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본경선이 시작된 이후 첫 주말인 1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찾았다. 이날 오전 성경책을 직접 들고 예배당을 찾은 윤 전 총장은 고개 숙여 기도했다.찬송가에 맞춰 손뼉을 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예배 뒤 만난 이영훈 순복음교회 담임목사는 그에게 “사소한 것으로 서로 물고 뜯고 하는 건 안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을 위해 기도하면서 “대통합을 위해 쓰임이 되게 해주시고, 과거로 회귀하는 잘못을 반복 안 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목사님 말씀을 명심하겠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따로 SNS에 “석열이형 밥 세 공기씩 먹던 여름성경학교 시절”이라며 윤 전 총장이 어린 시절 교회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윤 전 총장은 서울대 법대 시절 천주교 세례를 받았는데, 세례명은 ‘암브로시오’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무속 논란을 털어내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의 손바닥 ‘王(왕)’자 논란을 계기로 여야 경쟁 주자들 사이에서 무속·주술 프레임 공세를 펴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2차 예비경선(컷오프) 이후 첫 주말 행보로 교회를 택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은 “8일에는 천태종 대종사 열반 다례법회에 가는 등 여러 종교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은 페이스북에 홍준표 의원을 “홍 선배님”이라고 칭한 뒤 “어제 ‘범죄공동체’라는 표현까지 쓰며 저를 이재명 경기지사와 싸잡아서 공격했다. 착잡하다”며 “우리 깐부(같은 편) 아닌가. 치열하게 경쟁은 하되 품격 있게, 동지임을 잊지 말고, 과거에서 빠져나와 미래로 향하자”고 썼다. 이와 함께, 전날 홍 의원을 향해 “자신의 머리와 입부터 세탁하기를 바란다”는 논평을 낸 자신의 캠프에도 “거친 대응을 삼가라”고 별도 주의를 줬다. 윤 전 총장 측은 통화에서 “진흙탕 경선 공방에 민심이 싸늘하다”며 “앞으로는 내부 총질보다는 ‘이재명 때리기’에 집중하면서 정권교체의 열망을 담아내는 ‘빅 플레이트(큰 접시)’의 중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등은 11일 광주를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다.
홍 의원도 SNS 글을 통해 맞대응했다. 그는 “범죄공동체라는 말에 윤 전 총장이 발끈했다”며 “확인되지 않은 경선 결과를 거짓 주장하는 반칙을 일삼고 있기 때문에 한마디 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또 “캠프의 문제 인사들을 단속하고, 그들의 거짓 음해에 놀아나지 말라”고 지적했다. 순위와 득표율이 공개되지 않은 ‘2차 컷오프’ 결과를 놓고 윤 전 총장 캠프 인사가 “윤 전 총장이 홍 의원을 4%포인트 정도 앞섰다”(김경진 전 의원)고 주장한 것을 비판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깐부(같은 편)는 동지다. 동지는 동지를 음해하지 않는다. 정치 수준을 떨어트리는 이상한 짓은 하지 말자”며 “그게 원팀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전날(9일) 대구를 찾은 홍 의원은 이날 경북으로 이동해 경산·영천·경주·포항 등을 돌며 당원과의 접촉면을 넓혔다. 홍 의원은 전체 여론조사는 상승세지만, 당원 지지층은 윤 전 총장에 비해 열세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TK(대구·경북)에 힘을 쏟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 의원이 경북 3선 출신인 강석호 전 의원을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 의원은 경북 경산시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아 “더불어민주당 후보(이재명 경기지사)가 비리 덩어리라면 우리는 깨끗한 사람을 내보내야 하지 않겠냐”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 “TK에서 5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으나 미래먹거리 토대를 만든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뿐”이라며 TK 신공항 공약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