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호빵 먹는 이 남자, 편의점 먹거리의 비밀을 털어놨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09 07:00

봄부터 겨울 간식인 군고구마와 호빵을 두고 고심하는 사람이 있다. GS리테일 카운터 FF(후레쉬푸드) 차현민(43ㆍ사진) 파트장. 그는 쉽게 말해 GS25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즉석 먹거리의 책임자다. 커피나 자체 브랜드 빵(브레디크)부터 시작해 군고구마와 튀김류 등 카운터 부근에서 파는 모든 먹거리를 그의 팀이 기획하고 개발한다. 취급하는 상품만 300여가지, 그래서 차 파트장은 사내에서 ‘편의점 간식의 아버지’로 불린다. 편의점 매장에서 파는 2000~2500종의 상품 중 10% 정도를 도맡고 있는 셈이다.

[잡썰30] 편의점 간식의 아버지, 차현민 GS25 후레쉬푸드 파트장

편의점 GS25에서 판매되는 즉석 먹거리 기획과 개발을 총괄하는 GS리테일 차현민 FF파트장. [사진 GS리테일]

편의점 GS25에서 판매되는 즉석 먹거리 기획과 개발을 총괄하는 GS리테일 차현민 FF파트장. [사진 GS리테일]

하루의 시작은 편의점 방문. 7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만난 차 파트장은 “일과는 먹거리를 맛보는 일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매일 아침 GS25에 들러 자체 커피 브랜드인 ‘카페25’ 에스프레소 커피를 맛본다. 미세한 원두 맛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서다. 이런 노력 덕에 그가 개발한 카페25 커피는 지난해에만 1억5600만 잔이 팔렸다. 그가 매일 맛보는 건 커피만이 아니다. 그와 그의 팀원들이 맛봐야 하는 시제품은 어묵과 호빵, 커피 등을 합쳐 하루 평균 30여 종에 이른다.

편의점 군고구마 210g의 비밀은

차 파트장은 요즘 이번 겨울 편의점업계의 승부를 가를 먹거리 개발에 매달려 있다. 그는 “같은 어묵이나 호빵이라도 어떻게 하면 개성 있게 만들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쉽게 생각하는 편의점 간식이지만, 호텔 못잖은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한다. 일단 군고구마에는 무게가 개당 210g 이상인 고구마만 사용한다. 소비자에게 충분한 포만감을 주기 위해서다. 꼼꼼한 선별 과정을 거치는 건 기본. 지난 겨울 GS25는 군고구마만 200만개 이상 팔았다. 금액으론 40억원 어치다.

GS25는 호빵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올해는 총 11가지 호빵을 내세워, 호빵으로만 12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새로운 호빵을 내놓기 위해 본격적인 호빵 시제품 개발을 시작하는 건 매년 4월 말부터다. 호빵 제조업체와 연구원, 차 파트장 등이 모여 새로운 컨셉의 호빵을 개발하고 이를 맛본다. 차 파트장은 “남들은 늦가을부터 호빵을 먹는데, 우리는 5월부터 거의 매일 호빵을 먹는다”며 “점심을 먹은 다음 시식용 호빵을 먹어야 할 땐 조금 힘들긴 하더라"며 웃었다.

MZ 입맛 파악은 '숙제이자 숙명' 

그에게 MZ세대는 구애의 대상이자 연구 대상이다.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일은 그에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다. 차 파트장은 "MZ세대는 태어나자마자 이미 편의점이 존재했고, 그래서 편의점이 가장 익숙한 세대"라며 "자신이 선호하는 상품과 가치에 과감히 지갑을 여는 이들의 취향을 파악하는 일이 요즘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 차현민 FF파트장(사진 가운데)이 팀원들과 함께 올겨울에 판매할 간식거리를 시식 중이다. GS25는 지난해 군고구마만 200만개 이상 판매했다. [사진 GS리테일]

GS리테일 차현민 FF파트장(사진 가운데)이 팀원들과 함께 올겨울에 판매할 간식거리를 시식 중이다. GS25는 지난해 군고구마만 200만개 이상 판매했다. [사진 GS리테일]

그에게 'MZ갬성'을 이해하기 위해 젊은 직원들과 수시로 머리를 맞대는 건 기본이고 해외 업체를 살펴보고 시장 트렌드도 꾸준히 체크한다. 올해 소다향 호빵이나 오모리 만두 호빵, 랍스터 살이 들어간 ‘랍별봉’ 어묵처럼 개성 있는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던 배경이다.
차 파트장은 “새 먹거리 개발을 위해 팀원들과 함께 매일 ‘창작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웃었다. 물론 그가 내놓는 제품이 모두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건 아니다. 야심 차게 내놓았던 ‘해장 커피’는 매장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커피에 헛개나 아스파라긴산 등 해장에 좋다는 소재를 더한 커피였다.

그에겐 목표가 있다. '편의점 먹거리=저렴한 음식'으로만 여기는 선입견을 넘어서는 일이다. 차 파트장은 "새 먹거리를 내놓을 때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는 건 가격이 아니라 품질"이라며 "편의점 음식과 관련한 기존 선입견을 뛰어넘는 품질을 갖춰 소비자들이 가성비나 가심비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먹거리를 지속해서 내놓는 게 꿈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골목길 편의점 간식에 인생을 건 남자, 올 겨울 그가 야심차게 내놓는 호빵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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