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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블랙캡' 전기택시 서울 온다…휠체어 타고 오픈카 기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시 장애인콜택시와 달리 도로에서 차 옆문으로 탈 수 있어 편리해요. 실내도 넓고, 방지턱을 넘을 때도 충격이 거의 없어 좋네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에서 휠체어를 탄 채 LEVC(London Electric Vehicle Company)의 TX 뒷좌석에 탑승한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TX는 런던 택시의 상징인 '블랙캡'을 운영하는 회사가 특수목적으로 개발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종이다.

TX는 교통 약자를 배려한 다양한 기능을 채택했지만 '장애인 전용' 차가 아니다. 운전자 포함 7인승 승용차로 일반 승객과 교통약자가 두루 이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동력원도 일반 전기차와 다른 방식이다. 31kWh(킬로와트시) 용량 배터리로 최대 100㎞를 달릴 수 있으며, 이후 배터리가 소진되면 1.5L 3기통 가솔린 터보 발전기가 전기를 만들어 보충한다. 이렇게 내장 배터리와 발전 시스템으로 최대 450㎞를 달릴 수 있다. 장애인 등 교통 약자를 배려한 내·외관 디자인에 친환경·가성비까지 두루 갖춘 전기차인 셈이다.

이날 시승은 TX 차량을 수입하는 에이티모빌리티, 또 TX를 활용해 승객 운송을 계획 중인 코액터스 관계자와 함께 했다. 휠체어를 탄 홍서윤 씨와 함께 3명이 뒷좌석에 타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을 약 30분가량 돌아다녔다. 사방으로 확 트인 시야와 글라스 지붕이 '오픈카'를 타고 시내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런던 '블랙캡'의 전기차 버전인 LEVC의 TX. [사진 에이티모빌리티]

런던 '블랙캡'의 전기차 버전인 LEVC의 TX. [사진 에이티모빌리티]

TX의 차 문은 롤스로이스처럼 '코치 도어(Coach Door, 마차처럼 뒷문의 손잡이가 앞쪽에 달린 방식)' 구조를 갖췄다. 활짝 열리는 옆문을 통해 휠체어를 탄 승객도 도로에서 바로 차에 탈 수 있다. 차 바닥에 내장된 발판을 꺼내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홍서윤씨는 "지금 각 지자체가 운영 중인 장애인콜택시는 차량 후면으로 접근하는 구조인데, 그래서 불편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실내가 막히지 않고 시야가 확 트인 것도 일반 장애인콜택시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TX의 좌석은 6개다. 앞쪽 3개는 접고 펼 수 있는 폴딩형, 뒤쪽 세 자리는 일반 승용차 시트와 같다. 휠체어 승객 등 교통약자는 뒷좌석 오른편에 있는데, 도어에 스피커폰이 설치돼 있어 운전자와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다.

LEVC의 TX 내부 공간. 김영주 기자

LEVC의 TX 내부 공간. 김영주 기자

이날 TX 차량을 운전한 신재국 에이티모빌리티 제품 매니저는 "발판을 꺼내고 (휠체어 승객에) 안전벨트를 채우는데 1분 정도면 충분하다"며 "일반 승객은 최대 6명을 탈 수 있어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 신 매니저는 TX 수입 후 지난 두달여 동안 약 8000㎞를 운전했다. "대전에서 통영으로 주말여행을 떠나는 6명 가족을 태운 적이 있다. 마주 보며 장거리 여행을 하기에도 좋은 차"라고 덧붙였다.

TX의 운송 서비스는 이르면 연말, 또는 내년 초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코액터스는 국토교통부에 '플랫폼 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으며, 국토부는 이달 말까지 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6월 에이티모빌리티와 '고요한 택시'를 운영하는 소셜 벤처 코액터스는 블랙캡을 통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전환 시대를 맞아 다양한 전기차가 한국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며 "TX 택시는 장애인콜택시 공급 부족과 플랫폼 운송 사업 확대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효율적인 모빌리티"라고 말했다. TX의 한 대당 수입가격은 약 1억3000만원으로 알려졌다. 향후 택시 서비스를 하게 되면 요금 체계에 차 가격이 반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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