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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논문량 세계 13위, 질 828위…이러니 韓 노벨상 없지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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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메달. 중앙포토

노벨상 메달. 중앙포토

올해도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데이비드 줄리어스와 아르뎀 파타푸니언(이상 미국), 화학상은 벤자민 리스트(독일)와 데이비드 맥밀런(미국), 물리학상은 마나베 슈쿠로(미국)와 클라우스 하셀만(독일), 조르조 파리시(이탈리아)에게 돌아갔습니다.

특히 마나베 슈쿠로 프린스턴대 교수는 일본계 미국인이라 일본에서도 경사 분위기였습니다. 이로써 일본(일본계 타국적 포함)은 25번째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습니다.

2021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마나베 슈쿠로, 클라우스 하셀만, 조르조 파리시(왼쪽부터)

2021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마나베 슈쿠로, 클라우스 하셀만, 조르조 파리시(왼쪽부터)

한국, 노벨상급 학자 있지만 수상은 아직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올때마다 한국에서는 일본 등 주변 국가를 부러워하는 동시에 '우리는 왜 못 받는가'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도 아직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없을 뿐이지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학자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글로벌 학술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지난 9월 올해 노벨상급 연구자 16명의 리스트를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생리의학상 후보로 포함됐습니다. 작년에는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가 이 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했죠.

노벨상 수상 트렌드는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유럽 국가에서 주로 받았다가 점차 미국으로 중심이 옮겨갔고, 최근에는 협업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여러 국가 학자들이 공동 수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한국도 탁월한 연구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머지 않아 수상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지난달 발표한 노벨상 수상 예측 후보 명단에 포함된 고려대 이호왕 명예교수. 연합뉴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지난달 발표한 노벨상 수상 예측 후보 명단에 포함된 고려대 이호왕 명예교수. 연합뉴스

연구의 질과 영향력이 노벨상의 조건

국가적으로 보면, 한두명의 탁월한 연구자가 노벨상을 받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노벨상급 연구자가 꾸준히 배출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수상자를 예측하는 방법은 핵심 논문의 피인용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1000회 이상 피인용된 논문은 전체의 0.01%에 불과한데, 이런 고피인용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가 노벨상에 근접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연구결과이기 때문에 다른 학자들이 참고(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연구재단이 2008~2018년 노벨상 수상자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물리학상 수상자의 핵심 논문은 한편당 평균 2330회 피인용됐습니다. 하지만 수상자마다 발표한 논문 건수는 제각각입니다. 수백편을 발표한 연구자도 있지만 몇십편만 내놓은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다작(多作)이 곧 연구의 질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국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국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울대 논문양은 세계 최상위, 고피인용 비율은 뒤처져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논문의 양을 중시하는 풍토가 여전합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가 발표하는 '2021 라이덴 랭킹'에 따르면, 4년간(2016~2019년) 서울대학교의 논문 양은 1만7289편으로 세계 13위입니다. 미국 스탠포드대(1만6454편), 영국 옥스포드대(1만6088편)보다 많습니다. 연세대(55위), 성균관대(85위), 고려대(97위)도 상위에 올랐죠.

반면 논문의 질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별 피인용 상위 10% 논문 비율을 보면 서울대가 7.5%로 세계 828위에 그칩니다. 스탠포드대(21.7%·5위), 옥스포드대(18.6%·13위) 등과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노벨과학상 수상 관련한 연구 시작과 수상 연령.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노벨과학상 수상 관련한 연구 시작과 수상 연령.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물론 이러한 단편적인 수치가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곳은 대부분 논문 양보다는 고피인용을 기록하는 논문 비율이 높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한국연구재단 분석에 따르면 연구자가 핵심 연구를 시작한 뒤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 평균 31.9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결국 장기적 관점으로 연구자를 지원할 수 있는 토대가 중요합니다. 연구비를 받기 위해 계속 단기간 내에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지원 체제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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