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가정에서 유행처럼 해 먹는 미국 음식이 있다. 포케(Poke). 생선회를 샐러드에 버무려서 밥과 함께 먹는 일종의 회덮밥이다. 미국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에서 건강식으로 인기를 끈 메뉴인데, 5년쯤 전 한국에 상륙했다.
사실 포케는 하와이 원주민의 소울푸드다. 서양인이 하와이로 상륙하기 전부터 원주민이 즐겨 먹던 음식이다. 신선한 참치나 문어를 두툼하게 썬 뒤 미역이나 톳 같은 해초, 견과류를 넣고 소금 간 해서 먹는 식이었다. 다소 심심하고 투박했던 포케에 변화가 생긴 건 일본·중국 등 아시아계 이민자가 하와이에 정착하면서부터였다. 아시아인은 소금 대신 간장으로 간을 하고 참기름까지 뿌려 포케를 만들어 먹었다. 일본계 이주민은 여기에 김 가루, 후리카케 등을 더해 감칠맛을 끌어올렸다. 포케와 밥을 함께 먹는 문화도 급격히 확산했다. 일본식 스시, 덮밥 문화가 포케에 더해지면서 간식·별미에서 어엿한 한 끼 식사로 진화했다.
하와이에 가면 어디서나 포케를 쉽게 먹을 수 있다. 길거리 푸드트럭뿐 아니라 특급호텔 레스토랑에서도 포케를 판다. 전 세계로 퍼지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한 포케가 등장하고 있다. 가장 흔한 변종이 밥과 함께 먹는 '포케 볼'인데 현미, 퀴노아 같은 곡물을 쓰거나 아보카도, 호박 등 채소를 듬뿍 얹어 건강식으로 즐기기도 한다.
하와이에서는 참치를 주재료로 쓰지만, 참치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연어, 대구 등 다양한 생선이 참치를 대체한다. 우리가 광어, 우럭, 오징어 등 지역에 따라 다채로운 회덮밥을 해 먹는 것과 비슷하다. 나초 포케나 타코 포케도 인기고, 고춧가루를 뿌리거나 심지어 김치를 토핑으로 얹는 포케까지 등장했다. 언젠가는 매콤한 고추장에 쓱쓱 비벼 먹는 한국식 회덮밥, 나아가 슬러시 육수와 소면을 곁들이는 물회까지 'K-포케'라는 이름으로 외국에서 팔릴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