쓰고 있다고 얘기해도 정책이 바뀌어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며 “강제 재택치료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시나 정보를 줘야 하는데 아직 연락이 없고, 애플리케이션을 깔아 (건강) 상태를 보고 하는 것도 없다. 이게 방치 아니면 뭐냐”라고 썼다.

일단 재택 치료가 결정되면 지자체를 통해 대상자들에 체온계와 산소포화도 측정기, 해열제, 소독제, 비닐장갑 등이 담긴 키트를 제공하게 돼 있다. 재택치료자는 하루 2번씩 체온과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하루 1번 이상 의료진과 통화해 건강 상태를 확인받는다. 몸이 아플 때는 의료기관이나 협력 의사를 통해 비대면으로 진료받는다. 진료 결과에 따라 병원으로 이송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재택치료 절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재택치료 절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러나 한 대상자는 “5000원짜리 작동도 잘 안 되는 체온계 하나가 재택치료 키트의 전부이며 생활 물품으로는 폐기물 버리는 봉투 하나, 소독약 하나가 전부”라며 “산소포화도 측정기 정도는 보내주고 경증인지, 이송이 필요한지 판단하게 해야 하지 않냐”고도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대상자는 “체온계, 산소포화도, 혈압 측정 기계는 제공된다고 하는데 함흥차사라 올 생각이 없다”며 “연락해보니 여건이 안 좋아 늦게 도착하거나 아예 안 올지 모른다고 한다”라고도 했다.

한 확진자는 “인후통이 심해져 소염제나 항생제 같은 걸 처방받아 먹고 싶었지만 어디 문의하고 싶어도 문의할 수가 없었다”며 “자가격리 중이라는 친구는 안내문도 받았다는데 막상 확진자는 확진 5일 차에 발품을 팔아 관련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고, 재택치료 담당 부서라고 알려준 번호들로 여러 번 전화했는데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시스템 완비가 안 되었으니, 조금이라도 증상이 있거나 불안한 분은 생활치료센터에 가는 걸 추천한다”라고도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8일 코로나19 방역현장 점검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재택치료 지원센터를 방문,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가 8일 코로나19 방역현장 점검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재택치료 지원센터를 방문,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중대본 관계자는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지자체마다 준비 사항이 다를 수 있다”며 “초기 단계인 데다 보건소 업무가 많다 보니 최대한 가용 자원을 동원하고 있지만 일부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건소가 백신 접종에, 선별 진료에 업무가 많은데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가니까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이라며 “코로나19는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상태가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사실상 재택방치가 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이 제대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재택치료자는 최근 크게 늘어 지난달 30일에만 해도 1517명이었는데 10일 0시 기준 3203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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