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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싸움 본 순간 번뜩…세상에 없던 '배달혁신' 만든 20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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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을까?

평소에도 사물과 사람을 관찰하기를 즐겨 하는 대학교 2학년의 훙전예(洪振业) 마음속에 든 의문이었다.

당시 스무 살이던 이 청년은 학교에서 학생들과 택배 기사들이 서로 실랑이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이유는 물건 배달 문제 때문이었다. 기사들은 물건을 빨리 전달하기 위해 학생 번호로 계속 전화하고, 이 때문에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도 방해받기 일쑤였다. 교문 앞은 늘 이들의 말다툼으로 시끌시끌했다.

란뎬(蓝店)의 창업자 훙전예(洪振业) [사진출처=진르터우탸오]

란뎬(蓝店)의 창업자 훙전예(洪振业) [사진출처=진르터우탸오]

지금이야 스마트 택배 보관함이나차이냐오(菜鸟驿站) 등 택배 물류 시스템이 잘 자리 잡고 있지만, 2014년 당시만 해도 이런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택배 기사와 택배 수령자 모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훙전예가 마음속으로 줄곧 느꼈던 의문이자, 해결해보고 싶은 문제였다.

결국 그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교내에 30평 정도의 공간을 임대했다. 그리고 먼저 각 택배회사에영업 전화를 돌렸다. 학교로 배달되는 택배들을 1위안 이하 보관비를 내고 이곳에 보관할 수 있다고 안내한 것이다. 그리고 물건을 찾으러 온 학생들에게도 역시 소정의 보관비를 받았다.

기존에 야외에 택배 물품을 놓고 한 건씩 배달해야 했던 문제를 해결한 훙전예 [사진출처=진르터우탸오]

기존에 야외에 택배 물품을 놓고 한 건씩 배달해야 했던 문제를 해결한 훙전예 [사진출처=진르터우탸오]

온라인쇼핑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초창기였던 당시, 존재하지 않던 이 새로운 시스템은 곧 택배 기사와 학생들 모두에게 환영을 받았다. 학생들은 독촉 전화를 받지 않아서 좋았고, 택배 기사들 역시 일약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이 올랐다. 훙전예는 창업을 한 지 3개월 만에 1만 위안의 매출을 올리는 작은 성공을 맛봤다.

이후 그는 점차 옆 학교에도 이 시스템을 이식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학교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지점을 열기도 했다. 단지 내 편의점의 한 공간을 임대하는 등 방식을 통해 서비스 구역을 점차 넓혀 나갔다. 그렇게 택배 기사와 수령자의 중간 플랫폼 역할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란뎬(蓝店)이 형태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택배 기사와 수령자의 중간을 이어주는 것을 비즈니스모델로 하는 란뎬 [사진출처=진르터우탸오]

택배 기사와 수령자의 중간을 이어주는 것을 비즈니스모델로 하는 란뎬 [사진출처=진르터우탸오]

한국에서는 보통 택배가 문 앞까지 배달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수취인이 부재할 경우 문 앞에 택배를 놓고 가는 방식이 보편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도난 등의 위험 때문에 택배 기사가 물품을 문 앞에 두고 그냥 가는 경우는 잘 없다. 중국에 스마트 택배 보관함 등 택배 수령방식이 보편화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8년에 제정된 관련 법에서는 택배는 수취인이나 대리인, 혹은 지정된 장소에 배달하는 것을 의무로 만들게 하기도 했다.

한국과 다른 이러한 배경 차이 때문에 당시 중국에서 란뎬의 서비스는 택배 물류업계의 '혁신'을 가져다준 것으로 평가받았다. 란뎬은 현재 샤먼, 선전 등 20개 도시에서 서비스하고 있으며, 일평균 보관되는 택배는 약 20만 건에 달한다. 초창기 하루 700건 수준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한 셈이다.

[사진출처=란뎬]

[사진출처=란뎬]

대학교 2학년 스무 살 나이에 창업의 길을 걸은 창업자 훙전예는 2018년 포브스 선정 '아시아의 30세 이하 기업가' 명단에도 오르는 등 개인으로도 큰 성장을 거뒀다. 90허우로써 그는 '청년 창업가의 아이콘'으로 창업을 꿈꾸는 수많은 대학생의 귀감으로 여겨지고 있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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