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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 메타버스 '생활화' 시대…우리가 갖춰야 할 능력은

중앙일보

입력 2021.10.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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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타버스 솔루션의 중심이 '기능'이 아닌 '체험 자체'로 옮겨가고 있어요. ‘포토샵 그림’ 대신 실제 유화를 그리는 듯한 경험을 주는 거죠.

김범주 유니티코리아 에반젤리즘 본부장은 최근 메타버스의 흐름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컴퓨터 프로그램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메타버스 플랫폼은 체험의 수준을 실제화하는 데 힘을 쏟는다는 것이다.

유니티코리아는 2003년 덴마크에서 만들어진 게임엔진 회사다. 닌텐도와 소니,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 전 세계 매출 상위 게임사 100곳 중 94곳이 이들의 고객이다. 메타버스 대표 사례로 주목받은 네이버제트의 제페토 역시 유니티 엔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김 본부장은 회사에서 '기술 기반의 홍보'를 총괄하고 있다. '생각을 널리 퍼뜨린다'는 단어를 택한 직무 이름(에반젤리즘)처럼 회사의 기술을 활용할 방법을 업계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그는 메타버스를 "20년 전부터 시도된 ‘가상사회 실험’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온 국민이 '게이머'가 되면서 메타버스가 다시 관심을 받게 된 것"이라며 "이제 '메타버스의 생활화'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김 본부장을 만나 메타버스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범주 본부장은 유니티코리아 합류 전 신씨네·코코엔터프라이즈 등에서 TV 애니메이션과 영화 연출을 맡았다. 블루사이드·엔씨소프트 등에서 게임 콘텐트 기획 및 영상 연출 업무도 담당했다. [사진 폴인, 송승훈]

김범주 본부장은 유니티코리아 합류 전 신씨네·코코엔터프라이즈 등에서 TV 애니메이션과 영화 연출을 맡았다. 블루사이드·엔씨소프트 등에서 게임 콘텐트 기획 및 영상 연출 업무도 담당했다. [사진 폴인, 송승훈]

‘메타버스의 생활화’는 무슨 뜻인가요?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릴 때 과거 프로그램은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에 집중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흐름이 달라졌죠.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의 아틀리에서 유화를 그릴 수 있게 한 솔루션이 나왔습니다.

여기서는 실제 화실에 앉아 있는 것처럼 밖에서 빗소리, 새소리가 들립니다. 손에는 팔레트와 붓을 들고요. 붓으로 팔레트의 물감을 찍어 실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기존 포토샵에서 단축키 중심으로 그림 생산에 치중하는 것과는 다른 흐름이죠. 심지어 다른 VR 페인팅 프로그램은 아예 '되돌리기(Undo)' 기능을 뺀 것도 있어요. 현실처럼 잘못 그린 것도 받아들이며 그리게 하는 거죠.

메타버스 솔루션이자 VR 게임인 ‘버밀리언(Vermillion)’을 활용하는 모습. [사진 버밀리언 홈페이지]

메타버스 솔루션이자 VR 게임인 ‘버밀리언(Vermillion)’을 활용하는 모습. [사진 버밀리언 홈페이지]

직장인이 활용할 만한 솔루션은 어떤 게 있나요?  

저도 직장인이다 보니 메타버스 솔루션 중 몰입도를 높이는 서비스를 활용합니다. '이머스드(Immersed)'라는 VR 솔루션 기기를 착용하면 외부 시야가 전부 차단됩니다. 대신 제 시야에 원하는 배경을 만들 수 있죠. 카페나 산은 물론, 우주선까지요. 그리고 그 공간 위에 모니터를 5~6개까지 띄울 수 있습니다. 제가 필요한 것만으로 시야를 가득 채우니 몰입이 될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솔루션 쪽에선 어떤 흐름이 있나요?  

