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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낀 머리카락 있는데…모닝 차주 '8년 증발' 미스터리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10.10 05:00

업데이트 2021.10.1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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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8년째 오리무중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

2013년 5월 27일 오후 8시쯤 남해고속도로. BMW 승용차가 문산나들목 앞에서 미끄러지더니 가드레일과 충돌합니다. 3분 뒤엔 모닝 차 한 대가 비슷한 위치에서 중앙분리대와 부딪힌 뒤 멈춰섰습니다.

평범한 교통사고처럼 보였던 사건은 곧 전국적인 관심사가 됩니다. 현장에 있어야 할 모닝 운전자 A씨(여·당시 56세)가 자취도 없이 사라진 겁니다. 사고 후 5분 내로 견인차 4대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A씨를 본 사람은 없었답니다.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 발생 당시 사라진 모닝 차주 운전자가 타고 있던 차량 모습. JTBC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 발생 당시 사라진 모닝 차주 운전자가 타고 있던 차량 모습. JTBC

중앙분리대 충돌…모닝 운전자만 사라져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은 현재까지도 수사 중인 상태입니다. 경찰이 A씨에 대해 뺑소니 운전 혐의로 수배를 해놓았기 때문입니다. A씨는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살아 있음을 알리는 이른바 ‘생존 반응’이 한 건도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건 초기 경찰은 살인이나 시신유기 쪽으로 수사를 벌였습니다. A씨가 사고현장에서 사망 후 옮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겁니다.

첫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은 역주행으로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 기사였습니다. 현장에 접근하다 A씨를 들이받은 후 시신을 유기했다고 본 겁니다. 더구나 이 기사는 사고 몇 시간 뒤 혼자 견인차를 몰고 다른 지역을 다녀온 사실도 드러납니다.

경찰은 견인차 기사가 사고 신고도 없었는데 추가 운행에 나선 점을 토대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합니다.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 거짓 반응이 나온 것도 경찰의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었답니다.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이 발생한 문산휴게소 근처 모습. JTBC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이 발생한 문산휴게소 근처 모습. JTBC

역주행 견인차 기사…'거짓' 반응에도 물증 없어

하지만 다각적인 수사에도 물증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자택 수색과 이동동선 등에 대한 조사에서 범행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겁니다. 견인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는 없었습니다.

수사는 다시 모닝 차량에 집중됩니다. 모닝 조수석 유리창이 사고 당시 무언가에 부딪혀 깨져 있었던 겁니다. 더구나 이 유리 사이에서는 BMW에 타고 있던 운전자 부인 B씨의 머리카락이 다수 발견됩니다.

경찰은 사고 후 B씨가 차에서 내려 도로에 서 있다가 모닝과 부딪혔을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BMW 운전자는 “아내가 모닝과 부딪힌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머리카락이라는 물증은 있으나 유일한 목격자가 이를 부인하면서 다시 미궁에 빠진 겁니다.

당시 BMW 운전자는 “사고 후 아내가 가드레일 밖에서 차량 상태를 보고 있는데 모닝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와 부딪혔다”는 취지로 진술했답니다. 경찰은 BMW 운전자가 부인이 모닝과 부딪힌 후 A씨와 다툼을 벌였을 가능성도 수사했으나 혐의점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 사고 당시 현장 모습 재연 그래픽. 위성욱 기자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 사고 당시 현장 모습 재연 그래픽. 위성욱 기자

"비 맞은 맨발 여성에 돈 빌려줬다" 

결국 수사는 A씨 스스로 잠적했을 가능성 쪽으로 흘러갑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A씨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잇따랐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현장을 지나친 일부 운전자가 “모닝 주변에 한 사람이 누워 있었는데 차량이 접근하면 손을 흔들거나 몸을 굴려 움직이기도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이 여자가 A씨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어 “사고현장 근처에서 맨발의 여자가 갓길로 뛰어가는 모습을 봤다”는 등의 주장도 나옵니다.

“사고 현장과 가까운 문산휴게소 인근에서 맨발에 비를 맞은 여자를 봤다”는 증언은 보다 구체적입니다. 증언자는 “당시 여자가 휴대폰과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해 돈을 빌려줬다”고 말했답니다.

목격자 중 일부는 “내가 본 여자가 A씨와 닮았다”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고 합니다. A씨가 실종 당시 수억 원대의 보험에 가입돼 있었던 점 등도 잠적설의 근거가 됐습니다. 경찰은 당시 A씨 휴대폰 등에서 발견된 채무 관련 문자 메시지들도 조사 했지만 혐의점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 발생 당시 사라진 모닝 차주 운전자가 타고 있던 차량 모습. JTBC

'남해고속도로 실종사건' 발생 당시 사라진 모닝 차주 운전자가 타고 있던 차량 모습. JTBC

사라진 모닝 차주, 뺑소니 혐의 '수배중'  

A씨 가족들은 “절대 잠적할 일이 없다”고 반박합니다. 실종의 경우 5년 뒤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지만 가족들은 아직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A씨가 단순 실종이 아닌, 뺑소니 운전 혐의로 수배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A씨 가족 측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사라진 지 8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생사를 모르니) 죽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했습니다.

경찰도 답답하다는 입장입니다. 사고 현장과 관련된 폐쇄회로TV(CCTV)와 당시 현장을 지나쳤던 운전자 수백명 등을 조사했지만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각적인 수사를 펼쳤지만 BMW 운전자나 견인차 기사가 범행을 저지른 증거나 목격자는 찾지 못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의 말에도 이런 답답함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그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A씨가 수배 중인 상황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생존반응 등이 없는 것에는 여전히 의문을 나타냅니다.

A씨가 수배 중이어서 진주경찰서에서 주기적으로 생활반응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행방은 묘연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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