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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뒤통수 맞은 佛 "호주, 면전서 거짓말...韓 눈 돌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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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호주·영국의 신안보체제 ‘오커스’(AUKUS) 출범으로 외교 갈등을 빚은 프랑스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다른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주요 대상국으로 한국을 거론했다.

장 피에르 테보 주 호주 프랑스 대사가 호주 복귀를 앞두고 8일(현지시간) 프랑스 외무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장 피에르 테보 주 호주 프랑스 대사가 호주 복귀를 앞두고 8일(현지시간) 프랑스 외무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장 피에르 테보 호주 주재 프랑스 대사는 9일(현지시간) 프랑스 외무부에서 가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커스와 관련해 거듭 호주를 비판하며 인도태평양 외교 전략 변화를 예고했다.

테보 대사는 주호주 프랑스대사로 근무하며 친분을 쌓아온 몇몇 호주인들에게 강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그는 “18개월 동안 얼굴을 맞대고 함께 일해온 나에게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프랑스는 이번 일을 계기로 오랜 동맹 관계가 짓밟혔고, 태평양지역에 대한 우리의 이익은 무시당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대결의 논리는 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프랑스가 동맹국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프랑스와 같은 국가를 거부한다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그렇지 않은 파트너’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트너십이 필요한 지역에서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다른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한국, 일본, 인도, 뉴질랜드를 언급했다.

특히 프랑스가 내년 1월 1일부터 유럽연합(EU) 의장국을 맡는다는 것을 강조하며 “앞으로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프랑스의 이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EU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힘을 싣는 것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부상은 기후 변화 및 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의 영향과 함께 다뤄져야 할 문제”라며 국제 규칙, 인권 존중, 항해의 자유 존중, 국가 주권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16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맹이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AFP=연합뉴스]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16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맹이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15일 호주는 프랑스와 맺은 잠수함 기술 이전 계약을 별다른 언급 없이 파기했다. 오커스 동맹을 계기로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넘겨받기로 하면서다.

호주는 2016년 프랑스 해군 그룹(옛 DCNS)으로부터 프랑스의 핵잠수함 기술이 일부 적용된 재래식 잠수함 12척을 2030년부터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프랑스 언론의 추산에 따르면 이 계약은 약 900억 호주 달러(77조원, 560억 유로 상당) 규모로 호주가 거액의 비용보다 지정학적 이익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호주의 무통보 계약 파기에 자존심을 구긴 프랑스는 곧바로 주미·주호주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장 이브르 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도 “(호주가)등에 칼을 꽂았다”며 격분했다.

테보 대사도 이날 인터뷰에서 “호주가 2016년 처음 계약할 때 핵잠수함을 거절하고 디젤 잠수함을 선택했었다”고 꼬집으며 “그들은 적어도, 솔직하고 정직한 대화를 해야 했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 지난 6일 하원에서 “미래에 호주와의 관계를 정의하라는 목표를 갖고 복귀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태보 대사도 다음 주 호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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