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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BM 잠수함 발사 성공 뒤엔, 함정 운용 30년 노하우 쏟은 ‘숨은 조력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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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 한국선급 함정사업단장이 8일 한국선급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선급

김영석 한국선급 함정사업단장이 8일 한국선급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선급

“‘도산 안창호함’에 탑재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할 때 검사원들과 안도의 탄성을 지르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김영석 한국선급 함정사업단장 인터뷰

한국선급 김영석 함정사업단장(58)은 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달 15일 충남 태안 소재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종합시험장에서 실시된 SLBM 시험발사가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SLBM 시험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잠수함에서 SLBM 발사에 성공한 나라가 됐다.

김 단장 “32년 노하우로 도산안창호함 오류 개선”

김 단장은 1982년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 이후 40년간 방위 산업 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2018년 7월 해군 준장으로 예편한 그는 2020년 한국선급으로 옮겨 함정사업단을 이끌어 오고 있다.

그는 “32년간 해군에서 함정을 운용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도산안창호함을시험 평가할 때 조언해주는 역할을 맡았다”며 “도산안창호함이 최대 수심까지 내려가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국산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평가를 받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도산안창호함은 국내 기술로 설계와 건조가 이뤄진 최초의 3000t급 잠수함이다. 정부가 2005년 장보고-III 배치 사업을 독자 기술로 건조하기로 사업방법을 정한 이후 16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3000t급 잠수함을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나라는 8개국 뿐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6발을 탑재하는 최신예 잠수함 '신채호함' 진수식이 지난 9월 28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렸다. 신채호함은 2018년 9월 도산안창호함, 2020년 11월 진수한 안무함에 이어 국내에서 독자 건조한 세 번째 3000t급 잠수함이다. 송봉근 기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6발을 탑재하는 최신예 잠수함 '신채호함' 진수식이 지난 9월 28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렸다. 신채호함은 2018년 9월 도산안창호함, 2020년 11월 진수한 안무함에 이어 국내에서 독자 건조한 세 번째 3000t급 잠수함이다. 송봉근 기자

장보고-III 배치 사업은 3단계로 진행되며, 단계마다 잠수함 3척을 건조하게 된다. 도산안창호함은 장보고-I 배치 사업 1번 함으로 지난 8월 해군에 인도됐다. 2020년 11월 진수식을 가진 2번 함 ‘안무함’은 2022년에, 지난 9월 28일 진수식을 가진 3번 함 ‘신채호함’은 2024년에 해군에 인도된다. 장보고-I 배치 사업이 일단락되자 정부는 장보고-II 배치사업의 계약을 진행 중이다. 장보고-III 배치사업은 논의 중이다.

김 단장을 비롯해 한국선급 함정사업단은 도산안창호함이 건조되는 7년간 설계, 시험 등 전 과정에 참여해 1400여건의 오류사항을 찾아냈다. 오류사항은 설계를 수정하거나 현장수정·품질개선 등 후속 조치가 이뤄졌다. 그는 “도산안창호함 뿐만 아니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해군 함정의 안전검사를 맡아 잠수항의 안전성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국내뿐 아니라 태국·인도네시아 등 수출함정에 대한 검사 서비스도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적선급-조선소 협업해야”  

한국선급은 전 세계 110여개 선급 가운데 시장 점유율 7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제도적 한계로 함정 설계와 건조 과정에 참여하는데 제약이 많다. 김 단장은 “영국·독일· 프랑스 등 외국 해군은 함정의 경제성 향상과 전문인력 활동 등을 위해 국적 선급을 설계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한국 역시 국적 선급이 조선소와 협업해서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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