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운 좋게 수익 올린 주린이에 찾아온 ‘주식의 저주’

중앙일보

입력 2021.10.09 08:00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88) 

요새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왠지 수입도 더 늘고, 하는 일도 술술 잘 풀린다. 주식을 샀는데 사자 마자 산 종목이 급등, 따블이 되었다. 회사에서 동기들 제치고 승진도 빨리했다. 혹시 최연소 합격까지 한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미안한 얘기이지만, 앞으로의 인생 매우 조심해야 한다. 왜 그럴까. 화투판에서 ‘초장끗발 개끗발’이란 말이 있다. 초반에 뭐 좀 된다고 기고만장하던 사람, 끝날 때 보니 고개 푹 숙이고 허둥지둥 퇴장하는 사람 많더라는 것. 괜한 심술이고 과장된 말일까. 절대 아니다.

오랫동안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어떤 사람, 기억할 것이다. 모 대학 법대를 최연소 입학하고, 일찍이 유명 대학교수가 되었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고 대단한 지식인 행세를 했다. 공정과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굴었다. 그 덕에 장관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그의 실제 생활은 어땠는가. 법원 판결에 따르면 사적 이익을 위해서 별짓을 다한 위선자였다. 지금 그는 절벽 끝에 서 있다.

주식을 시작해 초기에 운 좋게 수익을 올렸다면 더 위험하다. 깊이 공부하지 않고, 원칙 없이 손대면 순식간에 내리꽂는다. 운 좋게 수익을 얻은 것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사진 piqsels]

주식을 시작해 초기에 운 좋게 수익을 올렸다면 더 위험하다. 깊이 공부하지 않고, 원칙 없이 손대면 순식간에 내리꽂는다. 운 좋게 수익을 얻은 것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사진 piqsels]

옛말에 남자가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금기가 있다. ‘소년 급제, 중년 상처, 말년 무전’이다. 너무 이른 출세, 중년에 배우자를 잃는 일, 그리고 말년에 돈 없어 고생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것. 그중에서도 때 이른 출세가 가장 위험하다. 운이 좋아 시험에 최연소 합격한 사람들, 제 잘난 맛에 까불어 대고 오만하게 굴다가 대부분 끝이 안 좋았다. 중도 하차한 경우도 허다하다. 그 누구만 그런 게 아니다. 운이 좋아서 머리가 좀 좋아서, 시험 한번 빨리 되었다고 눈에 뵈는 게 없고, 아래위 할 것 없이 사람 무시하고, 동료들마저도 우습게 대한다. 인간관계가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 사람 좋아할까. 젊은 날 한때 운 좋은 성공에 편승, 꾀나 부리고 겉만 살살 바르며 까불거리면 얼마 못 가 끝장이다. 내가 남다른 능력을 갖추고 태어났다고 착각, 가볍게 처신하지 말라. 그 대가 작지 않다.

주식도 마찬가지이다. 초기에 운 좋게 수익을 좀 올렸다면, 불행의 시작이다. 실적과 미래가 있는 우량한 기업에 장기투자하면 손해 볼 일은 드물다. 그러나 세칭 유행을 타는 테마 종목, 족집게 도사가 추천하는 이런저런 주식, 실적도 없는데 단기 급등하는 종목 등을 깊이 공부하지 않고, 원칙 없이 손대면 순식간에 내리꽂는다. 그렇게 주식하면 백전백패다. 운 좋게 조금 먹은 것, 실력으로 착각하지 말자.

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 열심히 일하고, 성실 부지런하며 인간관계도 잘한다면 성공에 도움이 된다. 게다가 끈기와 인내까지 있다면 좋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행운도 함께 작용해야 한다. 그런데도 오직 내가 잘나서 된 것이라고 으스대면 마가 따라온다.

러시안룰렛은 회전식 6연발 리볼버 권총에 하나의 총알만 장전하고, 머리에 총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기는 목숨을 건 게임이다. 총알을 장전한 뒤 탄창을 돌려서 위치를 모르게 한 후, 이마에 방아쇠를 대고 당긴다. 만약 어떤 괴짜 부자가 30억원을 걸고, 이 게임에서 살아남으면 주겠다고 한다. 무일푼 25세 청년이 이판사판 도전한다. 죽을 확률 17%, 살아남을 확률은 83%이다. 이 게임에 도전한 청년이 서너 번 더 도전해 운이 좋아 100억원 넘게 벌었다고 하자. 그 맛에 50세까지 게임을 계속한다면, 그가 살아 있을 확률은 희박하다. “행운에 속지 말라”는 나심 니콜라스탈렙의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평범하지만 차근히 공부하고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이 꾸준하게 콘텐츠를 쌓아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작은 성공은 큰 성공이 된다. 그가 진정한 승자이다. [사진 piqsels]

평범하지만 차근히 공부하고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이 꾸준하게 콘텐츠를 쌓아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작은 성공은 큰 성공이 된다. 그가 진정한 승자이다. [사진 piqsels]

현실은 어떨까. 러시안룰렛 못지않게 험난하다. 많은 사람이 오래 하면 100명에 두세 명만 살아남는다는 주씩 판에 서슴지 않고 뛰어든다. 그 위험에 대해 경고를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수백, 수천의 연발 권총에 총알 한 방 든 것처럼 방아쇠를 수십 번 당겨도 아무 일이 발생하지 않아 안전하다는 착각을 한다. 총알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방심하고 오래 계속하면 결국은 총알이 발사되어 치명상을 입는다. 그때는 돌이킬 수도 없다.

이와 반대로, 평범하지만 차근히 공부하고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이 회사에 입사한다. 계속 콘텐츠를 쌓아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 그런 사람은 단기간에 화려하게 성공하거나 큰돈을 벌지 못한다. 조심해 행동하기 때문에 조금씩 돈을 모아간다. 대신 큰 위험도 없다. 화려하지 않지만, 작은 성공을 계속 쌓아간다.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작은 성공은 큰 성공이 된다. 그가 진정한 승자이다.

운칠기삼이란 말이 있다. 사람들은 실력보다 운에 의존하려 한다. 돈이 없고 돈 벌기도 어렵다고 도박하듯 무리한 짓을 자주 하면 어떻게 될까. 실력을 꾸준히 쌓지 않고 운만 바라서 되는 일은 없다. 실력이 쌓일 때 운은 덤으로 따라온다. 잠시의 행운을 실력이라고 착각하는 순간, 저주가 어김없이 따라온다. 어쩌다 찾아온 행운에 속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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