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2015년 2월 화천대유 설립날, 유동규 대장동팀 바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모습. 연합뉴스

‘2015년 2월 6일.’ 이 날짜가 대장동 개발 사업의 특혜 의혹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검찰은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밑그림’이 그려진 6년 여 전의 하루에 주목하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와 발을 맞춰가며 치밀하게 준비한 정황이 그날을 전후해 드러나고 있어서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2팀에서 담당하던 대장동 사업은 유 전 본부장의 측근이 있는 개발사업1팀으로 바뀌었다. 바로 그날 화천대유가 설립됐다. 2015년 2월 6일이다.

화천대유 설립 날짜는 왜 2월 6일인가

일각에선 “구체적인 공모지침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유 전 본부장이 민간사업자와 발맞춰 대장동 사업을 준비한 증거”라는 주장이 나온다. 유 전 본부장의 측근인 1팀장이 참여한 민간사업자 심사에서 화천대유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선정됐고,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막대한 배당금을 챙기게 되는 결과로 이어져서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결재 문건 기록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던 2015년 초까지 대장동 담당 부서는 개발사업 2팀이었다. 1월 29일에 2팀이 작성한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신규 투자사업 및 출자 타당성 검토 용역 시의회 보고계획(안)’은 사장까지 보고가 올라가 결재된 것으로 기록됐다. 1월부터 2월 초까지 2팀은 대장동사업과 관련해 총 14건의 문건을 작성했다. 담당 팀장과 사장의 결재를 받았다.

유동규 지시에 대장동 사업 전권 2팀→1팀

성남도시개발공사. 이가람 기자

성남도시개발공사. 이가람 기자

그러다 2월 6일 대장동사업 담당 부서는 2팀에서 1팀으로 바뀐다. 이날 오전 10시에 2팀은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 업무 이관 알림’ 공문을 작성했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실무책임자로 1팀장을 지목한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개발1팀장(현 김모 개발1처장)과 개발2팀장(현 이모 개발2처장)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대장동 개발사업을 1팀에서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위례 개발을 개발1팀과 진행했으니 이번 대장동 개발도 그 팀과 진행하겠다”는 이유에서다.(중앙일보 10월 8일자 3면)

내부 사정에 밝은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그 당시만 하더라도 1팀에서 위례신도시 개발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2팀이 대장동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다들 알고 있었다”며 “갑자기 1팀이 대장동사업까지 가져가면서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라는 얘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직속상관(개발본부장)이 아닌 기획본부장이었던 유씨로부터 이러한 지시를 받은 당시 이모 개발2팀장은 개발본부장에게 항의를 했다. 그러나 개발본부장이 유 전 본부장의 지시를 묵인하면서 이른바 ‘교통정리’가 됐다고 한다. 이후 대장동사업의 전권은 1팀으로 넘어갔고, ‘공모지침서’ ‘사업제안서 심의업무 계획’ 등 대장동사업과 관련한 중요한 문건의 작성과 의사결정들은 1팀과 ‘유동규 별동대’로 불린 전략사업실에서 이뤄졌다.

팀 바뀐 날 화천대유 설립, “유동규랑 발맞춘 증거”

대장동 개발사업 주도 민관합작법인(SPC) 성남의뜰. 중앙일보 그래픽.

대장동 개발사업 주도 민관합작법인(SPC) 성남의뜰. 중앙일보 그래픽.

유 전 본부장의 지시로 대장동사업 업무가 공식적으로 2팀에서 1팀으로 이관된 날, 공교롭게 화천대유가 설립됐다. 법인등기상 화천대유는 2015년 2월 6일에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됐다.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은 “유 전 본부장이 일종의 설계도를 그리고 있을 때 민간사업자들이 필요한 조직들을 발맞춰 준비하고 있던 셈”이라며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의 주도권을 가지게 된 시점과 맞물려 화천대유가 설립된 것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공모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서 간 교통정리가 끝나고 화천대유가 설립된 이후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은 속도가 붙었다. 전략사업실에 소속된 정민용 변호사는 2월 12일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 공모지침서(안) 결과보고’ 공문을 기안해 보고를 올린다.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의 대학 후배이기도 한 그는 ‘유동규 별동대’의 핵심 인물로 손꼽힌다. 정 변호사가 주도해 만든 공모지침서에 따라 민간사업자 공모에는 3개의 컨소시엄이 참여했고, 여기서 공모 일주일 전 설립된 화천대유가 포함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최고점을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심사기간은 단 하루였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3월 27일에 김모 1팀장은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보고’ 공문을 기안해 유 전 본부장에게 결재를 받았다. 김 팀장은 유 전 본부장이 리모델링 조합장을 맡고 있던 아파트의 시공사 영업부장 출신으로, 그 당시 맺은 인연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했다. 그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선정할 당시 1·2차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셀프 심사’ 논란을 불러온 당사자이기도 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