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안 오는 오만, 하루에 3년치 퍼부었다···초유의 재앙 경고

중앙일보

입력 2021.10.10 05:00

업데이트 2021.10.10 06:45

아라비아반도 남부에 위치한 국가 오만이 수재를 겪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오만에 태풍 샤힌이 상륙해 하루 만에 300㎜ 가량의 비를 뿌리자 웰라얏 알 카부라시에 홍수가 발생했다.[AFP=연합뉴스]

아라비아반도 남부에 위치한 국가 오만이 수재를 겪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오만에 태풍 샤힌이 상륙해 하루 만에 300㎜ 가량의 비를 뿌리자 웰라얏 알 카부라시에 홍수가 발생했다.[AFP=연합뉴스]

올여름 서유럽과 중국 중부 지방을 강타했던 기록적인 폭우가 지구촌 곳곳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또다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수준'의 강우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에는 이탈리아와 '비가 오지 않는 나라' 오만에서다.

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지난 4일 12시간 만에 742㎜의 비가 쏟아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900㎜가 넘는 비가 하루 만에 쏟아졌다. 올여름 기록적인 비가 독일 서부를 강타했을 당시 기록된 강우량이 24시간 만에 총 100~150㎜이다. 이는 독일에서 100년 만의 강우량으로 기록됐는데, 이탈리아에서는 네 배 이상의 비가 내린 것이다. 유럽 전역에서 전에 볼 수 없었던 수준의 강우량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날인 3일, 비가 오지 않는 지역으로 유명한 아라비아반도 남부 오만에는 열대성 저기압 샤힌이 상륙해 300㎜가 넘는 비를 뿌렸다. 24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은 오만 3년 치 강우량과 맞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BBC에 따르면 오만에서는 물난리로 4일 7명이 사망하고 4명은 산사태로 사망하는 등 최소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재도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는 중이다. 오만의 사막도 젖었다고 BBC는 전했다.

이런 '본 적 없는' 강우량이 앞으로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이번 주 세계기상기구(WMO)가 경고했다. WMO는 지난 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조사 대상 101개국 중 약 60%에 해당하는 국가가 혹독한 날씨로 인한 대대적인 난리를 겪을 수 있어 적절한 예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난 20년간 전세계 홍수 134% 증가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사보나 지역의 강이 폭우로 불어나 있다. [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사보나 지역의 강이 폭우로 불어나 있다. [AP=연합뉴스]

WMO 보고서에 따르면 물과 관련한 재해는 지난 1970년~2019년 사이 1만1072건에 달한다. 이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 수만 200만명이 넘는다. 경제적 손실액은 3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극단적 기후 현상이 더 늘고 있다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극심한 강우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국가는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네팔, 파키스탄, 인도, 유럽 등이다. 수백만 명의 이재민과 수백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에서 홍수는 지난 20년 만에 134% 증가했다. 지난 20년 동안 홍수는 모든 재난 사건의 44%를 차지했다. 전 세계 16억명의 사람이 이로 인한 피해를 겪었다. 2020년 한해에는 연평균 홍수 발생(163건) 수보다 23% 더 많은 홍수가 발생했다. 사망자 수도 연평균(5233명)보다 18% 증가했다.

이런 '물 위기'의 배경은 지구온난화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대기가 약 7% 더 많은 수증기를 보유해, 더 많은 비가 한 번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년간 가뭄도 29% 늘었다. 2000~2019년 가뭄은 14억3000만명에게 영향을 미쳤다. 물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의 수는 2018년의 36억명에서 2050년에는 50억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한다.

110개국 중 60%는 대비돼 있지 않아  

지난 4일(현지시간) 오만 북부 알카부라시가 물에 잠긴 모습.[AFP=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오만 북부 알카부라시가 물에 잠긴 모습.[AFP=연합뉴스]

문제는 증가하는 '물 위기'에 많은 국가가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지 못했다는 점이다. WMO는 101개의 회원국이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60%는 충분한 데이터 수집, 물 관리, 예측, 경보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앙아메리카 지역은 국가 차원에서의 기상 데이터를 보유하지 못한 경우가 태반인 것으로 드러났다.

선진국인 독일에서도 올여름 홍수 피해가 컸던 이유로 경보 시스템이 미비한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유럽 당국들이 주요 강과 달리 작은 규모의 강 수위는 측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실제로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환경 당국은 지천이나 소하천에 대한 관측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평소 잔잔했던 개울이 급격히 불어나며 집과 차에 이어 다리까지 무너졌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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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 예측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홍수 발생 9일 전에 이미 재앙의 첫 징후가 라인강 주변 500마일을 도는 위성에 감지됐고, 홍수 발생 최소 24시간 전까지 과학자들은 독일 당국에 라인강과 아르강을 따라 극심한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의 정확한 예측을 전달했다고 한다. 유럽의 홍수 예측 시스템을 설계한 전문가 중 한 사람인 한나 클로크(영국 레딩 대학 수문학 교수)는 "시스템의 중대한 장애가 최소 133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후 독일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재앙을 야기했다"며 "독일이 대비를 완전히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 지역은 어떨까. WMO 보고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지난 1970년부터 2019년까지 3454건의 수재가 발생해 거의 100만명이 사망하고 1조 20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고 전했다. 재해의 대부분은 홍수(45%), 폭풍(36%)에서 발생했다. 홍수는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 특히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한 해 인도에서는 홍수로 1922명이 목숨을 잃었고 중국에서도 전국에서 발생한 수재로 397명이 사망했다.

韓 연평균 강수량 지속 증가 

지난해 7월 30일 오전 대전 서구 정림동 한 아파트에 차량이 침수된 모습. [뉴스1]

지난해 7월 30일 오전 대전 서구 정림동 한 아파트에 차량이 침수된 모습. [뉴스1]

한국도 기후변화에 따른 수재에 대비해야 한다. 환경부의 2020년 한국 기후평가보고서에 따르면 1912~2017년 동안 연평균 강수량은 지속해서 증가했다. 특히 여름철 강수량은 10년래 11.6㎜ 증가했다. 기온 상승으로 대기가 수증기를 품으면 언제든 기록적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 독일에서 홍수가 발생하기 한 달 전인 지난 6월 독일의 평균 기온은 19도로 1961~1990년 6월 평균 기온보다 3.6도 높았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물 폭탄이 떨어진 지난해 7월 23일 부산 해운대에서는 하루 동안 211㎜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한 달간 부산에 내린 강수량은 796.8㎜로 평년의 2.6배였고 1년 총강수량의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대전에서는 7월 29일부터 이틀간 내린 집중호우로 2명이 숨졌고 4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대전 역시 7월 강수량이 544.9㎜로 평년 강수량 대비 1.6배를 기록했다.

WMO 사무총장인 피테리 탈라스는 "온도 상승은 전 세계, 지역 강수의 변화를 초래한다"며 "이로 인한 강우 패턴과 농업 계절의 변화는 식량 안보 위기를 초래하고 인류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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