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녹취록엔 "실탄은 350억"···화천대유 김만배가 '좋아한 형님'들[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스 ONESHOT’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하남현 사회1팀 차장의 픽 : 김만배 소환…대장동 로비 ‘판도라의 상자’ 열까 

‘50억, 350억, 473억, 700억…’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을 둘러싸고 떠도는 숫자입니다. ‘의혹’이란 단어와 짝지어진 금액의 규모입니다. 모두 김만배씨와 엮여있다고 의심됩니다. 법조 기자 출신인 김씨는 대장동 사업의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대주주입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씨는 오는 11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다. 뉴시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씨는 오는 11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다. 뉴시스

검찰은 김씨를 오는 11일 소환할 예정입니다. 지난달 27일 경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지만, 검찰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처음입니다. 신분은 피의자로 바뀝니다. 이날 소환은 화천대유가 수천억원의 이익을 얻도록 비호한 고위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 수사의 변곡점이 될 수 있습니다. 김씨가 대장동 사건의 ‘뇌물 공여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에 엮인 유력 인사들의 상당수가 김씨와 연을 맺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원샷은 김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정리해 봅니다.

거액 수익 뒤에 …‘형님’ 들의 역할은?

김씨가 세간의 화제가 되기 시작한 건 대장동 사업을 통해 그가 누린 수익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김씨 소유의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에 5000만원을 투자했는데, 지난 3년간 577억원의 배당금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화천대유는 자회사 천화동인 1호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천화동인 1호는 1억465만원 투자해 약 1208억원을 배당받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김씨의 부인과 누나가 화천동인 2~3호를 보유했는데 이들은 각각 872만원을 투자해 약 101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화천대유는 대장동의 5개 블록에서 아파트 분양사업을 직접 했습니다. 이로 인한 분양이익도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남시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SK증권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지분 6%(3억원)을 투자한 천화동인 1~7호 투자자별 배당금 추정 액수. 김현서 기자 kim.hyeonseo12@joongang.co.kr

성남시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SK증권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지분 6%(3억원)을 투자한 천화동인 1~7호 투자자별 배당금 추정 액수. 김현서 기자 kim.hyeonseo12@joongang.co.kr

부동산 가격 폭등 시기와 겹쳐 운이 좋았다고 하기엔, 너무나 큰 수익률입니다. 자연히 이런 수익 구조를 가능케 한 사업 설계 과정에서 위법성은 없는지, 그리고 이를 비호하는 ‘윗선’은 없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왔습니다.

화천대유에서 고문이나 자문역 등으로 활동한 ‘초호화’ 법조인들의 면면이 속속 드러나며 의혹은 증폭됐습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입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의 경우는 과거 소속된 법무법인이 화천대유의 자문을 해줬습니다.

중심엔 김씨가 있습니다. 법조 기자를 오랫동안 하며 쌓아온 인맥을 활용한 것이죠. 김씨는 경찰에 출석하면서 “좋아하던 형님들로 대가성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향후 불거질 법적 시비에 대한 ‘방패막이’가 아니냐는 의구심은 갈수록 커졌습니다. 실제 화천대유와 연루된 ‘윗선’의 범위는 넓어져 갔습니다. 곽상도 무소속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뒤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6년간 일하다 대리직급으로 퇴사했는데 이런 거액의 퇴직금을 쥐여준 겁니다. 곽상도 의원도 서울지검 특수3부장을 지낸 법조인 출신입니다.

‘50억’이라는 숫자는 ‘50억 약속 클럽’ 의혹으로 번집니다.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받기로 한 정관계 인사들이 있다는 겁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클럽’의 명단을 폭로했습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곽상도 무소속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법조인 출신 인사 및 인터넷언론 관계자 홍모씨입니다. 당사자들은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몇몇은 화천대유와 연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내가 본 명단과 다르다”고 했습니다. 다른 인사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비리 의혹 인물 관계도 그래픽 이미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비리 의혹 인물 관계도 그래픽 이미지.

‘녹취록’엔 김만배 로비 ‘350억 실탄’ 등장

대장동 사업의 주요 설계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했다는 ‘대장동 녹취록’에도 김씨를 둘러싼 의혹이 곳곳에 등장합니다. 녹취록 안에는 ‘350억 실탄’ 언급이 담겼습니다. 김씨가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30억원, 성남시의원에게 20억원이 전달됐다. 실탄은 350억원”이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50억 클럽’ 6명(300억원)에까지 더하면 총 350억원이 로비 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이죠. 김씨 측은 이 사실 역시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김씨가 화천대유에서 빌려갔다는  473억원의 행방도 규명해야 할 부분입니다. 김씨 측은 “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묘지 이장비와 임차인의 이전 합의금 명목으로 현금이 필요했다”고 이유를 댔습니다. 하지만 이 중 100억원은 화천대유에서 고문변호사로 일한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 A씨가 운영하는 분양대행업체로 흘러갔다고 합니다. ‘350억 실탄’ 마련을 위해 빌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씨는 이밖에 대장동 개발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경기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화천대유의 개발이익 중 700억원을 주기로 약정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김 씨와 대화하며 농담처럼 한 얘기로, 실제 약속한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이 해명이 사실일지 검찰이 밝혀내야 할 부분입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곧바로 구속된 유동규…김만배는?

대장동 개발 의혹의 다른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본부장은 지난 3일 구속됐습니다. 대장동 사건 관련 첫 구속 사례입니다. 유 전 본부장은 올 1월 김만배씨로부터 5억원을,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때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모씨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대장동 사업 설계 과정에서 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도 있습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지난 1일 체포해 처음 조사했고, 체포 시한인 48시간이 지나기 전인 3일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영장은 발부됐습니다. 그렇다면 김씨에 대해서도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까요?

법조계에선 검찰의 현재 수사 상황이 김씨에 대한 구속수사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봅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미 검찰에서 여러 증거를 확보해 신병만 확보하는 경우라면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씨의 입을 통해서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경우라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김씨의 진술 태도 등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는 ▶사안의 중대성▶증거인멸 우려▶도주 우려를 고려합니다. 자신의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한다면 일단 불구속 수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형사전문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를 고려하면 검찰로선 전략적으로 어떻게 수사를 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김씨를 둘러싸고 여러 인물이 다양한 의혹으로 엮여 있어 바로 구속 수사를 하기보단 신중하게 전략을 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김씨에게 규명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결과에 따라서는 정치권‧법조계의 전방위 로비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씨 소환이 대장동 사건 수사 제2라운드의 시작점이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