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턴→쏘렌토→캐스퍼 타는 文···靑내 지프·볼보·벤츠 주인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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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쌍용 렉스턴, 2010년 기아 쏘렌토R, 그리고 2021년 현대 캐스퍼.

2000년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구입한 차량들이다. 공통점은 모두 SUV라는 점이다. 세단보다 SUV를 선호하는 문 대통령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6일 청와대 경내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생산된 경형 SUV 캐스퍼를 인수하고 시운전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6일 청와대 경내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생산된 경형 SUV 캐스퍼를 인수하고 시운전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해온 한 청와대 인사는 8일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에도 직접 운전할 때가 많았다”며 “상대적으로 시야 확보가 잘 돼 운전이 편한 SUV 차량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청와대에서 캐스퍼 차량을 인수한 뒤 “경차인데도 든든하게 보이고 내부 공간이 여유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여사를 조수석에 태우고 경내에서 시운전을 마친 뒤에는 “승차감이 좋다”고 했다. 옆에 있던 김 여사도 “지금 차가 10년 전 쏘렌토인가요?”라며 새 차를 마음에 들어했다고 한다.

캐스퍼는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생산된 첫 차량이다. SUV이지만 문 대통령의 이전 차량들이 디젤 엔진을 썼던 것과는 달리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있다. 문 대통령이 “승차감이 좋다”고 했던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으로 생산된 현대차의 첫 경형SUV(스포츠유틸리티차) '캐스퍼'를 인도받아 탑승하기 앞서 비닐을 제거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의 노·사·민·정이 지역 주도의 맞춤형 발전과 노사 간 동반 성장을 이루기 위한 경제 모델이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으로 생산된 현대차의 첫 경형SUV(스포츠유틸리티차) '캐스퍼'를 인도받아 탑승하기 앞서 비닐을 제거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의 노·사·민·정이 지역 주도의 맞춤형 발전과 노사 간 동반 성장을 이루기 위한 경제 모델이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차를 한 번 사면 오랫동안 바꾸지 않아왔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본인이 소유했던 2001년식 렉스턴을 재산공개 목록에 넣어 신고했다. 이 렉스턴 차량은 2012~2016년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내내 재산공개 내역에서 빠지지 않았다.

렉스턴을 최소 15년 이상 직접 운전했다는 뜻이 된다.

2009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소유하고 있던 쌍용 렉스턴 차량을 직접 운전해 봉하마을을 방문하고 있다. 김해=송봉근 기자

2009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소유하고 있던 쌍용 렉스턴 차량을 직접 운전해 봉하마을을 방문하고 있다. 김해=송봉근 기자

그러다 2018년 3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공개한 재산 공개때부터 문 대통령은 렉스턴 대신 쏘렌토R을 본인 소유 차량으로 신고했다. 그런데 2018년 새로 신고된 차량의 연식이 2010년식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의원 생활을 하면서 자택이 있던 경남 양산에서는 렉스턴을 탔고 서울에서 탈 쏘렌토를 장기 렌트 형식으로 썼던 것으로 안다”며 “렌트 기간이 만료된 뒤 쓰던 차량을 그대로 인수했기 때문에 소유권이 넘어온 이후부터 재산신고 대상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직접 쏘렌토 차량을 직접 운전해 모친인 고(故) 강한옥 여사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기아 쏘렌토를 소유하고 있었고, 김정숙 여사의 차는 기아 스포티지였다. 당시 문 대통령의 업무용 차량 역시 기아 카니발이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직접 쏘렌토 차량을 직접 운전해 모친인 고(故) 강한옥 여사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기아 쏘렌토를 소유하고 있었고, 김정숙 여사의 차는 기아 스포티지였다. 당시 문 대통령의 업무용 차량 역시 기아 카니발이었다. 중앙포토

15년 넘은 렉스턴에 이어 쏘렌토도 10년 이상 타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쏘렌토 이외에도 김정숙 여사 명의의 2013년식 스포티지R 차량을 소유하고 있었다. 의원 시절 업무용으로 카니발 차량을 사용한 것까지 감안하면 한동안 문 대통령이 타고 다녔던 차량 3대가 모두 기아차였다.

2013년 구입한 김 여사의 스포티지는 2020년 3월 재산신고 때부터 ‘매도’를 이유로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2015년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충남 합동연설회장 인근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하던 카니발 차량을 멈춰 세우고 연설 원고를 직접 수정하고 있다. 강태화 기자

2015년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충남 합동연설회장 인근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하던 카니발 차량을 멈춰 세우고 연설 원고를 직접 수정하고 있다. 강태화 기자

청와대는 지난달 14일 문 대통령이 직접 인터넷을 통해 캐스퍼를 구매한 사실을 공개하며 “광주형 일자리 생산 차량의 구입 신청은 문재인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온 상생형 지역일자리 정책의 성공적인 정착과 확산을 국민과 함께 응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퇴임 이후 직접 운전할 차량으로 캐스퍼를 선택한 것을 놓고 청와대 내에서 일부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내내 수소경제를 강조하며 수소전지차량을 집중 부각해온 상황에서 차량을 오랫동안 바꾸지 않는 문 대통령이 내연기관 차량을 사는 게 괜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문 대통령은 캐스퍼 차량을 인수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7일엔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 선도국가 비전 보고회’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수소연료차 파워팩을 내장한 콘셉트카를 체험한 자리에서 “어제 운전한 차와 느낌이 다른가”라는 질문을 받고 “차가 아니라 로봇같다. 빨리 상용화가 돼야 할텐데요”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천광역시 서구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공장 투자 예정지에서 열린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 선도국가 비전 보고와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특화단지 기공식을 마친 후 수소 산업 관련 전시물을 관람하며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 파워팩 내장 도심형 근거리 콘셉트카 'M 비전2GO'를 시승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천광역시 서구 현대모비스 수소연료전지공장 투자 예정지에서 열린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 선도국가 비전 보고와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특화단지 기공식을 마친 후 수소 산업 관련 전시물을 관람하며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 파워팩 내장 도심형 근거리 콘셉트카 'M 비전2GO'를 시승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가 수소경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관보에 공개된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재산목록 가운데 수소차는 물론 전기차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청와대 3실장' 중에는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 반면 유영민 비서실장은 디젤 연료를 쓰는 벤츠 CLS250CDI를 타고 있고, 이호승 정책실장은 가솔린 연료를 쓰는 제네시스 차량을 신고했다.

수소경제 등을 담당하는 안일환 경제수석의 차는 그랜저, 실무 책임자인 이호준 산업정책비서관은 세단인 EQ900과 대형 SUV인 맥스크루즈를 보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앞에서 ‘2021 P4G 서울 정상회의’홍보 문구를 랩핑한 수소차를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앞에서 ‘2021 P4G 서울 정상회의’홍보 문구를 랩핑한 수소차를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밖에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지프그랜드체로키를 구입했고, 기모란 방역기획관은 2014년식 볼보S80 D4를 가지고 있다. 모두 전기차와는 거리가 먼 디젤 기관 차량이다.

이와 관련 한 청와대 인사는 “관용차로는 이미 수소연료 차를 적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면서도 “정작 참모들 중에는 친환경 차량이 거의 없을뿐더러 청와대 주차장에 고가의 수입차들이 빽빽하게 서있는 것을 볼 때마다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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