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얼굴 팔아' 돈 번다는 이 직업?

28세의 H씨는 대학 졸업 후 지난 5년간 '얼굴' 만드는 일로 먹고살고 있다. 그의 직업은 '얼굴 성형사(捏脸师)'다. 현재는 주로 게임 캐릭터의 얼굴을 디자인하는 그는 성수기 월 매출이 10만 위안(약 1830만 원)에 달할 정도로 바쁘게 일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대의 신(新) 직업, '가상 인물 얼굴 성형사'

블랙핑크 리사의 얼굴을 복제한 캐릭터 얼굴 [사진출처=HC-DEVIL]

현실 세계 속에서 사람들의 '외모'와 관련된 산업은 그 수가 다양하고 규모가 크다. 성형외과, 피부과부터 시작해 뷰티, 패션 등 산업들이 이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외모를 꾸미는 데 드는 정기적인 지출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남들과 다른 개성을 원하기도 한다. 멋지고 아름다운, 그러면서도 개성 있는 외모를 갖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본능에 가까이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 시대가 펼쳐진다면, 사람들은 가상현실 속 자신의 아바타에도 이러한 마음을 투영하게 될 것이라고 '가상 얼굴 성형'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바타의 외모를 꾸미는 데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사진출처=HC녜롄서지공줘스(HC捏脸设计工作室)]

"적게 벌면 월 1만 위안, 많이 벌면 월 6~7만 위안도 가능하다"

게임 속 세상은 가장 대표적인 메타버스다. 캐릭터의 '외모'는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는 콘텐트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다. 사람들은 게임 플레이 자체에 도움을 주지 않더라도 단순히 미관상의 이유 하나 때문에도 게임 속 코스튬, 캐릭터 구매에 '현실 세계의 돈'을 지출한다.

중국 게임업계에서는 최근 유저들의 커스터마이징 수요에 개방된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즉 게임 플레이 기본 요소는 개발사에서 정하지만, 캐릭터의 '외모' 같은 부분은 유저들이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내 캐릭터의 얼굴을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캐릭터의 얼굴을 디자인하는 '얼굴 성형사(捏脸师)' [사진출처=HC녜롄서지공줘스(HC捏脸设计工作室)]

여기에서 '얼굴 성형사(捏脸师)'들에게 수익 창출의 기회가 생긴다. 나만의 캐릭터 얼굴을 갖고 싶지만, 그러한 기술은 없는 사람들에게 '얼굴 데이터'를 판매하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한 것이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이 직군에서는 평균적으로는 월 1만 위안(약 183만 원) 이상 벌어가는 경우는 흔하며, 6~7만 위안(약 1100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거래는 보통 타오바오 등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에서 이루어진다. 다른 서비스 상품처럼, 유저들이 돈을 지불하면 게임에서 적용 가능한 '얼굴 데이터' 파일을 건네받는 식이다.

타오바오에서 판매되는 '가상 얼굴' 상품들 [사진출처=타오바오 캡처]

일반적으로 '양산형 얼굴' 파일의 경우 그 가격은 10위안에서 20위안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만화 등의 캐릭터, 혹은 배우나 가수 등 연예인의 얼굴을 복제한 얼굴들 역시 타오바오 등 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쉽게 타인에 의해 복제되고 재판매될 수 있다는 위험 역시 있다. 이런 경우 가격이 10위안보다도 낮게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점점 수요가 늘어나는 '자체제작(定制)' 상품도 있다. 이 상품의 경우 고객의 요구에 따라 디자이너들은 직접 8시간에서 12시간 정도를 소요해 얼굴 하나를 제작한다. 시장 평균가격은 2000위안(약 36만 원)에서 3000위안(약 54만 원) 정도 수준이다. 친구나 이성 친구, 혹은 본인의 사진 등을 보내 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출처=HC녜롄서지공줘스(HC捏脸设计工作室)]

"적지 않은 금액에도 이러한 자체제작 상품들이 팔리는 것은 사람들이 본인만의 개성이 담긴, 특별한 가상인물 캐릭터 만들기에 그만한 가치를 느낀다는 것"이라고 한 업계 전문가는 말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고객의 요구에 맞게 캐릭터 얼굴 하나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은 고난도의 노동력과 기술이 요구되는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향후 게임뿐 아니라 회사 업무, 사교 모임 등 다양한 방면에서 메타버스가 도입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부류의 신흥 직업들은 앞으로 유망한 직종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