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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괴물 ICBM'로 뒤흔든 北, 올해 '쌍십절' 조용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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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우리 당의 역사는 곧 인민이 걸어온 길이고 우리 당이 이룩한 승리는 위대한 우리 인민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노동당의 역사, 이는 곧 당과 영원히 운명을 함께 해온 우리 인민의 역사"라고 밝혔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우리 당의 역사는 곧 인민이 걸어온 길이고 우리 당이 이룩한 승리는 위대한 우리 인민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노동당의 역사, 이는 곧 당과 영원히 운명을 함께 해온 우리 인민의 역사"라고 밝혔다. 뉴스1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일인 10일 대규모 행사를 열지 않은 채 조용히 기념하는 분위기다.

北, "적대 철회" 대남 압박은 계속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새벽부터 당 창건 76주년 관련 기사들을 보도했다. 우호국들로부터 축전과 꽃바구니 등이 도착했다는 소식 등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 노동당 창건 76돌에 즈음하여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꽃바구니를 보내왔다”며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보내온 꽃바구니를 9일 우리나라 주재 중화인민공화국 특명전권대사가 해당 부문 일꾼에게 전달했다”고 중국의 축하 소식을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당 창건 76돌에 즈음해 당 중앙위원회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꽃바구니를 보냈다고 밝혔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당 창건 76돌에 즈음해 당 중앙위원회에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꽃바구니를 보냈다고 밝혔다. 뉴스1

열병식이나 중앙보고대회 등 대규모 행사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열병식 준비 동향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대신 김 위원장의 업적을 소개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노동신문은 1면에 ‘인민대중제일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가는 조선노동당의 위업은 필승불패’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인민의 운명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우리 당의 최대 중대사”라며 일심단결을 독려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김 위원장의 태풍 수해지역 방문 등 위민헌신 업적을 열거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북한이 지난해 당 창건일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 신형 ICBM. 뉴스1

북한이 지난해 당 창건일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 신형 ICBM. 뉴스1

북한은 지난해에는 정주년(5주년, 10주년 등 단위로 이른바 ‘꺾어지는 해’)인 75주년을 맞아 대규모 심야 열병식을 열었다. 올해는 정주년이 아니고, 열병식은 이미 지난달 정권 수립 기념일에 진행했다.

다만 올해의 ‘조용한 기념’은 대미 무력시위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열병식에서는 기존 화성-15형보다 길이도 길고 직경도 굵어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괴물 ICBM’을 과시함으로써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핵무력 완성을 다시 강조하는 모양새였다.

실제 이는 직후인 지난해 10월 23일 열린 미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주제로 올랐다.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김 위원장을 ‘폭력배(thug)’로 부르며 “현재 북한은 예전과 달리 미국 본토를 아주 쉽게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갖게 됐다”고 우려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북한이 미국을 타깃으로 한 무력시위에는 신중한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9ㆍ9절에 열병식을 이미 했다고는 하지만, 당시에도 신형 무기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북한은 한국을 향해 관계 개선을 위한 ‘조건’을 달성하라는 압박은 계속하고 있다. 북한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10일 사설에서 “북남관계가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했다.

남북통신연락선이 복원된 지난 4일 군 관계자가 남북 군 통신선으로 팩스 송수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통신연락선이 복원된 지난 4일 군 관계자가 남북 군 통신선으로 팩스 송수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전매체 ‘조선의오늘’도 이날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하는 것은 악화된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기 위해 선결돼야 할 중대 과제”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남북 간 연락통신선을 복원한 뒤 연일 ‘우린 할 바를 했으니, 이제 한국이 할 바를 하라’고 거세게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을 직접 자극하는 상황은 피하면서 한국을 흔들어 미국을 움직여보려는 의도로 읽힌다. 통일신보는 이날 남북관계 악화 원인에 대해 각종 군사연습과 무력증강, 북한을 자극하는 ‘불순한 언동’, 남측 당국의 대미 추종 등을 꼽았는데 대부분 한ㆍ미 동맹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동맹 갈라치기’ 효과를 노리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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