'VR챗(VR CHAT)'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이 솔루션이 구현한 가상공간에서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놀이가 무엇인지 보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유튜버 '우왁굳'이 이 솔루션을 활용해 콘텐트를 만드는데요. VR챗에 상황극을 할 수 있는 판만 만들고 자신은 굳이 스토리를 짜지 않아요.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공동창작’을 하는 거죠.

이 흐름은 우리 전통놀이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마당놀이를 즐겨 했죠. 이 놀이의 특징은 중간중간 스토리를 이끄는 '별주부전' 같은 내용이 나온다는 건데요. 이때 연기자와 관객이 나뉘지 않습니다. 놀이를 보던 관객이 연기자의 손에 끌려 잔치하듯 끌려가는 모습이 나타나죠.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닌 이런 분위기가 다시 메타버스 솔루션에서 나타나고 있어요.

다시 소통할 능력이 중요해지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다양한 기술이 나오는데 이걸 나만의 문법으로 어떻게 이용하느냐예요. 메타버스 시대에는 콘텐트이든, 플랫폼이든 생산자와 소비자가 구분되지 않습니다. 생산자는 제페토와 같은 놀이터를 만들어놓고, 안에서 노는 플레이어와 소비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거죠. 게임엔진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을 많이 써보면서 '상호작용할 콘텐트'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메타버스 솔루션에 대해 비즈니스 관점에서 더 생각해야 할 게 있을까요?  

기업이든 크리에이터 같은 사용자든 메타버스에 대해 이제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봐요. 양쪽이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거죠. 모두가 이걸 어떻게 이익으로 만들 수 있을지, 시도하고 만드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이 많았습니다.

게임을 예로 들면 '도트(dot)'라는 걸 화면에 찍어 2D 게임을 만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철권 같은 3D 게임이 등장하면서 표현의 영역이 넓어졌죠. 처음에는 캐릭터가 이상하다며 어색해했지만, 어느 순간 게임 시장이 뒤바뀌었습니다.

중요한 건 '신기술이 도입돼 불편하다' '이전보다 못한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여기서 어떤 부분을 이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현재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도 실리콘밸리 기업들, 빅테크 기업마다 각각 의견이 다를 거에요.

자기만의 접근법을 고안해서 제안할 수 있다면, 개인이든 업체든 리더가 될 기회는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메타버스 이름만 갖고 하면 안 되고, 메타버스의 무엇을 만들었는데 이전보다 더 나아진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할 거예요.

앞으로 메타버스는 어떻게 진화할까요?  

기술적 한계가 점점 사라질 겁니다. 메타버스의 주요 조건 중 하나가 '고몰입'인데요. 고몰입을 만드는 VR의 수준이 아주 쾌적하지만은 않아요. VR 헤드셋이 안경 쓰듯 편해야 하는데, 아직은 무겁죠. 하지만 이런 문제는 5년 정도면 해결될 겁니다. 현실적인 그래픽과 이를 지원할 클라우드도 발전할 거에요.

또 데이터의 연결이 더 긴밀해질 겁니다. 우리가 건축설계를 할 때, 캐드를 활용해 도면을 그리고 그걸 3D화하죠. 이 데이터를 게임이나 온라인 지도 등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선 어렵지만, 앞으로 나아지리라 봅니다. 이렇게 디지털 데이터가 서로 연결된다면 데이터를 생산하는 노동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대신 인간의 판단력은 더 높아지겠죠.

결국 메타버스는 '사람의 인지능력과 지능을 향상하는 도구(Intelligence Implication)'로 발전할 거예요. 제가 몸담은 유니티도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도구로 사람들이 잘 쓸 수 있는 엔진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14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폴인세미나 라이브 '앞으로의 메타버스, 어떻게 진화할까'.

14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폴인세미나 라이브 '앞으로의 메타버스, 어떻게 진화할까'.

김 본부장은 인터뷰에서 다 전하지 못한 메타버스 이야기를 오는 14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폴인세미나 '앞으로의 메타버스, 어떻게 진화할까'에서 60분 동안 들려줄 예정이다. 세미나는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되며 폴인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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