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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이 할퀴는 홍콩…톈안먼 시위 추모 '수치의 기둥' 없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의 여파로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희생자 추모 조각상이자,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수치의 기둥’(Pillar of Shame)이 곧 철거될 예정이라고 9일(현지시간) CNN 등이 전했다.

홍콩대학에서 학생들이 지난 6월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수치의 기둥'(Pillar of Shame) 조각상 앞에 모여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AP=뉴시스]

홍콩대학에서 학생들이 지난 6월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수치의 기둥'(Pillar of Shame) 조각상 앞에 모여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AP=뉴시스]

이에 따르면 홍콩대학교는 최근 “위험 요소 평가와 법률 자문을 바탕으로 한 결정”이라며 지난 24년간 교내에 설치돼 있던 ‘수치의 기둥’ 철거 의사를 밝혔다. 대학 측은 이 기둥을 관리하는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에 오는 13일까지 철거를 완료하지 않을 경우 버려진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수치의 기둥’은 높이 8m, 무게 2t에 달하는 조각상으로 홍콩의 중국 반환 직전인 1996년 덴마크의 조각가 옌스 갈시외트에 의해 만들어졌다. 조각상에는 희생자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으며, 하부에는 ‘톈안먼 학살, 1989년 6월4일, 노인은 젊은이를 영원히 죽일 수 없다’는 문구가 영어와 중국어로 새겨져 있다.

홍콩 시민사회는 이 조각상을 1997년 6‧4 추모 촛불 집회에 맞춰 들여왔고, 이후 지련회에서 매년 세정식을 통해 민주화 시위 추모행사의 시작을 알려왔다.

지난 6월 홍콩대학에서 학생들이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수치의 기둥'(Pillar of Shame) 조각상을 청소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6월 홍콩대학에서 학생들이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수치의 기둥'(Pillar of Shame) 조각상을 청소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번 조치에 대해 홍콩 일간 스탠더드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조각상이 보안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대학 당국의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6월엔 몽콕에 있던 지련회의 톈안먼 시위 추모기념관이 홍콩 당국의 단속으로 문을 닫았다. 지련회의 홈페이지와 모든 소셜미디어(SNS) 계정 운영도 중단돼 홍콩 당국이 본격적인 민주화 지우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관리 주체인 지련회는 간부들의 연이은 체포와 당국의 압박으로 지난달 25일 자진해산을 선언한 상태다.

이에 갈시외트는 CNN과 인터뷰에서 “대학은 그 자리를 24년 동안 지켜온 조각상을 해체하는데 닷새를 줬다. 학생들이 감옥에 가 있는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조치”라며 “나는 대학과 이 조각의 영구적인 전시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임의로 옮기거나 처분할 경우 법적 대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보안법으로 처음 기소된 통잉킷(24).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중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적힌 깃발을 오토바이에 달고 경찰에 돌진한 혐의로 지난 7월 유죄를 선고받았다. [AP=연합뉴스]

홍콩보안법으로 처음 기소된 통잉킷(24).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중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적힌 깃발을 오토바이에 달고 경찰에 돌진한 혐의로 지난 7월 유죄를 선고받았다. [AP=연합뉴스]

그는 “이 조각은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기억하는 유일한 조각이다. 이를 중국 정부에서 제거한다면 도덕적으로 큰 문제”라고 거듭 비판했다.

홍콩에선 지난 6월 대표적인 반중(反中) 언론인 빈과일보가 폐간하는 등 민주주의 성향 단체나 인물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7월엔 지난해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당시 오토바이를 타고 경찰을 향해 돌진했던 24세 남성 퉁잉킷에게 배심원 없이 진행된 재판에서 징역 9년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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